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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ug 17. 2019

간헐적 단식 의리상 깨다

규칙은 깨지라고 있는 것 푸하하하

콩국수 먹고 싶다.


헉, 어떡하지? 이미 깜깜해졌기에 나는 시계를 본다. 저녁 8시. 나의 먹을 수 있는 시간은 끝났다. 난 7시 또는 6시까지만 먹기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수변공원 산책에 조금 늦게 나섰다. 그래서 이미 시간이 꽤 늦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늦어지면 난 아예 저녁을 포기해 버린다. 저녁시간 놓친 걸 할 수 없지 모 하면서. 그런데 함께 산책을 끝낸 그가 오늘따라 유난히 냉콩국수가 먹고 싶다 한다.


어떡하지? 혼자 먹게 하고 나 혼자 집에 들어간다? 그건 또 아니지 않은가. 그럼 둘이 식당에 가되 그 혼자만 먹고 나는 안 먹는다? 그게 가능할까? 내가 과연 코앞에서 먹는 그 앞에서 홀로 안 먹고 견딜 수 있을까? 그럼 나도 그냥 함께 먹어? 아, 그러자니 그동안 그래도 꽤 오래 저녁 6시 또는 7시 이후엔 절대 안 먹어온 나의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가 무너지는 순간인데. 무엇이든지 단 한 번이 무서운 이유는 그 한 번이 무너지면 그때부터는 줄줄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흠 어떻게 할까?


그러나 우리는 오늘 산책할 때 핸드폰도 놓고 지갑도 놓고 아무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 잠시만이라도 핸드폰에서의 해방 모든 것에서의 해방을 위함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배가 고파지고 먹고 싶어 질 줄이야. 집밥귀신 남편 입에서 나온 콩국수 먹고 갈래? 캬~ 이 귀한 말을 내가 어찌 거역할꼬.


그래. 집에 가서 돈 갖고 와. 내가 시켜놓을게.



우리 집 앞에는 유명한 국숫집이 있다. 그런데 주문이 들어가고 나서야 모든 걸 만들기 때문에 주문하고 오래 걸려 나온다. 난 미리 들어가 주문하기로 하고 그는 코앞에 있는 우리 아파트에 들어가 돈을 가지고 오기로 한다.  딱 한 그릇만 시킬까 잠시 갈등했지만 노노노 콩국수 2인분이요~ 커다랗게 외치며 빈자리에 앉는다. 행여 저 여자는 혼자 국수를 먹으러 왔나? 하는 시선을 잠재우고픈 맘도 있었을 것이다. 난 그렇게 아직도 혼밥이 힘들다. 나 혼자 아니어요. 금방 남편이 올 거예요. 미리 온 거라고요. 요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 나이까지 난 왜 그렇게 혼자가 두려울까. 어쨌든


내가 의리상 두 그릇 시켰어. 여보를 위해 내가 오늘만은 그 룰을 깬다.


여보 난 정말 의리녀 아닐까? 그동안 철저히 지켜 온 것을 여보 혼자 식당에서 먹게 할 수 없어 의리상 두 그릇 시켰어.  난 정말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의리녀인 것 같아.  온갖 생색을 내는 내게 그래 정말 그런 것 같다. 하며 껄껄 그도 참 좋아한다. 그렇게 둘이서 이건 국물이 더 중요한 거야. 국물 끝까지 다 마셔! 해가면서 국물 한 방울 안 남기고 그 거대한 콩국수 사발을 싹싹 깨끗이 비웠다. 아 배불러.


                      내일  한시까지 나 아무것도 먹게 해선 안돼!                     


부득이 저녁 늦게 먹게 되었으나 무엇이 걱정이람. 지금 먹은 시간부터 16시간 공백을 만들면 될 것 아니겠는가. 계산해 보니 넉넉히 내일 오후 한 시 이후에만 먹으면 오늘 저녁 먹은 것도 모두 무죄가 된다. 흠 문제는 내일 아침 교회를 간다는 데 있다. 우린 부부가 성가대 봉사를 하기 때문에 새벽 6시 50분이면 집에서 출발한다. 그렇게 교회에 도착하면 성가대원 모두에게 김밥이 제공된다. 따뜻한 메밀차와 함께 김밥을 먹는 것으로 우리 성가대는 시작된다. 난 그 김밥을 정말 맛있게 먹었었다. 지금 먹는 김밥이 제일 맛있다 하면서. 그런데 간헐적 단식을 시작하면서 난 그 맛있는 김밥을 그때 먹을 수가 없었다. 대신 연습과 예배가 끝나고 다음 연습 시간 전에 주어지는 커피타임에 김밥을 끌러 먹으며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으니


와 지금 먹으니 더 맛있네. 너무 맛있어요~


아침에 교회 오면 제일 맛있게 먹던 사람이 안 먹고 있으니 쏟아지는 질문. 왜 안 먹어요? 어마 왜 안 먹어? 후배도 선배도 모두 모두 놀라 묻는다. 아, 예배 전에 입안을 더럽히고 싶지 않아서요. 하하 시침 뚝 따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모든 것 끝나고 커피타임에 먹으며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던 것이다. 더욱 맛있다고. 절대로 제가 지금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 중이거든요.라고는 말할 수가 없었다.  무언가 다이어트 때문에 안 먹는다고는 말하기가 영 불편하다. 팩트일지라도 말이다. 그런데 내일은 그 커피타임에 조차도 김밥을 먹을 수가 없으니 무어라 말을 해야 할까? 아니, 왜 안 먹어? 어디 아파? 왜? 왜? 왜? 거기 무어라 답하지? 그냥 김밥 한 줄이니 먹어버릴까? 아니, 16시간 공백을 지키려면 내일 오후 1시 지나서 먹어야 해. 아 어떻게 할까. 그냥 김밥 한 줄 먹던 대로 먹을까 아니면 먹지 말까. 그럴 때는 무어라 말을 할까? 왜 안 먹는다 하지? 하이고 갈등이다. 정말 뭐라 말하고 안 먹지? 아, 저 배가 좀 아파서요~ 그럴까? 배도 안 아픈데 배가 아프다고? 아이, 그냥 김밥 한 줄은 먹어버릴까? 아니, 배가 아파서요~ 오늘 이상하게 배가 아프네요~ 그래. 그게 낫겠다. 배가 아파서 안 먹는다고 하자. 아니 그래도 그냥 김밥 한 줄일 뿐인데 먹어버릴까? 아, 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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