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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ug 29. 2019

버치힐 골프클럽과 용평 골프클럽

60년대에 광화문 덕수국교를 다닌 친구들과~







오늘은 2019년 8월 22일 덕수 56 골프 용평 원정경기가 있는 날. 어제부터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있다. 걱정하는 내게 하루 일찍 간 혜원이는 용평은 날씨 너무 좋다고 걱정 하덜덜 말라한다. 새벽까지도 세차게 쏟아지는 빗속에 남편의 걱정이 만만치 않지만 "혜원이가 괜찮대~ 날이 아주 좋대~ "  안심시키며 씩씩하게 길을 떠난다. 울산 C.C.  라운딩이 잡혔던 남편의 일정은 당연히 취소된다. 그만큼 울산에는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다. 남편도 공을 쳐야 떠나는 내가 좀 덜 미안한데 하늘이 안 도와준다. 에고. 어쨌든 난 광명역으로 출발~





광명역에서의 접선은 나도 처음 동언이도 처음. 5번에서 기다린다는 동언이 카톡을 못 본 채  나는 안내 청년 말 따라 1번으로 나가 서로 좀 헤매다 만난다. 그런데 동언이 목소리가 이상하다. 감기가 심하게 걸린 듯 허스키하다.  "지금 많이 나은 거야. 월요일부터 고생했다. 영국과 두바이에서 손님도 와있고 몸 컨디션도 안 좋고 너의 픽업을 맡지 않았으면 안 왔을지도 몰라." 에구에구 미안하여라. 





하늘 너무 예쁘고 끝없이 펼쳐지는 산도 멋지다. "저~기 무슨 산일까? 너무 산새가 예쁘다." 감탄하는 내게 금방 치악산이라고 말해준다. 헉 어떻게 그리 척 알지? 아하 네비에 보니 선명하게 치악산이라고 나와있다. "치악산 하니까 생각난다. 20년 전 회사 직원들과 치악산 정상에 올라가 막 쉬고 있는데  대학생 남자 2명과 여자 1명이 올라오더라고. 그런데  갑자기 여학생이 그대로 픽 쓰러져버리는 거야. 남학생 둘은 여학생에게 손도 못 대고 그냥 어쩔 줄 모르고 있지 여학생은 깨어나지 않지 할 수 없이 내가 업고 내려왔다는 거 아니냐. 동료 한 명이랑 교대로 둘러업고 내려왔다. 산 아래 와서 구급차 실려갈 때까지도 그녀 깨어나지 않았다."  


"와우 정말? 치악산 정상까지 길이 무척 험한데 세상에. 그냥 혼자만으로도 힘든 그곳에서 여학생을 업고!!! 40대 때 한창이었구나. 대단해~" 하하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끝도 없다. 감기로 목이 잠겼다니까 말을 시키지 말까 했지만 그렇게 말을 해가면서 동언이 목소리는 점점 나아지고 있다. 문제는 하하 너무 재미있게 이야기하다 보니 용평으로 빠져나가야 할 곳을 아차 넘겨 강릉까지 갔다 왔다는 것이다. 한번 놓치니 강릉까지 차를 돌릴 곳이 전혀 없다. 에고. 쌩쌩~ 달려라 달려~ 전속력으로 강릉까지 가서 돌려  버치힐 C.C. 에 드디어 다 와가는데 네비 아가씨가 엉뚱한 곳으로 안내 해 골프장 코앞에서 우린 또 헤맨다. 결국 아슬아슬 티오프 시간에 겨우 도착. 




