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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an 24. 2019

말레이시아 골프여행 에이파머사

밥 먹고 공치고 자고 밥 먹고 공치고 자고 그렇게만 십여 일~

<2019년 1월 6일 ~ 2019년 1월 17일>


흐이구 무서워라. 아직 깜깜한 밤 같은 새벽.  숙소에서 클럽하우스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다. 7시 10분 티샷을 위해 일찌감치 숙소를 나서는데 아무도 없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니 아, 까만 하늘에 반짝이는 별!!!  골프장 위 새카만 하늘에 촘촘히 박혀있다. 세상에 저렇게 많은 별들이 보이다니.  매우 청정지역인가 보다. 

드디어 나타나는 반짝반짝 불빛 클럽하우스. 사방에 흩어져 있는 숙소에서 속속 사람들이 도착한다. 새벽 6시밖에 안된 매우 이른 시각인데 이미 사람들이 많다.  

빵을 노릿노릿하게 구워 버터와 쨈을 바른다. 하얀 모자를 쓴 말레이인 쉐프가 커다란 철판 위에서 착착 너무도 맛있게 부쳐내는 달걀프라이를 줄 서서 기다려 두 개 받아와 빵 위에 얹고 온갖 야채를 넣어 어마어마하게 높은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다. 맛있다.  


드디어 출정. 카트에 실을 모든 것들을 챙긴다. 몇백 명의 한국인이 함께 밥을 먹고 양치질하고 오늘의 첫 라운딩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화장실은 북적북적 많이 기다려야 한다. 모두들 커다란 보온 통에 얼음을 가득가득 넣어가기 때문에 얼음통 앞에서도 줄을 서야만 한다. 난 아이스 패드도 가져왔는데 그것까지 채우려니 너무 뒷사람을 많이 기다리게 하는 것 같아 물통만 채우고 빠져준다.  



클럽하우스에서 나오니 바로 버기 스테이션 (카트를 여기선 버기라고 한다.) 오늘의 팀 편성은 어제 모두 전달되었으며 그 팀 별로 각 카트에 채가 담겨있다. 쫘악~ 끝도 없는 카트 대열이다. 어둑어둑한 이때 자기 채가 실려있는 카트를 잘 찾아내야만 한다. 캬~ 깜깜한데 나의 채를 어디서 찾을꼬. 두리번두리번~

아, 드디어 나의 채 발견. 기다란 줄의 거의 앞에 와 있다. 서방님의 늦었다고 다그치는 눈길이 보이는 듯해 외면하며 살그머니 자리에 앉는다. 여자들은 아무래도 남자보다 준비하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서둘렀는데도 그보다 늦는다. 늦는 걸 많이 싫어한다. 더욱 몸을 재빠르게 움직여야겠다. 아직 어둑어둑한 새벽에 카트들이 대거 줄 서 있다.  



조그마한 입구에 앉아있는 아가씨가 표를 접수하고 홀을 불러주는 대로 팜, 크로커다일, 로키 코스로 각각 흩어진다. 뗄리마 까시~ 딸딸 딸딸 겨우 외운 (쉽게 외워질 것 같은 새로운 나라의 인사말. 볼 때는 쉬워도 막상 입으로 내뱉으려면 그 한 단어조차도 얼마나 어려운지.) 감사합니다의 말레이어를 내뿜으며 그녀가 말해준 우리의 코스 크로커다일 6번 홀까지 신나게 달린다.

드디어 오늘의 라운딩이 시작될 판이다. 이제 모두가 18홀에 이런 식으로 도착할 즈음 7시 10분이면 뿌아아아아앙 시작의 사이렌이 울려 퍼지고 각 홀에 흩어져 대기하고 있던 수많은 선수들이 일제히 빵~ 공을 날린다.  각 홀의 1조 2조는 이렇게 샷건 방식으로 18홀 전체에서 시작한다.   

