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뜰 Aug 31. 2019

울산 C.C.골프 8월 라운딩

미소회

미소회


아, 땡볕 여름 하늘이 너무 예쁘다. 하얀 구름과 파란 하늘과 밝은 태양빛의 조화. 이 아름다운 날 미소가 아름다운 여인들의 모임 미소회가 열린다. 무더위라 벌금 없이 빠질 수 있는 날이라서일까 도무지 딱 2조 뿐이다. 작년엔 딱 1조가 했다.





이미 즐겁게 진을 치고 있는 우리 예쁜 동생들. 여기 미소회 분위기는 너무 좋아요~ 그렇게 입을 모은다. 특히 모든 걸 베푸려 하는 우리 회원들의 마음 씀씀이가 귀하단다. 아무 곳에서나 볼 수 없는 장면이란다. 아닌 게 아니라 모두들 한 보따리씩 무언가를 해 왔으니,



언제나처럼 우리 문정이, 맛있는 수제 고급 쿠키를 만들어와 나누고 언니~ 언니~ 아직 안 돼. 입술도 발라야 하고 콤팩트도 해야 하고 촬영 준비가 덜 되었어~ 하는 정숙, 아예 커다란 아이스팩 가방째로 안기니 그 안에는 운동 중 열었을 때 감동 그 자체였던 시원한 수박과 방울토마토가 가득이다. 난 딱 2 조니까 들고 올 수 있었어요. 그 말에 맞게 은향은 자기 팔뚝만 한 거대한 바나나를 가져왔으니 그것만으로도 너무 무거워 만약 4조였다면 가져올 엄두도 못 냈으리라. 딱 점심시간이 티 오프라 점심을 먹기도 안 먹기도 아주 애매한 시간. 이런 먹거리들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나 역시 지난 달에 해간 떡이 너무 맛있다는 말에 힘입어 이번엔 서울식으로 멥쌀로만 만든 팥시루떡을 딱 출발 시간에 맞춰 배달시켜 그야말로 따끈따끈한 채로 제공한다. 아, 맛있어요 언니~ 요 말이 너무 좋아서. 하하 필금 역시 미숫가루를 한 봉지 마련해와 우리가 헉헉 더위에 지쳐갈 즈음 얼음을 동동 띄워 시원하게 제공한다. 아, 달콤하고 시원하고 배 든든하고. 우리 어린 캐디는 밥을 못 먹고 와 배고픈데 먹을 게 너무 많아 다행이라며 참 좋아한다. 



글쎄 게스트로 갔는데 먹을 게 아무것도 없어서 내가 다 먹였다니까요. 하하 맞아 맞아. 우리 미소회는 아주 풍성해. 서로 베푸려는 자세가 너무 좋아~ 모두들 우리 미소 회의 좋은 분위기를 자랑하며 시작부터 마구 웃음을 날린다. 후배와 선배? 동생과 언니? 하하 어쨌든 젊은 층과 쪼끔 안 젊은 층으로 나뉘어 경기가 진행된다.



서코스 1번 홀 앞조가 이미 나가버려 뻥~ 뚫린 채 우리를 기다린다. 아, 하늘은 어찌 저리도 아름다울꼬. 더위만 아니라면 실로 여름은 골프 천국. 몸 휙휙 잘 돌아가~ 잔디 무성해. 하늘은 둥글둥글 뭉게구름이 온통 활개를 치고 있다.



서코스 2번 홀 너무 예쁜 꽃. 한 번에 피고 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날에 걸쳐 번갈아 피고 져서 백일동안 꽃이 펴 있는 것처럼 보여 백일홍이라고 불렀는데 백일홍 백일홍 하던 게 쉽게 발음하다 보니 배롱으로 되었다는 배롱나무. 백일홍이라는 국화과의 한해살이풀과는 확실히 다른 것이다.




그런데 서코스 2번 홀에는 배롱나무뿐만 아니라 해당화도 있다. 주홍색 열매가 맺혀있는 것이 해당화다. 여하튼 이젠 해당화와 국화과 1년생 백일홍과 배롱나무를 확실히 구별할 수 있다. 