점심도 못 먹고 헐레벌떡 들어가니 짜잔~ 이미 옷 갈아입고 공 치러 나갈 준비 완료인 친구들. "어서 와. 빨리 준비해야겠다." 숙경 언니가 친절하게도 내 손을 잡고 라커룸을 안내해주어 후다 다다다닥 빨리빨리 마구 서두른다. 재빨리 재빨리. 눈썹이 휘날리도록 서둘렀으나 이미 단체 촬영 완료! 조금만 더 서두를 걸. 우리의 플래카드와 함께 촬영하고 있으니 유난히 연세 많은 분들이 많다는 이곳. 어느 분이 지나가며  "어, 내가 덕수 51회인데!" 하시더란다. 하하 모시고 찰칵 하지. 해서 또 깔깔 푸하하하 뒤늦게 헐레벌떡 나간 나를 위해 의리의 친구들 다시 포즈를 취해준다. "잠깐 촬영용 선글라스 껴야 해." 뒤적뒤적 잽싸게 하하




조그마한 집들이 보이는 첫 홀에서 우리들 티오프. 저기가 우리 묵는 곳? 무슨! 저긴 몇 십억 하는 매우 비싼 곳이야. 하하 그런가? 우리는 여자팀. 봉희 언니 숙경 언니 영림이 나. 한 달 만에 다시 만나 안부를 묻고 악수를 하고 서로 꼭 껴안고 하하 




"옥수수 먹어. 이거 우리가 아침 일찍 나가서 사다 놓은 거야." 강원도 찰옥수수라며 숙경 언니가 챙겨준다. 하루 일찍 이 곳에 온 혜원이랑 봉희 언니랑 숙경 언니랑 우리를 위해 이른 아침 장에 가 사놓았단다. 바나나도 함께 준다. "아, 고마워요 언니." 꽉 한 입 무는데 세상에 배가 고파서 일까 너무 맛있다. 그뿐인가. 상용이 쵸코렛이 한 깡통 준비되어 있고 영림이의 감말랭이까지 먹을 것 한가득이다. 점심 안 먹었어도 픙성한 우리 덕수 56 골프에선 걱정할 거 하나 없다. 




아, 울산에 그렇게 쏟아지던 비는 같은 나라인데 이 곳에서는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다고 쨍~ 햇빛이 심하게 우리를 괴롭히는 것도 아니면서 아주 맑게 갠 하늘이 기가 막히다. 그런데 공기가  정말 신선하고 깨끗하다. 후읍~흡! 숨을 깊게 여러 번 들이마신다. 





이미 가을 하늘일까? 공기만이 아니다. 하늘이 너무 예쁘다. 파란 하늘에 뭉게뭉게 하얀 구름. 잔디도 관리가 잘 되어있고 우리 매번 오르락내리락 경사 라이에서 힘들어하던 참밸리와 달리 여긴 쫘악 펼쳐진 평지가 넉넉하다.  "나 오늘 퍼팅이 잘 안되네." 걱정하는 봉희 언니. 그러나 드라이버 샷이 빵빵 시원스레 얼마나 멋지게 날아가는지 모른다. 골프라는 게 항상 이렇다. 무언가 하나 잘 되면 꼭 다른 하나가 말썽을 일으킨다. 그런데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즐기리라. 나 역시 퍼팅이 잘 안되고 있다. 그러나 어떠랴. 또 잘 되겠지. 하하




어느새 9홀이 끝나고 잠시 휴식. 카트가 많이 밀려 있다. 그린하우스에 들어가니 관종이랑 혜원이랑 재호랑 동언이랑 너무들 맛있게  국수를 먹고 있다. 아주 매워 보이는 시뻘건 국수다. 빈 속에 너무 매울 것 같아 난 물로 시킨다. 영림이랑 봉희 언니는 비빔이다. 우리는 커피를 시키기 위해 국수는 두 그릇만 시켜서 나눠 먹는다. 


그런데 비빔막국수가 훨씬 맛있어 보인다. 물막국수는 그냥 심심하다. '괜히 물을 시켰나?' 살짝 후회하고 있는데 혜원이가 빵! 결정타를 날린다. "여기선 비빔국수를 먹어야지. 여기 비빔이 얼마나 맛있는데." 에고 진작 비빔을 시킬 걸. 비빔이냐 물이냐 짜장이냐 짬뽕이냐는 언제나 갈등이다. 이 나이까지도!