자, 나는 이 말레이 원정에서 무엇을 얻어갈 것인가? 최근에 참 재밌는 책을 읽었다. 골프는 어느 정도 되면 그다음부터는 멘틀 게임이라는 강력한 믿음이 있는 나는 밥 로텔라의 글을 참 좋아한다. 그의 최근 책 열다섯 번째 클럽의 기적인데 그 마지막 클럽이 무엇이냐. 바로 자신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자신감은 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다독거려야 한다는 내용의 책인데 무척 공감한다. 마음먹기에 따라 공은 얼마나 멋지게 날아가기도 하고 제멋대로 해저드에 빠져버리기도 하는가. 난 이번 십여 일 동안 그 훈련, 자신감이 항상 퐁퐁 솟게 하는 집중의 훈련을 하고 가리라. 

잔잔한 물이 옆으로 흐르고 있고 페어웨이는 경사가 져 있어 웬만큼 친 볼은 페어웨이에 떨어져도 또로록 굴러 물속에 퐁당 빠지거나 벙커 속에 빠져버린다. 에구. 

툭! 앗 무슨 소리지? 놀라서 돌아보니 커다란 열매가 바닥에 뒹굴고 있다. 야자수가 널려 있는 이 곳에선 그렇게 수시로 툭! 툭! 툭! 툭! 나무 위에서 어린아이 머리통만 한 열매가 떨어져 우리를 위협한다.  저 큰걸 머리에 맞는다면?  에고. 

"왼쪽 해저드에 빠지면 안 돼~ "  하는 순간 공은 오른쪽을 향했음에도 왼쪽으로 당겨지며 물귀신에 잡아 끌리듯 퐁당 빠져버린다. 집중하자.

때로는 왼쪽으로 때로는 오른쪽으로 길게 뻗어있는 해저드. 빵빵~ 쭉쭉 뻗어가던 나의 공이 왜 해저드만 보이면 그렇게 맥없이 고꾸라지는 걸까? 도대체 어디서 그렇게 힘이 파팍 들어가는 걸까? 해저드 앞에만 서면 정말 이상한 샷이 나온다. 

너무도 아름다운 홀. 그런데  샷을 하려고 티그라운드에 서니 우우우우 우웅 코끼리 소리며 온갖 동물들의 소리가 시끄러울 정도로 들려온다. 사람들 함성도 들려온다. 유명한 사파리 동물농장이 있어 카우보이 쇼를 하는 중이란다. 물가에 염소가 거닐기도 한다. 참 한가로운 풍경이다. 

새파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땡볕. 아, 정말 덥다. 그러나 나무 그늘만 찾아가면 언제 그랬냐 싶게 무척 시원하다. 게다가 바람이라도 솔솔 불라치면 정말 얼마나 시원한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걸을지라도 카트를 나무 그늘을 찾아 대려고 애쓴다. 게다가 카트가 페어웨이 안에는 절대 들어갈 수 없으니 역세권으로 치자~ 꾀를 내기도 한다.  카트 길 근처역세권이라 칭하며 푸하하하 우린 깔깔댄다. 카트 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공을 보내면 헉헉 뛰어가서 공을 치고 다시 헉헉 오른쪽 카트길로 와 운전을 해야 하는데 땡볕이라 오르락내리락 그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늘을 찾아 멀리멀리~ 가 아니라 공 근처 그늘로. 쨍쨍 땡볕 아래서 무더위에 헉헉대다가도 나무 그날만 찾아들면 정말 귀신이 곡할 정도로 아주 시~원해지니 이것 참 신기하다. 어떻게 그렇게 다를 수 있을까 그늘과 그늘 아닌 곳이? 그래서 더욱더 열심히 우린 그늘을 찾는다. 역세권으로 공을 치도록 애쓰고. 하하

전략적으로 잘 쪼개 나누어 쳐야만 하는 이 곳. 욕심을 부리다간 그대로 물에 퐁당. 겸손하게 짧은 채로 물가

가까이 가져다 놓고 사뿐히 올려야 한다. 그런데 불안하니 빵~ 너무 길게 쳤다. 뒤쪽 벙커로 간 듯싶어 연못을 건너 뒤 벙커로 가보니 휘리릭 무언가 시커먼 것이 나의 공 근처에 있다가 사라진다. 아 무서워. 그리고 보니 무시무시한 경고판!