오늘 우리 조는 무언가 게임을 할 정신도 없이 그냥 바빴다고 할까, 무더위에 지쳤다고 할까 먹고 이야기하느라 즐거워서라고 할까. 여하튼 내기를 하지 않았다. 그냥 서로 이야기하며 공에 집중하며 라운딩을 한 것이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나중에 캐디에게 돈을 줄 때 문제다. 모두 모아서 앞에 앉은 내게 주었는데 난 잠시 갈등한다. 오늘 캐디는 괭장히 초보였다. 거리는 거의 틀리게 불러주고 라이도 이상하게. 그래서 사실 선뜻 만원 팁을 더 얹어주고픈 마음이 들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뒤에 형숙이 있다. 만원 더 줄까 말까? 묻는데 그냥 자기 달라고 한다. 그래서 주었더니 본인이 만원 보태서 13만 원을 준다. 아, 여기서 반성. 난 아직 어디서나 막내여서 어른을 잘 못해봤다. 앞자리는 항상 사모님 자리였다. 그리고 항상 사모님이 냈다. 거기 익숙해져 있는 데 어느새 내가 그 나이가 된 것이다. 캐디가 잘했건 못 했건 앞자리 앉은 내가 수고했다고 턱 만원을 더 보태어 주었어야 하는 것 같다.



회장님 글만 잘 쓰는 줄 알았더니 개명도 잘하시네요~ 오잉? 몬 말? 하이코 난 알지도 못하는 새 내가 소향~ 소향~ 하고 불렀는가 보다. 헉. 어떻게 그랬을까? 소향? 내가? 하하 은소향? 아니 소은 향인데. 은향이라 불러야 하는데 소향이라 불렀나 보다. 정작 본인은 천연덕스럽게 거기 네~ 하고 계속 응대했나 보다. 곁에서 보다 못한 필금이 말해준 것이다. 하 어떻게 은향이 소향이 될까? 미안하다고 막 사과하니 괜찮아요. 많이들 그렇게 불러요~ 하는 게 아닌가. 하하 정말 신기하다. 예술의 전당이 전설의 고향이 되듯 그런 것인가 보다. 



정성껏 정성껏 필금이 퍼팅을 한다. 처음 퍼팅하는 자가 땡그랑 하면 모두들 줄줄이 땡그랑. 아니면 모두 노. 하하 참 이상하다. 들어가면 다 들어가고 안 들어가면 모두 살짝 비켜난다. 그래서 우리는 제일 먼저 퍼팅한 사람 탓을 한다. 네가 못 넣어서 그래! 푸하하하 골프는 안 되는 108가지 이유가 있으며 그 맨 마지막이 이상하게 안되네~ 라고 했던가. 푸하하하 별 데 다 공이 안 되는 이유를 갖다 붙인다.



동생들의 퍼팅을 곁에서 응원하며 잘 지켜봐 주는 형숙. 우리는 그렇게 서로 격려하며 즐거운 라운딩을 한다. 먼 거리 펏의 땡그랑! 소리에 마치 내가 넣은 양 기뻐해 가면서. 


아, 나를 마지막 조에 주면 안 되는데. 아무리 빨리빨리 서둘러도 난 참 느리다. 유전자적으로 재빠르지 못한가 보다. 밥 먹는 것도 느리고 닦는 것도 느리고. 그래서  후다다닥 서둘러 왔지만 맨 꽁찌. 이미 식사는 시작되고 있다.




자, 아무리 늦어도 사진 촬영을 안 할 수는 없지. 또 발동. 즐거운 우리 미소회. 오붓하니 도무지 8명. 그러나 이렇게 가까이 몰려 앉으니 서로서로 눈도 맞출 수 있고 말하는 것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아주 잘 들린다. 그래서 느껴지는 특별한 친밀감은 조촐한 팀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우리의 총무님이 고르는 메뉴는 언제나 탁월하다. 모든 게 아주 맛있다. 그런데 이것은 분명 김치찌개인데 김치를 찾으려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찾아야 한다. 김치보다 고기가 더 많은 김치찌개. 하하 그래도 참 맛있다. 10월이나 11월 행사가 많은데 주로 넷째 주 월요일에 하기 때문에 바로 그날이 운동하는 날인 우리는 못하게 될 가능성이 꽤 높다 한다. 그럴 경우 일단 그다음 주나 앞 주로라도 받아 한 달에 한 번은 꼭 하기로 한다. 대신 날짜를 바꾸는 것인 만큼 그때는 결석을 해도 결석 비는 내지 않는 것으로 한다. 땅땅땅   <끝>

작가의 이전글 버치힐 골프클럽과 용평 골프클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