조용! 반갑고 좋다고 이런저런 수다 떨던 영림이랑 나는 봉희 언니에게 딱 걸린다. 넵!!! 티샷 할 때는 조용히. 조용 아주 조용히. 새벽부터 설치며 울산에서 오느라  정신없지만 그래도 이 맑은 공기와 친구들 너무 좋다. 어제도 몰라요 내일도 몰라요. 나에겐 오늘 지금 이 순간이 있을 뿐. 지금 좋으면 모든 게 좋은 것 하하  50여 년 전 광화문 덕수 국교 함께 다닌 친구들이랑 룰루랄라 라운딩이라니. 아, 좋다.


아, 카트를 타면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지만 그냥 걸어가면  무더위 기세가 아직 쌩쌩하다.  쨍쨍 쨍쨍 갑자기 내리쬐는 햇빛에 모두 시들시들 시들어간다. 힘들다. "영림이가 달라졌어요~ " "너 미국에서 코치받고 왔지? "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영림이의 샷은 달라졌다. 아니. 저 작은 몸으로 어떻게 저 멀리!  쓔우우웅 영림이 공이 하늘을 가르며  쭈욱 뻗어나간다.  



아, 내가 참 좋아하는 삼각형 모양의 산. 앞에는 맑고도 잔잔한 호수. '집중 집중 다른 거 생각하지 마. 온 정성을 다해 공을 치는 거야. 그래. 공에만 집중하자고.' 그런데 자꾸 집중이 흐트러지고 팔에 힘이 들어가며 공은 영 시원찮게 날아간다. 멋지게 뻥~ 빵~ 쓔웅 저 파란 하늘을 가르며 시원하게 쭈욱 뻗어주면 좋겠는데 말이다. 피로해서일까? 속상하다. 그래도 공은 공. 인연은 인연. 우리는 함께 하는 이 순간이 좋다. "너희들 수세미 알아?" 하하 숙경 언니는 우리들 옛날 추억을 건드리며 수세미 호박 등이 있는 곳으로 끌고 간다. 그만큼 카트가 밀리고 있다. 홀에서 홀로 이동하며 기다림이 길어지고 있다. 




어머나 어머나 이 호박 좀 봐. 어쩜 요렇게 생겼을까? 관상용? 아니야 사람들 따가지 말라고 그냥 관상용이라고 쓰여있는 거야. 점점 저렇게 늙은 호박이 되어가는 거지. 그런데 정말 호박 예쁘다. 이걸 어떻게 먹을 수 있을까. 




"혜영아, 이거 찍어." 쭉쭉 뻗은 나무들이 정말 멋지다. 모두들 멋진 풍경이 나타나면 "혜영아 이거 찍어 이거 이거." 그렇게 이야기한다. 찰칵찰칵 나는 순종한다. 와우 그런데 쭉쭉 뻗은 건강한 소나무들 정말 멋지다. 

꼭대기에 와서 카트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뒤에 오는 건이랑 재호랑 완주랑 어떻게 치나 지켜본다. 과연 그린에 올리나 못 올리나~  "에이 하나도 못 올리네~ 하하 우린 다 올렸는데." 그렇게 깔깔대며 다음 홀로 전진~




여기 찍어라 저기 찍어라. 그에 따라 정신없이 나도 찍기 바쁘다 그럼 그럼 우리 남겨야지. 사진을 남겨야지. 그러냐 경치뿐이지 인물 찍히기는 또 싫어한다. 그래서 착한 나는 열심히 인물을 뺀 경치를 찍는다. 그러는 내가 실루엣으로 풍경사진 속 한 인물이 된다. 하하




집중하자고 했지. 집중. 일단 공을 보고 자연스럽게 내려오도록 공을 꼭 보고. 그러나 퍼팅에서 또 실패. "혜영아. 너 오늘은 퍼팅 때 너무 많이 몸을 쓴다. 온몸으로 퍼팅하네." 그런가? 무어가 잘못된 걸까? 긴 퍼팅 짧은 퍼팅 모두 안 들어가고 있다. 살짝 비켜갔을 때의 그 안타까움이라니. 집중이 모자라서 일까? 다시 집중해 조심조심 신중하게.