악어가 나온다는 경고! 헉! 그럼 내가 본 것은 새끼 악어? 조심조심 다리 위로 올라가 밑을 내려다본다. 오마낫. 우아아아아아


악어다! 악어! 세상에. 아마도 죽은 거겠지? 골프공이 여러 개 떨어져 있다. 실수로 이 곳에 보냈다 해도 저 악어 옆에 어찌 가서 공을 주울까 로스트볼이 될 밖에. 아님 악어가 죽었나 살았나 골프공을 던져보고 싶었을까? 하긴 공을 던져서라도 악어를 깨우고 싶은 마음이 나 역시 잠시 퐁퐁 솟는다.  



캬. 헉 그런데 다음 날 본 악어. 자세를 확실히 바꾸고 있다. 하루는 손 등이 위로, 하루는 손바닥이 위로. 이 악어는 살아있는 것이다. 죽은 듯 잠을 자고 있을 뿐인 것이다. 그러니까 악어는 항상 이렇게 죽은 모습으로 잠을 자나보다. 공치는 바로 곁에서 이렇게 악어님께서 주무시고 계시다니. 


도저히 궁금해 이 곳 저곳 수소문해 불어보니 여기 물속에 6마리의 악어가 살고 있단다. 모두들 치킨을 먹고살고 있으며 사육사가 매일 이들이 먹을 치킨을 조달해준단다. 캬~ 정말 살아있는 악어였다. 


가끔은 눈을 깜빡 거리며 연못을 헤엄쳐 가로질러가는 악어를 만나기도 한다. 그럴 땐 카트 위에 앉아 악어가 다 지나가기를 기다려 다리를 건넌다.  종종 눈만 빠끔히 내놓고 여유롭게 헤엄치는 악어를 만난다. 신기한 경험이다. 

어쨌든 동물의 왕국에서나 보던 악어를 실제 내 눈으로 보는 게 너무 신기해 이리 찍고 저리 찍고 난 정신이 없다. 하하 싸늘한 서방님의 눈길. 네네~ 알아요 알아~ 나, 공치러 왔지.  잠시 공을 잊고 사진 촬영에 폭 빠져있던 나는 겨우 골프의 세계로 돌아온다. 호기심천국 나, 어쩌리오. 


악어 옆에 있는 홀. 해저드가 보이면 무조건 길게 잡고 깃대가 아닌 안전지대로 날리는 습성. 오버다. 다음엔 꼭 맞는 채로 깃발을 향하여 제대로 쳐야지. 왜 연못만 나오면 그렇게 마음이 쪼그라드는 것일까. 전략이고 뭐고 다 사라져 버린다. 정신차리잣. 


땡볕은 사정없이 내리쬐고 우리들 몸과 마음은 지쳐가고 1.3리터 보온병 한가득 담아온 얼음이 다 없어져가고 그래도 계속 목은 말라오고 선글라스, 마스크, 두건까지. 온통 머리를 얼굴을 땡볕으로부터 보호하느라 난리를 치고도 우리는 따가운 땡볕에 고통스럽다. 난 허물어지려는 마음을 다잡으려 애쓴다. 새 홀 새 샷! 지난 건 상관없어. 생각하지 마! 그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는 거야. 우리 인생과 마찬가지로. 놀라지 말고 무너지지 말자고!


차들이 달리는 일반 도로로 나와 덜덜거리는 카트로 가로질러 건너가야 한다. 조심조심. 옆 사람이 차가 오나 안 오나 열심히 봐주고 오라잇! 하면 운전자는 진행. 그러나 이렇게 카트가 가는 데도 가끔은 도로의 차가 멈출 생각 없이 쌔앵~ 달려갈 때가 있다. 하이고 무서워라. 쫌~ 기다려주지. 우쒸. 


운전하는 서방님 곁에서 나는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며 여기 잠깐 내려 저 멋진 풍경을 담을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하고 있으니 스코어 상관없이 룰루랄라 경치만 즐기는 내가 언제나 한심한 나의 서방님. 그래도 이번엔 나의 집중훈련을 하고 있는 중이라우. 걱정 마세요~ 호홋

쌔앵~ 달려가는 차를 피해 도로를 가로질러 골프장으로 진입하니 오메 오달달달

 

카트 겨우 들어갈 정도의 좁고 가파른 나무다리. 덜덜 덜덜~ 하이고 무서워라.

