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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ug 10. 2019

울산C.C.골프
은퇴한 남편 직장동료들과


처음엔 누가 볼까 걱정했지 그러나 지금은 누구 만났으면 해


남편 직장 다닐 때 최고 높은 지위 그러나 지금은 직장동료라고 모두 함께 하는 서클에서 옛날 사장님께서 말씀하신다. 은퇴하고 아내와 단 둘이 살고 있으니 집안 일도 모두 나누어하게 되어 쓰레기도 직접 버리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회사 가장 높은 분이었으니 음식 쓰레기 들고 혹시 회사 사람이라도 만날까 처음엔 걱정하셨단다. 그런데 이젠 도리어 누구라도 만났으면 싶으시단다. 모든 걸 은퇴하고 집에 계시니 이런 서클 말고는 사람을 만나려야 만날 수도 없고 그야말로 고립 아이솔레이티드 그렇게 느껴진다 하신다. 그래서 지금은 비록 쓰레기일망정 그런 걸 들고나가다 누구 반가운 사람이라도 만나려나 하시지만 아무도 만나 지지 않더라면서 우리 서클의 중요성을 강조하신다. 여기 나오니 모두 가족 같고 내가 살아있구나를 느끼시겠다고. 




오늘, 계속 폭염주의보가 뜨는 무더운 날 바로 그 서클이 하는 날이다. 몇십 년 함께 직장 생활하고도 모자라 어디 떠나지 않고 울산 가까운 곳에 모여 살며 부부가 함께 공도 치고 밥도 먹고 여행도 하며 노후를 외롭지 않게 함께 보내는 아와나라는 서클. 


입구에 번쩍번쩍 오늘의 날씨와 습도 온도 등이 나타나고 있다. 오늘 최저 25도 최고 33도. 어마어마한 더위가 예상되고 있다. 이런 날 어떻게 공을! 수시로 일기예보를 보며 걱정했지만 그래도 만남의 반가움이 더 크다. 이까짖 더위쯤이야! 하고 몰려들 온다. 





오홋. 캐디 언니 자리에 착 올라앉아있는 책. 과자가 있거나 했지만 이렇게 책이 올라온 모습은 처음이다. 혜민 스님의 책이다. 아마도 책을 참 좋아하는 캐디인가 보다. 책을 좋아하는 가 보아요~  기다리는 경우가 참 많아서요. 그렇다. 밀리면 카트 몇 대씩 기다려야만 한다. 그때는 캐디도 할 일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내가 그 어떤 때고 짬나는 시간에 책을 읽듯 이 캐디도 짬짬이 남는 시간에 책을 읽는 것이다. 하하 멋지다.



이른 새벽임에도 아니 이른 아침?  7시 6분이니 이른 새벽과 이른 아침의 경계일 것 같다. 여하튼 그 이른 때부터 태양의 열기가 오늘 하루 종일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보하고 있다. 그냥 뜨끈뜨끈이다. 지금 최저 온도 25도가 이럴 진대 대낮 33도가 되면 과연 어떨까? 단단히 마음 준비를 해야겠다. 자신감으로 오로지 목표점을 향하여만. 그래.




아, 홀이 거듭될수록 뜨거운 열기 또한 무섭게 상승하고 있다. 선글라스에 모자에 마스크로만은 저 열기를 감당할 수가 없다.  불편하지만 커다란 양산도 모두 하나씩 꺼내 든다. 딱 접어서 두어야 우산이 날아가지 않을 텐데 쓰다 접었다 또 펴고 접고 이 또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매 번 공 앞에서 갈등한다. 접어둘까 그냥 둘까? 하하 그대로 두고 치는데 양산이 쭐레쭐레 저만치 도망간다. 헐레벌떡 가져오고. 하하 불편해도 꼭 접어서 두기로 한다. 그린 위에서는 어쩐지 그린을 상하게 할 것만 같아 그린 밖에 둔다. 퍼팅을 할 때는 뜨거워도 좀 참기로 한다.



어느새 남코스 9번 홀. 난 저 앞에 딱 버티고 있는 저 산이 참 좋다. 공을 치는 내내 정면에서 또는 측면에서 그렇게 나를 지켜주는 듯하다.  이리 오너라~ 그렇게 나를 부르는 것만 같다. 저 멀리 내가 좋아하는 산을 향하여 빵~ 나 대신 공을 날린다. 