뜨거운 태양을 피해 마스크가 아니라 양산을 쓰기로 한다. 그리고 걸으니 시원한 바람이 불지 않는다. 카트에 앉아있으면 그대로 시원한 바람이 솔솔솔 솔  신나게 불어온다. 걸을 때는 그 맛을 느낄 수가 없다. 그러나 운동이 되려면 걸어야 한다. 그래 걷자.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고기를 먹어야지? 한우 마을 고기가 좋은 곳으로 간다. 맘에 드는 고기를 직접 골라야 한단다. 여학생들이 고기를 고르기로 한다. 쫘악 진열된 맛있게 보이는 고기들. 그러나 너무 비싸다. 그리고 고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여러 사람이 이것저것 고르니 이리저리 중복되며 정신없다. 재호에게 모두 맡기기로 한다. "네가 책임지고 좋은 고기로 5 테이블 꽉꽉 채워 넣어." 누나들의 명령에 싹싹한 재호 "넵!!!"  

오늘 처음 온 건이. 동창이란 이런 것일까. 너무 잘 적응하는 건이. 처음에 "안녕하세요~" 하자마자 날아가는 포격. "여기서 존댓말은 안돼. 그러면 그대로 아웃이야." 그 룰을 알려준다. 그러기도 전에 이미 덕수 분위기에 흠뻑 젖은 건이. 이미 오래된 우리와 꼭 같이 시끌시끌 함께 재밌다. 처음 신고식이라고 밸런타인 30년 산을 들고 와 인사한다. 아 비싼 술이네~ 헤헤





시뻘건 숯불 위에 고기와 버섯을 올린다. 그런데 바로 요거 한 덩이 정도가 3만 원 4만 원, 우아 정말 너무 비싸다. 한우가 그렇지 모! 이런 거 강남에서 먹으려면 더 주어야 해. 그래도 우리 모처럼의 원정 경기인데 고기 먹어줘야지. 맞아. 고기가 좋다. 아주 좋은 고기야. 

옆에 있던 민형이가 써빙 아주머니에게 만원을 슬그머니 쥐어준다. 그리고 조금 있다 또 만원을 건네려 한다. 곁에 있던 우리가 아까 줬잖아. 하며 말리려 하니 냅둬! 돈은 쓸 데 쓰면 괜찮은 거야. 모두들 쓸 데 안 쓰고 이상한 데 써서 탈이 나는 거지. 하며 또 준다. 자글자글 맛있게 익어가는 고기. 즐거운 친구들. 원정경기에 5조 만땅이라니 이럴 수는 없다. 하하 덕수 56 골프 그 번영을 위하여 파이팅!!! 


대학 첫 미팅 때 만난 파트너와 결혼까지 성공했다는 건이 이야기에 "뭐? 아내 이름이 맹아무개라고? " 앞에 있던 완주가 바로바로 중학교 때 같이 과외 한 애라고 하면서 우리들 추억의 이야기는 더욱 불타오른다. 깔깔 푸하하하 고기를 다 먹고 된장찌개에 밥도 먹고 물냉면도 먹고 먹을 것 다 먹고는 이제 노래방으로! 맹 총무님 모두 예약 완료. 


그냥 서로 바라만 보아도 좋은 친구들. 어디서 이렇게 즐겁고 편하고 재미있는 친구들을 다시 만들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이다. 50여 년 전 반드시 광화문 덕수 국민학교를 다녔어야만 가능한 인연이다. 50년 전 우리들 이야기가 팩트 그 자체로 무척 잘 통하는 신기한 모임 국민학교 동창. 아, 좋다. 아 편해~ 하하 모두들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삭막한 이 세상에 한 줄기 오아시스라고나 할까. 