나무다리를 내려서니 쫘악 펼쳐지는 초록 풍경. 와우~ 악어가 깃발을 들고 반갑게 맞이한다. 예쁜 악어님~ 반가워요~

아름답게 이어지는 홀들. 곁에 늘어서 있는 일반 가정들. 예쁘다.  

빵~ 파란 하늘을 향해 쭈욱~ 날아가는 공. 아~ 요 맛에 골프지! 하핫. 온몸에 힘을 빼고 빵~ 아주 자연스러운 리듬으로 공이 착 맞아 들어갈 때 그래서 그 공이 하늘 높이 멀리멀리 쭈욱 뻗어나갈 때 그리고 페어웨이에 멋지게 안착할 때 아~ 그 기분은 정말 오홋. 넓은 페어웨이에서 신나게 빵빵!  자신감!으로 빵! 빵! 오 예!!!


아, 초록색 물결에 갑자기 등장하는 주홍색 예쁜 꽃.

너무 예뻐 우리를 맞이하는 이 귀한 꽃을 중심으로 다쉬~ 

죽은 나무일까 산 나무일까? 얼마나 오랜 세월일까 나무의 굵기가 어마어마하다.  새파란 하늘에 더없이 멋진 풍경이다.


갑자기 나타나는 동굴. 호홋 땡볕을 가려주니 시원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오래 머물고 싶지만 카트는 쌩쌩~ 다음 홀을 향하여 거침없는 전진. 


앗, 너무도 예쁜 꽃. 이 땡볕 속에서도 예쁘게 잘 견디셨군요~ ㅎㅎ

아~ 어느새 18홀이 끝나고 즐거운 점심시간. 후다다닥 점심을 먹고 다시 18홀을 칠 판이다. 난 본전 뽑을 생각에 하루 36홀씩 꼭꼭 치리라 다짐하고 왔다. "그런 건 전혀 도움이 안돼. 적당히 치는 거다."  경고하는 서방님 말씀을 콧등으로 무시하다 난 큰 코를 다친다. 그 이야기는 후에. ㅎㅎ


18홀을 끝내고 Buggy Station에 몰려드는 카트들 새벽만큼이나 붐빈다. 오후에 9홀이고 18홀이고 27홀이고 더 칠 사람은 가방을 열어 둔 채로 'Play!' 하고 놓아두면 저렇게 오른쪽에 나란히 진열해 둔다. 점심 식사 후 자기 채가 담긴 카트를 골라 타고 휠드로 나가면 된다. 18홀만 치고 끝낼 사람은 캐디백을 완전 정리해서 자크를 다 잠그고 'Finished!' 하면 된다. 우리는 또 칠 거니까 가방 연 채로 "Play!"

그렇게 채를 정리하고 줄 서서 기다리면 기다란 트램이 와서 우리를 점심 식사하는 메인 오피스로 줄줄이 데려다준다. 그때마다 뗄리마까시~ 호호 감사합니다~ 그냥 땡큐라고 할 때와는 달리 일단 뗄리마 까시~ 딸딸 외운 감사 합니다 한마디를 던지면 꼭 다시 돌아보며 함박웃음과 함께  사마 사마~ 해 준다. 잘 안 외워지지만 먼 외국에 와선 다만 인사말이라도 외워서 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현지어 인사말을 건넬 때의 그들 반응이 너무 재밌고 신난다. 하하 



푸짐한 점심식사는 참 맛있는데 특히 요것 쌀국수 코너. 직접 재료를 망에 담아 팔팔 끓는 물에 잠시 익힌 후 국물과 소스를 담아 먹는 건데 우리 한국인들은 특유의 국수로 개발 이 과정을 다 거치고 거기에 김치를 듬뿍 얹어 아주 칼칼한 맛있는 우리식 쌀국수를 만들어 먹는다. 정말 맛있다. 그리고 새빨간 수박이 언제나 한 가득. 시원한 수박과 커피로 마무리한다. 


