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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an 15. 2019

말레이시아 골프여행지
현지 병원

친절한 말레이시아 택시 드라이버

그야말로 땡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다.

아주 추운 겨울 한국에서 온 나는

공항에서 내리는 순간 너무너무 더워

입고 온 내복이며 모든 것을 벗고

시원한 원피스로 갈아입는다.


문제는 그다음 날이다.

짧은 바지와 탁 달라붙는

타이즈를 신고 하루 종일

땡볕 아래를 거닌 나는


밤에 보니 온통

빨간 좁쌀 같은 게 오돌토돌

양 쪽 다리 전체가 붉게

물들어 있고 가렵기가 가렵기가

아,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밤 새 뒤척이다 아침에

함께 여행 온 사람들을 만나니


"병원에 가야겠어. "


하며 난리들이다.

까짖 붉은 것좀 몸에 난다고

좀 지나면 가라앉겠지 하고 있던


몸에 나는 것에 예민하지

않은 나도 하도 곁에서 겁을 주니

병원에 가기로 한다.




숙소까지 달려와 준 택시.

15분 거리에 왕복 60링깃이란다.


병원에서 진료받는 동안

모두 기다려 주고 다시 숙소로

태워다 준단다.


60링깃이면

18,000 원 정도다.


설마, 진료받기까지 다 기다려줄까?


룰루랄라~

무언가 기분 좋게 우리를

태운 택시기사님


혹시나 하여 정말

우리를 기다려주느냐고

물어보니 그렇단다.


진료시간이 오래 걸리면

어떡하냐고 했더니

가자마자 금방 할 수 있을 거라며

연신 상글벙글하다.


신나게 택시를

운전하는 것만 봐도


그가 지금 매우

기분 좋다는 걸 알겠지만


나랑 남편이 여기선

외국인 이어서일까?


타고 가는 내내

같은 택시기사들의

눈길을 받고 손길을 받는다.


싱글벙글 웃으며

그에 답하는 우리 기사님,

 

정말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 걸까?


곁에 있는 우리도

절로 흥겨워진다.  


어쨌든 유쾌한

현지 병원 나들이다.

상가빌딩이란다.

저기 병원이 보이지 않느냐는데

우리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택시기사는 차를 주차하고

함께 내려 우리를 병원

코 앞에까지 데려다준다.


오호. 드디어 병원.

허름한 상가 모습과는 달리

산뜻하고 깨끗하고 예쁜 모습.



그런데 그 2층이 아니다.

그냥 여기 1층이 진료실인가 보다.


1층은 그냥 허름하고 지저분한

상가의 연속일 뿐인데.  


룰루랄라

즐겁게 우리를 태우고 온

기사 아저씨.


차를 기다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병원 입구에서 접수까지

도맡아 해 주신다.


너무 기분 좋은 아저씨를

남기고 싶어 사진 찍어도

되겠냐니 얼마든지~ 하며

포즈를 잡아준다.

 


앗. 여권은 숙소에 놓은 채인데

여권을 내놓으란다.


한국인이라며 묵고 있는 호텔을

이름 대고 택시기사랑 다시 호텔로

여권 가지러 다녀와야 할까


난처해하고 있으니

접수대의 히잡을 쓴 아가씨.


기다려 보란다.

조금 기다리니 그냥 진료

받으란다.


흐유. 다행이다. 이 땡볕에

어찌 다시 갔다 온단 말인가.


다음에 병원 갈 때는 꼭

여권을 챙겨야겠다.


여권 잘 챙기라 해서

꽁꽁 잘 싸매 호텔 금고 안에

넣어두었는데. ㅎㅎ


병원 입구에 커다랗게

붙어있는 멋진 글귀들.


무언가 안심을 준다.

그런데 온통 한자인 것 보니

의사가 중국인일까?



영어로 차근차근

설명하는 나의 말을

우선 다 듣는 의사 선생님.


다리에 온통 붉은 것을

보더니 태양 알레르기란다.


나는 주변에서 주는

호랑이 기름이며

알레르기 연고며

항히스타민제를 먹었다고


들고 간 약들을 다

꺼내 보이며 이야기한다.


온몸에 났는데

이런 약들은 단 한 번 발라도

다 써버리겠다며 주사를

맞아야 한단다.


그리고는 직접

주사약을 조제하러 일어선다.

 

한국 친구들이

말레이시아 현지 병원을

무척 궁금해할 것이라며


혹시 제가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조심스럽게 여쭤보니

아하. 한국 친구들.

그러란다. 얼마든지

찍으란다.


뗄리마 까시~

현지에서 배운 감사 합니다를

연발하며 나는 그의

진료실을 살짝살짝

여러 곳 담는다. 재빨리.


전문 진료과목은

모르겠다.


그냥 아픈 사람은

모두 오는 곳 같다.


호홋 그의 의자

옆에 놓여있는 바나나.


진료 짬짬이

요기하시는가 보다.


왼쪽 팔 위에

직접 주사를 놓아주시는데


아, 아파.

근육이 묵직해지는 게

너무 아프다.


5일 치 약을 받고

델리마 까시~ 하며

진료실을 나온다.


우리가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는가.


대기하는 현지인들이

꽤 많다.


드라이버 왈

이 동네 최고 명의란다.  



선크림을 바를 필요는 없고

그 보다는 긴 바지 긴 티를

입으란다.


땡볕 여름이라고

짧은 바지만 가져온 나는

혹시 이 근처에 바지를

살 곳이 있겠냐고 묻는다.


기꺼이 어떤 마켓에

데려다주고 기다릴 테니

바지를 사 가지고 나오란다.


세상에.


재빨리 들어가 긴 바지를

사들고 나오니 땡볕에서 기다리던

기사가 잽싸게 우리를 태운다.


숙소에 즐겁게 우리를

태워다 준 그에게

얼마를 줄까 물으니


"60 Ringgit is enough!"


하면서 일부러 내려

차 문까지 열어주고는

굿바이 하며 즐겁게 나간다.


참 친절하여라.  

말레시아 택시 드라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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