골프는 정신력의 게임. 아, 너무 좋아. 너무 재밌어. 어드레스 때 그렇게 마음을 편하게 하면 절로 힘이 빠진다. 거기서 자신감 하나 만으로 빵~ 다른 잡생각 하나 없이 나의 공에만 집중할 때 정말 자연스럽게  싸악 몸이 돌아가면서 저 멀리 쓔우우웅 멋진 샷이 이루어진다. 그때의 쾌감이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그 어떤 무더위일지라도 지친 맘을 싹 씻어주며 마구 활기를 불어넣어준다. 파이팅!



앞 팀이 아직 세컨드 샷을 하지 않았다. 기다려야 한다. 오홋. 요 거이 웬 횡재? 신이 나서 나의 산을 맘껏 찰칵찰칵 하하 요렇게 조렇게 정말 멋진 산 아닌가. 유명한 명산은 아닌 것 같다. 그저 울산 컨트리클럽을 지키고 있는 작은 동산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산의 모양새가 너무 예쁘며 마치 뫼산 한자를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 완벽한 산의 모습이고 항상 저렇게 주변에 아름다운 구름을 대동하고 있다. 저산은 나의 산~ 하하 난 저 산이 참 좋다.



서코스에서 인코스 시작이다. 여자들은 주로 남코스 서코스 짧다 싶은 걸 하고 남자들은 동코스 남코스 쭉쭉 길게 뻗은 코스를 한다. 오늘 우리 여자팀은 남코스 서코스 남편들은 길고 긴 동코스 남코스 진행 중이다. 같은 서클이라도 시간 절약을 위해 이렇게 나뉘어서 치니 서로 만날 일이 없다. 쭈르륵 같은 코스에서 칠 때는 기회만 되면 남편들은 갤러리로 뒤에 쫘악 포진하고 서서 우리들 치는 것을 보며 굿샷~ 나이스 샷~ 그리 잘 가지 않은 샷에도 목청껏 불러주며 힘을 팍팍 실어주는데 말이다. 하하



골프는 집중의 게임. 난 매 홀 그 집중을 최선을 다해하려 노력한다. 마치 자신의 생각을 산책하며 포맷하듯 공 앞에서는 모든 생각 포맷이다. 오로지 공과 나 그리고 목표점만을 생각한다. 모든 건 나의 본능에 맞기고 오직 목표점만을 향하여. 그렇게 집중의 훈련을 한다. 잘 되는 때는 약간 무아지경이라 할까 정말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존재하는 듯한 그런 완벽한 집중의 순간을 만나기도 한다. 그럴 때는 와우~ 모든 동반자에게서 감탄사가 나오고 나 역시 두고두고 그 멋진 순간 몸의 어색한 힘이 다 빠진 상태로 부드럽게 휘둘러 공을 아주 멀리멀리 날려 보내는 그 순간을 생각나게 한다. 아, 바로 그 완벽한 집중의 순간을 위해 이렇게 땀을 뻘뻘 흘리는지도 모른다. 그 순간을 위하여. 그 멋진 완벽한 집중의 순간을 위하여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것이다.





해당화와 배롱나무가 아름답게 지키고 있는 서코스 2번 홀. 그런데 배롱나무, 백일홍, 해당화 이 모두 헷갈리며 잘 모르겠다. 군락을 이루고 정말 예쁘게 피어있는 이 곳 꽃들을 보며 매번 감탄하기에 이번엔 제대로 이 세 가지를 정확히 알아두어야겠다. 하하 또 삼천포다. 그러면 어떠랴. 호기심 천국 궁금한 건 알아야지. 위키백과를 뒤적뒤적.




배롱나무는 부처꽃과 에 속하는 낙엽관목이다. 꽃이 한 번에 피고 지는 것이 아니고 여러 날에 걸쳐 번갈아 피고 져서 오랫동안 펴 있는 것처럼 보여 백일홍이라고 부른다. 백일홍의 소리가 변해서 배롱으로 되었다고 추정한다. 백일홍이라는 국화과의 한해살이풀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럼 여기서 주의하라니 백일홍을 볼까? 위키백과 사진이다. 배롱나무의 사진은 위키백과에 있는 사진도 모두 내가 찍은 바로 저 위의 사진과 동일하므로 따로 싣지 않는다. 



백일홍은 국화과의 한해살이풀로 높이 60∼90cm. 잎은 마주나고 양면이 껄끄러우며 잎자루가 없음. 6∼10월에 여러 가지 빛깔의 두상화(頭狀花)가 오랫동안 핌. 멕시코 원산으로 관상용으로 널리 재배함. 백일초. 백일화(百日花).


그럼 이제 함께 있는 해당화를 볼까?