대낮에 잠깐 들어가 보는 숙소의 모습. 점심식사를 푸짐히 했겠다. 당장 나가기보다 집에 가서 화장실도 좀 보고 양치질도 편하게 하고 잠시 쉬었다가 오후 라운딩을 뛰자. 그래야 해도 쉽게 꺾일 테고. 일단 2시 30분까지만 카트를 끌고 나가면 오후 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 여차하다 2시 30분을 넘기면? 그땐 이미 카트가 차곡차곡 저장소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오후 라운딩을 할 수 없다. 2시 20분까지 쉬고 나오잣. 함께 칠 팀과 약속하고 잠시 숙소로~


뜨거운 열기 속에 잠시 집에서 휴식을 취하니 망중한이랄까. 침대에서 내다 보이는 뜨거운 대낮의 풍경이 무척이나 한가롭다. 아~ 좋다. 

우리만 머리를 잘 굴렸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2시 20분 버기 스테이션으로 가기 위해 트램을 기다리는데 사람이 무척 많다. 다시 줄 서기 싸움이다. 밥 먹자마자 곧바로 치러 나갔다면 도리어 한가했겠다. 그러나 중간의 이런 휴식은 필요하다. 그래야 완전히 새 라운딩을 하는 것 같으니까. 


 트램을 기다리는 메인 오피스 앞 연못 옆. 쫄쫄쫄쫄 시냇물이 흐르고 솔솔솔솔 아주 상쾌한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다. 어디를 보아도 경치가 참 아름답다. 


오홋 오후에는 캐디를 써보기로 한다. 일인당 18,000원. 세상에 헐레벌떡 공치고 카트 운전하고 다시 공 치고 헉헉 거리며 달려와 카트 옮기고 영 정신없었는데 캐디를 쓰니 공을 단 한 개도 안 잃어버려~ 그렇게 공이 어디로 가는지 확실히 보아주었다. 그린 위에서는 공을 아주 깨끗이 닦아 라인까지 맞춰놔 주어~ 카트 다 운행해주어~ 채 가져다주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아니, 국내에서 치던 때처럼 공에 집중할 수가 있다. 


그런데 젊은 청년들로 이루어진 이 캐디를 구하기가 쉽지가 않다. 한번 캐디 맛에 폭 빠져 계속 우리 팀은 캐디를 쓰려했으나 구하기가 힘들다. 250여 명의 한국인들이 붐비는 가운데 이 곳에 소속된 캐디는 도무지 16명이란다. 게다가 이들은 멋대로라 예약이 되어있는데도 아파서 못 나간다 하고 펑크 내면 그대로 그만이란다. 부부 24명이 함께 한 우리는 여자들 팀에만 캐디를 쓰기로 한다. 그러나 6명의 캐디를 예약하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예약이 되고도 그냥 빠져버려 하염없이 기다리다 늦게 티업하고 해프닝이 속출한다. 그래도 캐디를 쓰면 정말 편하고 게임에 집중할 수 있어서 아주 좋다. 


골프장에서 보이는 일반 가정집. 빨래가 많이 널려있다. 호기심 천국 나는 현지인들의 일상생활이 너무 궁금하다. 그래서 많은 집을 향해 살짝 카메라를 돌린다. 저 각 가정마다에 많은 삶의 이야기들이 있겠지. 아랫집은 이불을 빨았구나. 부지런히 빨래들을 해서 너는 구나 등등 베란다를 통해 그들의 삶을 살짝 들여다본다. 


그들의 집 앞에 이렇게 예쁜 꽃나무가 있는 것은 다행이다. 초록 잔디가 펼쳐져 있는 것도 다행이다. 삶에 지친 피로를 잠시나마 풀어줄 테니까. 

이런 연못이 참 많은데 가끔 눈만 껌뻑이며 유유히 여기를 헤엄치는 악어를 본다는 것은 행운이다. 국내를 떠나 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아, 초록 초록 초록의 향연. 우거진 나무들 그 아래 그늘 솔솔 부는 바람. 빵빵~ 멋지게 날아가는 공. 소확행이라 하였던가. 작지만 확실한 행복. 내일일은 몰라요~ 오늘 이 골프를 이 자연을 즐기리라. 

저 멀리 우리들 숙소가 보이고 가까이 클럽하우스가 보이고 그리고 흘러가는 강물 참으로 평화로운 풍경이다. 


