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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an 29. 2019

울산 C.C. 골프 겨울 라운딩

말레이시아 에이 파머사 다녀와서 처음

<2019년 1월 28일 월요일>

12시 6분 티오프 따뜻한 시간에 햇빛이 가장 잘 드는 남코스. 그런데 바람이 쌀쌀하다. 그 쌀쌀한 바람이 아주 쌩쌩 불고 있다. 잠바를 벗으니 춥고 입으니 덥다.  우리 다 죽었어. 혜영언니 말레이시아에서 훈련 단단히 하고 왔으니 말이야. 전부들 말레이시아에 다녀온 나를 보며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가 보겠다며 한 마디씩 하니 살짝 부담이 된다. 과연 나의 실력은 늘었을까?  나도 무척 궁금하다.  

그러나 역시 골프는 멘틀 게임. '말레이시아에서 거리도 빵빵하게 났고 정말 잘 쳤거든. 구경들 하셔~ 내 멋진 샷을 보여주리라~' 그런 마음이 한쪽 구석에 스멀스멀. 그렇다면 빵~ 겨울 하늘 창공을 나르는 멋진 샷이 되어야 할 텐데. 그러나 무언가 보여주겠다는 생각 때문일까 헉, 나의 볼은 멋지게 빵~ 은커녕 뽕샷 수준으로 붕 떠서  정말 조금밖에 안 가 떨어진다. 아 창피.

그게 그렇게 맘먹는 다고 멋진 샷이 나오는 거 아니다. 자신감. 난 다시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 그리고 게임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게임보다는 오랜만에 만난 후배들 그 예쁜 모습과 풍경을 사진에 담는데 더 집중한다.  

난 좀 주책이다. 가까이 붙일 수 있는 것을 아무렇게나 쳐서 그린 에지에 떨어트린다. 나의 서방님이 보았다면 한 타 한 타 소중하게 생각 않고 막 쳐댄다고 불호령이 떨어졌겠지만 오늘은 여자끼리의 라운딩이다. 맛있는 것 실컷 먹으며 주변 경관 감상하며 룰루랄라 그게 더 신바람 나니 정말 난 좀 주책인 것 같다.  

퍼팅에라도 집중해야 하지 않았을까. 집중 집중 그 집중의 순간을 즐긴다 하면서 난 얼마나 산만했는가. 온통 사진 찍느라 바빴던 나. 반성한다. 그런데 울산 CC 찬바람은 불지만 따뜻한 해님이 라운딩 내내 한가득. 말레이시아보다도 공치기 더욱 좋다. 그 힘들게 땡볕에서 헉헉 거리며 치던 것에 비하면 쌀쌀하지만 상쾌한 공기, 누렇지만 폭신한 잔디,  정말 좋다. 


함께 치는 A가 계속 파 행진이다. 이렇게 가면 싱글을 기록할 판이다. 그러나 지난번에 잘해서 꼭 싱글 해보도록 해 하는 순간 무너져 내렸기에 우리는 슬그머니 우회하여 말한다. 후반에 좀 잘해보시지요~ 너무 이상하게 치지는 마세요~ 하는 정도로만. 그러나 그녀는 체력이 달려 또 전반 싱글에 그치고 만다. 아쉽다.

나처럼 골프를 즐기면 안 되는 것일까. 빵~ 창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공은 나의 속을 빵~ 뚫리게 한다. 그거면 되었다. 그러나 끝까지 집중이 필요하다. 그런데 나의 눈은 자꾸 풍경에만 머문다. 이런 경치에 이런 풀밭에 마냥 걷고 채를 휘두르고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스코어는 쫌~ 안 나오면 어때. 내가 프로 선수 데뷔할 것도 아니고! 하하

누런 잔디. 그러나 따뜻한 햇살. 인코스 시작에 앞서 무려 8대의 카트가 밀려있다. 한참 남는 시간에 우린 커피도 타 먹고 커다란 찹쌀떡도 나누어 먹고 과자도 먹는다. 배를 두둑이 하며 겨울 하늘 아래 드라마 이야기며 수다가 끝도 없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 다시 공에 집중할 수 있을까.



아, 그런데 정말 멋진 풍경이다. 서코스 2번 홀 봄이었던가 가을이었던가 새빨갛게 예쁜 꽃이 피는 해당화다. 그때마다 그 아름다움에 난 얼마나 찰칵찰칵 셔터를 눌렀던가. 그 꽃들이 겨울인 지금 이렇게 새카매져있다. 그 밖으로는 파랗던 잔디가 온통 누레져있다. 우리의 인생과 마찬가지 아닌가. 모든 것 내려놓자 텅 빈 겨울.


골프에서는 그 어떤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오비가 날 수도 있고 해저드에 빠질 수도 있고 쌩크가 날 수도 있다. 우리 삶에서 괴로운 것 있어도 다 살아가듯이 그렇게 그 어떤 상황이 닥쳐도 다시 새 홀 새 샷에 집중해야 한다. 새 날 새 하루 새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듯이. 

동백 꽃망울이 맺혀있다. 아직 빨간 색도 아니지만 이 곳은 언제나 동백꽃이 화려하게 피는 곳. 한 겨울 이렇게 망울로 지키고 있구나. 동반자들과의 대화. 맛난 먹거리들. 그것이면 난 족하다. 나의 겨울 라운딩은 그래서 언제나 해피엔딩이다. 스코어 상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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