우아 무슨 노래방이 이렇게 커? 호텔처럼 쫙 길게 방들이 늘어져 있는데 깔끔하며 아주 화려하다. 용평 리조트에서 꽤 유명한 노래방인가 보다. 와 아아아 아 참 좋다. 어서 우리 방으로 들어가 잣. 오예! 노래방에서는 또 다른 편안한 만남. 모든 걸 풀어놓고 그냥 어릴 때 친구들이 된다. 신입생 건이가 용감하게도 제일 먼저 마이크를 잡는다. 와우. 자신만만. 아마도 친구에 취해서일께다. 친구라는 노래를 그윽하게 불러내며 우리 모두가 친구임을 확인시켜준다.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 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아, 정말 멋진 가사들이다. 주옥같은 노래를 열창하면 앉아있는 우리는 그 아름다운 가사에 푹 빠져든다. 재호는 어느새 나가 맥주와 과자 등을 한 가득 사들고 와 쫘악 풀어놓는다. 재하는 맛있는 커피를 그것도 빅 사이즈로 냉커피 따뜻한 커피 골고루 사다 분위기에 푹 젖어있는 친구들에게 나누어 준다. 커피, 맥주, 노래 이것만으로도 분위기 그만인데 오십 년 전 추억을 공유하는 친구들과 함께라니. 멋지지 아니한가.


지친 어깰 돌아서 내려오는 달빛을 본다 별빛 같은 네온에 깊은 밤을 깨워보지만 죽음보다 더 깊은 젊은 날은 
눈을 감은 채 돌아 누웠지 숨을 죽이며 울고 있었지 천년 같은 하루와 내 모든 걸 빼앗아 가고 한숨 속에 살다가 사라지는 나를 보았지


봉희 언니의 지중해. 봉희 언니는 가수다. 우리들 심금을 울리며 멋지게 노래를 불러준다. 우리는 그냥 그 노래에 그 가사에 그 분위기에 흠뻑 취한다. 계곡 속에 흐르는 물 찾아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숙경 언니가 고개를 위로 아래로 세련되게 온몸을 흔들며 여행을 떠나자고 열창을 한다. 아무도 자리에 앉아있을 수가 없다. 어깨가 들썩들썩. 푸른 언덕에 배낭을 메고~ 모두들 목청껏 따라 부른다. 학창 시절로 돌아가 신나게 꽥꽥 소리 지르며 노래한다. 하하 푸하하하 수많은 사람 빌딩 숲 속을 벗어나 봐요. 여행을 떠나요~  우리는 지금 여행을 떠나왔다. 오예! 하하 굽이 굽이 깊은 산중에 시원한 바람 나를 반기네 하늘을 보며 노래 부르세 노래 부르세~ 그야말로 노래방이 떠나갈 듯이다.


한번 떠난 사랑은 내 마음엔 없어요 추억도 내겐 없어요 문 밖에 있는 그대  거둬요 가슴 아픈 사랑을 이제는 잊어요 무대에선 재하가 열창 중이다. 부서지는 모래성을 쌓으며 또 쌓으며 꼬마 인형을 가슴에 안고 나는 기다릴래요~ 영림이의 꼬마 인형 외로운 사람끼리 아 -만나서 그렇게 또 정이 들고 어차피 인생은 빈 술잔 들고 취하는 것 그대여 나머지 사랑은 나의 빈 잔을 채워주오 재호의 빈 잔. 아, 불려지는 노래들을 듣고 있으면 그 가사들이 모두 마음속 깊이 들어온다. 가만히 앉아서 친구들이 불러주는 멋진 곡들을 따라 나오는 가사를 보며 듣는 재미가 이만저만 아니다. 친구들은 어쩜 저렇게 멋진 가사의 노래들을 많이 알까?


아득히 밀려오는 또렷한 그 소리는 잃어버린 그 옛날의 행복이 젖어있네 외로움에 지쳐버린 내 마음을 어떻게 말로 다하나요. 누가 어떤 노래를 했는지는 중요치 않다. 무언가 모두들 추억의 노래들을 부르고 그 가사 분위기에 맘껏 취한다는 것. 아 얼마나 매력적인가. 같은 시대 같은 때를 살아온 같은 추억이 가득한 친구들이 함께 운동하고 밥 먹고 노래하고. 아, 지금 우리는 너무 좋다. 