삐딱하게 선 나무. 그늘 아래 멈춘 카트. 굴곡이 심한 이 곳 그린에 안착시키기란 참 힘들다. 위로 아래로 할 때마다 다르게 시도해본다. 이 곳 주변엔 아름다운 단독 집들이 예쁘게 자리 잡고 있는데 아마도 아까 그 어려워 보이는 집은 현지인이 아니라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인도 등 이 곳에서 궂은일을 하는 사람들의 집인 것 같다. 실제 말레이 인들은 아주 소득이 높아 아주 잘 산단다. 이런 아름다운 집에선 그렇게 말레이 현지인들이 살 것 같다. 

쭈욱! 하늘로 높이 솟은 야자나무는 정말 멋지다. 미끈하게 쭉! 뻗어있다. 하늘 높이 높이. 곳곳에 널려있는 이런 야자수를 보는 기쁨이라니. 동물원이 보이고 온갖 놀이기구가 보이는 이 홀은 정말 시끄러운 홀이다. 동물소리 사람들 함성이 뒤섞여서. 공을 치는 우리도 덩달아 설렌다. 마치 소풍 나온 기분을 느끼게 한다. 

잔잔히 흘러가는 강물. 드문드문 아름다운 단독주택들. 가끔은 비어있는 듯한 집들. 가끔은 쾅쾅쾅쾅 새로 짓는 집들. 건설현장도 보고 삶의 현장도 보고 골프장 주위로 많은 삶을 엿본다. 

왼쪽엔 단독주택들, 오른쪽엔 우리의 공 치는 곳. 가운데로 유유히 흐르는 강. 

끝없이 이어지는 파랗고 잔잔한 물. 그리고 파란 하늘과 두둥실 하얀 구름. 찬 바람 쌩쌩 불던 우리나라를 떠나 이렇게 맑은 하늘 땡볕 무더위라니. 겨울과 여름을 왔다 갔다 하고 있다. 

그 와중에 피어난 많은 예쁜 꽃들. 강가의 이 화려한 꽃도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가녀린 예쁜 꽃이 있는가 하면 곧 등장하는 우람한 나무. 

홀과 홀을 오가며 이 곳에서 시원한 맥주를 사기도 하고 망고를 먹기 좋게 잘라 플라스틱 통에 넣은 걸 사기도 한다. 라운딩 하면서 땡볕 아래 먹는 맛있는 망고의 맛이라니. 


 쨍쨍 내리쬐는 해님은 더욱 그 기세가 등등 온 대지를 뜨겁게 달구고

퐁당! 강물에 빠진 공을 건지러 달려갔다가도 혹시나! 눈을 깜박이며 다가올 악어가 두려워 에이 참자! 방금 빠진 공이 빤히 물속에서 보이건만 발길을 돌리고~

홀 곳곳에 쭉쭉 빵빵 야자수! 가끔 툭! 커다란 열매가 떨어지며 위협해도 난 이 멋진 나무가 좋다. 

식지 않는 태양 열기. 낮에 집에 들어가 잠깐 쉬었기 때문일까? 36홀을 라운딩 하는 중인데도 뜨거운 열기만 빼고는 그리 힘들 것도 없다. 얼마든지 칠만 하다.

이 파란 깃발 아래 동그란 홀을 향한 무지막지한 경쟁.  땡그랑~ 이 아니라 댕그랑? 여하튼 우리나라에서처럼 그렇게 명쾌한 소리가 아니고 딩 딩딩 아주 둔탁한 소리다. 그래도 그 소리를 듣기 위하여 우리는 집중하고 또 집중한다.     

앗. 갑자기 재빨리 잔디밭을 가로지르는 저것은 무엇? 아무리 빨라봤자 느린 걸음이지만 최선을 다해 움직이고 있음을 우린 알 수 있다. 혀도 길게 쭉 나와있다. 도마뱀인가?? 이구아나? 잘 못 잔디밭으로 나온 걸까? 사람들이 이렇게 계속 공을 쳐대는데.

이글이글 태양은 하늘 위에서 불타오르고 땅 위에서 얼음물도 고갈된 상태로 우리 목도 마구마구 말라간다. 

모든 건 지나가는 법. 그 식을 줄 모르던 태양의 열기도 어느새 주춤. 


