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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Nov 12. 2024

남편이 쿨쿨 자고 있다.

남편이 쿨쿨 자고 있다.

발뒤꿈치를 들고 살살 걸어


캄캄한 방에서

침대로 쏙 들어갔다.


트윈침대니까

그를 방해할 일은 없다.


문제는 매일

일기처럼 기록하는 일이다.


마지막 밤이라고

친구들이 한 방에 모두 모여

이야기를 하다


어느새 밤 12시를

넘기고 말았다.


그래도 새벽이 되기 전

써 올리면 그날 올린 게

유효한 거라고 나름

결정한 바 있으니

이제라도 쓰면 된다.  


그러나, 그가 쿨쿨

캄캄하게 해 놓고

자고 있는 마당에

어디서, 어떻게?


화장실?

아, 변기 위에서

노트북을 두들기긴

너무 힘들어.


테이블 위에서

불을 끈 채로?

살짝 스탠드만으로?


다다다다 소리에

깰지 몰라.


스탠드 불빛에도

깰 수 있어.


침대 위에 올라가서

헤드에 허리를 딱 딱 붙이고

앉아서?


그러나 그 어디서건

노트북으로 부스럭거리면


그는 반드시 깰 것이고

잠을 제대로 못 잔 그는

피곤해할 테니까 안돼.


어떡하지?

하루 빠지기가 힘들지

일단 빠지면

노상 빠지게 되던데.


아, 그렇다고

글을 쓰자니

남편을 깨우겠고


아, 어떡하나.


졸린 건 다음 문제고

여건만 된다면 난 꼭

오늘 글을 적어야겠는데.


남편을 깨우기는 싫고

아 어쩌나? 어떡하지?


아니야 조용히

잠을 자자.


그를 깨우지 말자.

그가 쿨쿨 저대로

푹 자게 하자.


그렇게 하루를 빠졌다.

일단 빠지고 나니

아니나 다를까.


그다음 날도 빠졌다.

물론 이유는 있다.


인천공항에 오는 날이었고

태풍으로 비행기가 지연되어


동생이 마중을 나왔음에도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오늘.

남편과 함께

엄마랑 남동생이랑

                                                      

점심까지 먹고

엄마 모시고 케텍 타고

집에 와서


후다닥 저녁 해 먹고

색소폰 연습까지 다녀왔으니

정말 기진맥진이다.


도저히 글을 쓸 엄두가

나지 않는다.

너무 피곤해서.


그러나 노노노!

이제라도 빠져먹는 걸

멈춰야 한다.


스탑! 스타프!

푸하하하 자신감의 책에서

부정적 생각이 들면

멈춰라! 멈춰!


소리치라 했다.

난 그 소릴 여기서 친다.


빼먹기 멈춰!

난 다시 매일 글을 거야.


하하 파이팅!


그런데 문득 드는 생각.

남편 깨우지 않고도 방법은 있었다.


비즈니스 룸이 반드시 있었을 텐데.

로비로 노트북을 들고나가

작성하면 되었을 것을.

아이고. 하하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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