Hands, touching hands, reaching out Touching me, touching you Oh, sweet Caroline 꿈쩍 않던 상용이가 드디어 마이크를 잡는다. 스위트 캐롤라인 엉덩이가 들썩들썩 모두 일어나 스위트 캐롤라인~ 목청껏 외친다. 하하



밤 12시가 이미 넘는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마냥 분위기에 취해있었다. 영원한 나의 룸메 영림이랑 호텔로 들어와 찰칵. 50년 전 우리 6학년 10반 교실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꼬맹이 영림이. 난 오른쪽 끝 맨 뒷자리에 혜원이랑 같이 짝이 되어 앉아있었고. 그때  바로 그 교실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13살이던 우리가 지금 63살이라니. 참 세월이 많이도 흘렀다. 


호텔 방 창 밖으로는 나무가 우거져있다. 어디 묵었는지 호텔방도 남겨야겠지? 그렇지? 영림이가 잽싸게 포즈를 잡아 준다. 하하 우리는 이제 서로 쿵작이 너무 잘 맞는다. 우리는 영원한 룸메~ 




웰컴 투 용평. 작년에도 우리는 용평에서의 원정경기를 계획했었다. 그런데 그때는 천둥 번개로 모든 일정이 취소되었다. 금년 우리의 라운딩엔 얼마나 날이 좋은지 우리는 복 받은 거야 우리는 행운아란 말을 달고 다닌다. 하하 용평 C.C. 클럽하우스에서의 아침식사다. 아 맛있다를 연발하며 매운 얼큰 해장국을 후루룩 잘도 먹는 혜원이. 나는 건이 따라 황태 해장국을 시켰는데 약간 멀국이다. 항상 혜원이 시키는 걸 따라 시켜야겠나 보다. 그럼 비빔막국수를 맛있게 먹었을 텐데 하하 이제부턴 혜원이가 무얼 시키나 잘 봐야지. 푸하하하


"와, 상용아, 옷 색깔 너무 멋져~ " 여학생들의 환호 속에 찰칵. 항상 어두컴컴한 색깔만 입던 상용이의 화려한 변신이다. 너무 잘 어울린다. "상용아 이제 그렇게 밝은 옷만 입기~" 여학생들 모두가 상용이에게 소리친다. 용평 C.C. 에서도 우리의 플래카드를 들고 인증숏. 모두 올 때까지 이 플래카드를 들고 서있으려니 약간 창피. 하하 걷었다가 모두 다 모였을 때 다시 펼친다. 푸하하하 


오늘 조는 기사님과 승객의 편성인가. 지금까지 수서역에서 나를 픽업해왔던 윤표와 나, 그리고 분당에서 영림이를 픽업하는 재하랑 영림이다. 차를 타고 많은 대화를 나누다 보니 덕수 56 전체의 친숙함 보다도 더 강한 친밀감이 느껴지는 우리의 기사님들이다. 하하 




금요일은 이미 주말로 들어가서일까. 카트가 어마어마하게 밀려있다. 저 많은 카트를 기다려 티샷에 들어간다. 

"촬영 있겠습니다~ " 어떻게든 모이기만 하면 찰칵찰칵 우리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난 친구들을 달달 볶는다.

"혜영인 못 말려." 투덜대면서도 들 잽싸게 멋지게 포즈를 취해준다. 하하



용평 C.C. 버치힐 C.C. 또 퍼블릭 나인홀 용평 C.C.  모두 사장은 한 명 같은 사람이란다. 워낙 오래전에 생긴 전통의 골프장이라 나무들 모습이 아주 장관이다. 남자들 티샷 하는 자리에 있는 나무가 너무 멋져 기어 올라가 찰칵. 하하




오늘은 모두 4조가 뛴다. 강나루 코스에서 나랑 영림이랑 윤표랑 재하가 뛴다. 그리고 우리 뒤에 완주 건이 재호다. 저쪽 산마루 코스에서는 관종이, 혜원이, 봉희 언니, 숙경 언니가 뛰고 종균이 상용이 승언이 금자 씨가 그 뒤에 뛴다. 엇둘엇둘 열심히 준비체조를 한다. 