이제 4홀만 치면 오늘 하루 36홀의 완성이다. 밥 먹고 공 치고 밥 먹고 공 치고 언제 이런 생활을 해볼 수 있을까. 완전 주부들의 천국이다. 밥 안 해도 돼, 청소 안 해도 돼, 빨래만 폭포수 같은 대형 샤워기에 발로 쿵쿵쾅쾅 

앗, 새들이 몰려드는 이 곳. 모지? 오호 수돗물이 뿜어져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아, 새들을 향한 배려. 끝없이 물이 나오고 새들은 끝없이 목을 축이고. 멋진 아이디어다. 나무와 함께 기울어져 물이 퐁퐁. 땡볕에 시달린 새들이 얼마나 시원하게 목을 축일까. 꼴깍. 내가 다 시원하다. 

많이들 마셔라. 더 이상 목이 마르지 않도록. 실컷 목을 축이고 가렴. 나무와 같은 모습으로 기울어져 퐁퐁 물을 쏟아내는 새를 위한 물공급기. 아, 멋지다. 


 36홀을 치고 나니 기진맥진. 식당으로 향하니 이미 저녁식사가 한창이다. 가득가득 꽉 찬 사람들. 


오홋 오늘 메뉴 중 등장한 푸짐한 게찜. 주로 닭고기가 등장하는데 가끔은 이렇게 꽃게가 제공된다. 먹고 또 먹고 쪽쪽 빨아 게를 여러 마리 해치운다.  


피로가 몰려온다. 36홀 라운딩과 맛있는 저녁식사까지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수영장에 사람이 한가득이다. 현지인들이 놀러 온 것 같다. 대기 중인 아이들의 엄마 같은 여자들이 모두 히잡을 쓰고 있는 건 이해가 되는데 헉 수영장 속의 여자들도 대부분이 히잡을 쓰고 있다. 저걸 쓰고 수영이 될까? 그냥 몸만 물에 담그고 있는 것일까? 정말 궁금하다. 그러나 갈 길이 바빠 그들이 그걸 쓰고 과연 물속으로 풍덩 들어가는지는 관찰 못하고 숙소로 향한다. 

아, 우리 집. 와이파이가 처음부터 아주 잘 된 게 아니라 몇 날 며칠을 안된다고 닦달하여 결국엔 가는 날까지 불편 없이 쓸 수 있었다. 처음엔 매일 와이파이 새 번호를 받고 그래도 하루면 끝나버리고 그랬는데 와이파이가 꼭 있어야 한다고 자꾸 닦달을 하니 더 이상 그렇게 새 번호로 받지 않고도 잘 되게 해 주었다. 다그치길 잘했다. 그 덕에 무겁게 가져간 노트북을 맘껏 쓸 수 있었다.  다행이다. 

오늘 땀 뻘뻘 흘린 옷들을 몽땅 벗어 이 곳 바닥에 놓고 위에서 대형 샤워기 물을 쏟아 내리게 한다. 쏴아~쏴아~ 쏟아지는 물로 샤워를 하면서 발로는 벗어놓은 많은 빨래를 이리저리 밟는다. 그렇게 물에 흥건히 적셔진 오늘의 티셔츠며 바지며 양말 등에 제공된 샴푸를 삭삭 뿌려주고 다시 발로 꽝꽝꽝꽝 밟아주니 절로 곳곳에 비누칠이. 손으로 뒤집어주며 다시 또 온몸에 힘을 실어 발로 꽝꽝. 한참을 그런 후에 다시 대형 샤워기로 물을 쏴아~쏴아~ 쏟아내며 발로 꽝꽝. 정말 시원스레 아주 쉽게 빨래가 된다. 끝으로 하나하나 세면기에서 헹구어 꼭 짜서 베란다에 잘 널어놓으니 바람이 시원해서인지 아침이면 벌써 말라있고 라운딩을 하고 들어오면 아주 빠짝 말라있다. 호홋 이렇게 쉽게 빨래를 하다니. 


아, 길고도 긴 하루가 끝난다. 내일 새벽부터 라운딩을 위해선 재빨리 잠을 자야 한다. 꼭 같은 하루하루가 십여 일간 펼쳐진다. 폭풍 잠 속으로 곯아떨어진다. 에어컨이 빵빵~ 아주 쾌적하다. 쿨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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