<출처:위키백과>


해당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 관목 꽃이 아름답고 특유의 향기가 있다. 작은 키나무로 1.5미터 정도. 바닷가 모래땅이나 산기슭에 군락을 형성하며 자란다. 5~7월에 피고 8월부터 주홍색 열매를 맺는다.


엣 헴. 이제는 서코스 2번 홀에서 모두들 감탄할 때 이것은 배롱나무와 해당화고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아주 명확하게 동반자들에게 설명해줄 수 있겠다. 음하하하




자, 이제 다시 골프로 돌아와서 인코스 6번 홀 즈음. 이때쯤이면 집중력도 떨어져 가고 모든 게 해이해지기 쉽다. 여기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집중 집중 집중의 그 매력적인 순간을 회복해야만 한다. 이것은 꽤 노력을 해야 하는 작업으로 그냥 룰루랄라 멋대로 쳐나가는 것과는 정말 다르다. 한 샷 한 샷 정성을 다하여 집중하여 칠 때의 그 황홀한 맘. 하늘은 얼마나 푸르고 그 위에 두둥실 흰구름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거기에 공에 대한 집중이 첨가될 때 난 그야말로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아, 하늘은 정말 아름답다.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목표점 한 번 쳐다보고 빵~  그러나 집중한다고 해도 항상 샷이 멋있는 건 아니다. 파 5 롱 홀에서 쓰리온을 시킬 정도로 잘 해왔는데 그 세 번째 샷이 그린 아래 살짝 언덕 아래로 떨어진다. 그린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뿅 높이 어프로치 한 것은 내리막을 타고 사정없이 굴러가 반대편 그린 에지로 가고 그야말로 냉탕 온탕을 반복한다. 한순간이다. 그렇게 좋아 좋아 잘 나가던 것이 어느 순간 무너지면 그대로 주르륵 폭삭 망한다. 그러니까 항상 기억해야 한다. 골프장에선 그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누가 어떻게 그런 최악의 상황에서 재빨리 훌훌 털고 곧게 일어서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계속 내가 왜 그랬지. 아이 바보야 바보 하고 있으면 안 된다. 그래! 과거는 과거일 뿐! 아무리 엉망진창의 샷을 했더라도 절대 이걸 더 가져가면 안 된다. 새 홀에서는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능청스레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이것은 참 우리의 삶과도 비슷하다. 인생이 우리의 뜻대로 안 되듯 공도 그렇게 나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안될 때 잘 박차고 일어나야 한다. 




서코스 9번 홀. 어느새 모든 게 끝난다. 아차 하는 아쉬움의 순간들. 거기서 왜 그 채를 잡았을까. 왜 그렇게 했을까. 밀려오는 후회감. 그러나 이걸로 끝이다. 오늘은 오늘 라운딩으로 끝. 더 이상 안타까워할 것도 없다. 수고했어요. 참 잘 쳤어요. 모두 함께 악수를 나누며 오늘의 땡땡 땡볕 무더위 속 라운딩을 끝낸다. 

 


모든 것 끝난 뒤 냉탕 속에 몸을 푹푹 담가 열기를 식힌 뒤 클럽하우스 우리 서클룸에 모이게 되는 순간에야 남편들과 합류다. 라운딩 후의 시원한 맥주 한 잔 그 맛을 놓칠 수 없다. 미리 자리 잡고 있는 남편들이 우리 아내들이 들어서자 서둘러 맥주를 따라주신다. 그리고 다음 달에 팀 조성을 위한 뽑기. 여기서 총무인 나는 항상 커다란 헝겊 가방 안에 바둑알 8개를 준비해 간다. 깜장 4개 하양 4개. 자, 투표 시작합니다~ 두구두구 당당하면 남자들 사이에서 봉투가 쫘악 돌고 저마다 한 알씩 골라낸다. 손에 일단 쥐고 있다가 펴세요! 하는 순간 쫙 편다. 거기서 팀이 결정된다. 자, 깜장 돌 불러주세요~ 하면 깜장돌 당첨자가 이름을 외친다. 그렇게 남자팀이 정해지면 여자는 다시 뽑을 필요도 없이 그 남자들의 아내들로 팀이 조성되는 것이다. 그 모든 과정이 너무 재미있어 깔깔 푸하하하


직장에서부터 치면 도대체 몇 년인가.  이젠 가족 보다도 더 친한 존재들. 눈빛만 보아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고 그렇게 함께 나이 들어가는 우리 아와나 부부골프팀. 근처에 모여 살면서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며 노년을 씩씩하게 보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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