멀리 우리 뒷조 건이 완주 재호가 보인다. 장타 세 명이다 보니 얼마나 빨리 따라오는지 우리가 헉헉 댈 지경이다. 툭하면 하하 그린 근처 와서 떡 버티고 서있는 그들. "접근 못하게 해 주세요." 살짝 캐디에게 부탁한다. 와이? 갤러리가 많으면 영림이랑 나는 공에 영향을 받으니까. 헤헤


재하랑 윤표. 함께 백바지를 입고 멋지게 빵빵~ 쳐나갔지만 어느 홀에선가 영림이랑 나는 저 멀리 쭈욱쭉 뻗어나갔는데 재하랑 윤표랑 이상하게 뒤땅을 치며 헤맨다. 미안한지 우리에게 하는 말, "우리 설사 조라 그래." 푸하하하 어젯밤 고기 때문일까 고기 먹은 후에 노래방에서 재호가 사 온 차가운 맥주를 마셔서일까 재하가 사 온 냉커피를 마셔서일까 여하튼 재하도 윤표도 이날 아침부터 화장실을 들락날락 설사에 시달린다. 




어제는 그래도 좀 땡볕도 있고 더위가 심했는데 오늘은 그런 게 하나도 없다. 어쩜 날씨가 마치 가을처럼 살랑살랑 바람이 불고 해님도 절대 세게 등장하지 않는다. 살포시 나오는 듯 마는 듯 아, 정말 공치기 최고의 날씨다. "오늘 날씨 너무 좋지?" 카트 타고 이동 때마다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날씨에 감탄한다. 


화장실도 다녀오고 커피 리필도 받고 나와보니 우리 뒷조 건이와  완주도 이미 나와있고 산마루 쪽 관종이와 숙경 언니도 있다. 서로 다른 조일 때는 이렇게 9홀 끝나고 잠깐 휴식시간에 얼굴이 마주칠 뿐이다. 그래도 얼마나 반가운지 하하 신입생 건이를 놓칠 리 없다. "촬영 있겠습니다~" 얼떨결에 포즈 취하는 건이에게 친구들이 이야기해준다. 끝나고 나면 혜영이가 촤르르륵 복기해준단다. 나중에 세월이 흘러 우리 한 80살쯤 되었을 때 다시 읽으면 "한창 젊을 때 우리가 이랬네~" 할 거야 해서 또 깔깔 푸하하하


그런데 우리말야 17년 정도면 이제 80살 된다. 살아보니 이젠 그 10년이란 세월도 그리 길지 않던데 말이야. 정말 휙휙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이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우리 지금 이 순간, 운동할 수 있는 이 순간을 맘껏 누리자꾸나. 오케이. 그렇게 서로서로 건강을 다짐하며 짧은 휴식을 끝낸다. 


뒤늦게 등장하는 종균이 상용이 팀. 금자 씨와 승언이와 함께 하는 팀. 그렇게 4팀 잠깐이나마 모두 만난다. "잘 쳐~ " "그래 잘 쳐~" 인사를 나누고 캐디가 부르는 곳으로 재빨리 쌩쌩~ 달려간다. 이제는 산마루 코스다. 파이팅!!! 잘 치자!!!




아, 이 곳 참 아름답다. 특히 자작나무 울타리로 쭉쭉 뻗은 소나무 사이로 돌계단 오솔길이 나 있는데 너무 예쁘다. 이 곳을 영림이랑 걸어 올라가는데 그냥 산소가 마구마구 몸속으로 흡입되는 느낌이다. 나무가 어쩜 이렇게 튼튼하게 쭉쭉 하늘로 뻗어있을까. 완전 초록의 향연이다. 산소로 범벅을 하며 가는 느낌이다. 하하


쭉쭉 뻗은 소나무와 삼각형 전형적인 산의 모양과 그리고 우리의 집중을 요하는 동그란 홀이 있는 깃대. 그리고 파란 하늘 두둥실 흰구름. 50년 전 함께 광화문 덕수 국교를 다닌 친구들과의 라운딩. 아,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시간이 지나며 설사에서 회복된 재하가 빵빵! 다시 실력 발휘. 결국 우리 팀에서 딱 한 개 버디를 해낸다. "네가 우리 조 체면을 살려줬네. 그래도 버디 하나 나왔어." 하하 게다가 무언가 뚱하던 캐디 청년에게도 버디 팁이 주어져 뚱~ 이 약간 사라진다. 하하



참으로 오래전에 만들어졌다는 용평 C.C. 회원 평균 연령이 80세라 하던가? 여하튼 오래된 만큼 나무들은 그 관록을 자랑하고 있다. 기막힌 날씨에 고개만 들면 등장하는 구비구비 너무도 아름다운 산들. 널찍널찍한 페어웨이. 잘 가꾸어진 잔디. 참으로 아름다운 골프장. 이제 모든 게임이 끝난다. 아쉽다.  "아, 더 하고 싶어~ 이제야 몸이 풀리는데~" 푸하하하


자, 이제 모두 '노다지' 점심 식사할 식당으로 이동. 아까맹키로~ 하하 타고 온 차량에 그대로 모두 탄다. 영림이는 재하랑 윤표랑 같이 왔기에 윤표 차에 나는 동언이가 회사일로 급히 돌아가는 바람에  관종이랑 완주 차에. 완주 차를 기다리는 나를 향해 "어서 와~" 손을 흔드는 영림이. "오케이 금방 간다~" 하하 나의 영원한 룸메 영림이~ "오래오래 건강하여라. 네가 와야 내가 오고 내가 가야 네가 간다." 하하 우린 늘 그렇게 외친다. 


여전히 바쁘신 우리 총무님, 마지막까지 모두를 챙기고 잊은 것 없나 뒤돌아보고 끝까지 서류 들고 이리저리 고개 획획. "노다지야 노다지 그리로 가~ "식사 장소 안내로도 바쁘다. 



노다지에서 먹는 오삼불고기. 와우 떡볶이 떡이 들어있어 신난다. 거기다 더덕구이를 첨가해 더덕 향이 사르르 번지며 오징어와 돼지 삼겹살이 어우러져 너무 맛있다. 게다가 밑반찬이 깔끔하니 참 맛있다. "어제 우리 너무 비싸게 먹은 거 아냐? 여기서 먹었으면 좀 절약되었겠다." 불쑥 내뱉는 나의 말에 "야. 여기까지 와서 그래도 한우는 먹어줘야지!"  혜원이가 빵! 하하 "그래 맞아 맞아. 고기는 좀 먹어줘야겠지? 질 좋은 고기로?"  금방 꽁지 내리는 나. 푸하하하


밥도 다 먹고 이제는 아쉬운 이별을 해야 할 시간. 여차하면 퇴근 시간에 걸리면 큰일이니 어서어서 서둘러들 떠나기로 한다. 서로 껴안기도 하고 악수도 하며 헤어짐의 인사를 한참 한다. "가, 어서 가. 어서들 가." 총무가 겨우 모두 해산시킨다. "우리 건강하게 오래오래 이렇게 공 치자." "그래그래 잘 가~ "



관종이와 완주가 앞에 앉고 난 뒤에 앉았는데 아, 피로가 몰려온다. 몸이 기운다. 살짝~ 누워볼까? "나, 여기 누워도 될까?" "그럼 그럼 그래 누워." 하하 그래서 그 뒷자리에 배낭을 베개 삼아 허리를 바닥에  깔고 다리만 살짝 구부려 온 몸을 편다."와우 너무 편해". 그리고 우리 셋의 추억 이야기는 시작되었으니 완주 관종이 모두 한 때 너무너무 잘 나가던 그 멋진 시절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덕수 이야기로 현재 삶의 이야기로 대화는 종횡무진 그 많은 시간을 끝없이 이야기한다. 쿨쿨 잠만 자겠다던 완주도 쌩쌩이다. 

광명역에 내려 투썸플레이스에서 관종이가 사주는 맛있는 커피와 함께 우리의 수다는 또 한없이 이어졌으니 와 무궁무진한 우리 덕수 동창들의 60여 년 살아온 이야기들. 같은 시대를 살아 같은 추억이 있는 귀한 친구들. 빠이빠이~ 잘 가. 조심해서가. 안녕. 그렇게 그들은 다시 그들의 집으로 나는 울산행 기차를 타러 지하로. 덕수 56 골프여 영원하여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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