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C.C. 골프 남편 서클 따라붙기

레이디를 붙여 아내들이

by 꽃뜰





직장에서 은퇴한 남편은 여전히 직장동료들과 함께 공을 친다. OB라는 타이틀을 붙여 은퇴한 자들이 모여 매달 한 번씩 정기라운딩을 한다. 함께들 나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남편들만 나이가 들까? 아내들도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 24시간 함께 오로지 둘 만이 지내고 있지 아니한가. 그래서 우리 아내들이 따라붙는다. 무엇 무엇 OB에 레이디를 붙여서 무엇 무엇 OB 레이디팀이다. 아침에 출발할 때 같이 하고 남자들 공 치는 동안 여자들도 공 치고 그리고 끝나고 같이 온다. 하하 물론 서클은 남자들만의 서클이니 우리는 완전 별개다. 올 때 갈 때만 같이 하지만 그래도 무엇 무엇 OB 레이디는 즐겁다. 남자들은 6조 여자들은 많을 땐 3조 보통은 2조 적을 땐 1조 그렇게라도 항상 따라붙어 옛날 직장 다닐 때부터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새벽 5시면 일어나 준비해야 하기에 일찌감치 잠자리에 드는데 베란다 창으로 달님이 보인다. 커다랗고 둥근 보름달이 구름들 사이를 헤집고 가는데 우아~ 너무 멋지다. 앗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둥근 달님 주변으로 무지갯빛 달무리! 헉 어쩌나. 달무리 지면 비가 온다던데 라운딩 취소되면 어떡해. 제발 비님 오지 마세요~


공 약속만 잡히면 어떻게 비라도 와서 제발 취소되었으면~ 하는 때가 있었다. 잘 안 되는 공이 너무 창피해 18홀 라운딩은 고역 그 자체였다. 뛰어! 서방님 소리에 헉헉 헉헉 정신없이 뛰기 바쁘고 공은 또 코앞에 고꾸라지고 하이고 창피 창피. 내 다시 공치러 오나 봐라! 하기를 얼마나 얼마나 반복했던가. 도살장 끌려가는 소처럼 남편에게 끌려가며 골프장이 코앞에 다가오는 순간까지도 제발 소나기라도 좍좍 쏟아져 공이 취소되었으면 하던 그때. 그 모든 괴로움의 과정을 거쳐 이제는 공치는 그 날이 손꼽아 기다려지는 날이 되었다. 모든 건 어느 정도 할 줄 알아야 재미가 따라붙는 것 같다. 처음엔 재미 그런 거 정말 1도 없었다. 그 힘든 과정을 거쳐야만 누리게 되는 즐거움인 것 같다.



음하하하 다행히 언제 태풍 소식이 있었더냐 싶게 맑게 갠 하늘이다. 그렇다고 해님이 쨍쨍 기세 등등한 건 아니다. 커다란 검은 구름 속에서 가끔씩만 얼굴을 빠꼼히 내미니 그 새를 타 시원한 바람이 마치 가을바람처럼 선선하게 불기도 한다. 태풍 여파로 며칠 비가 와서일까 촉촉한 듯 폭신폭신 깔끔한 잔디는 그 절정을 이루고 비에 씻긴 듯 상큼한 공기는 절로 흐읍흡 코를 벌렁거리며 힘껏 들이마시게 한다. 오홋 이 무슨 횡재란 말이냐. 와우~



앗 또 호랑나비의 등장이다. 이상하다 왜 호랑나비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을까? 손을 휘휘 저어도 날아가질 않는다. 호랑나비 계절? 호랑나비가 무얼 먹고사나? 전에는 방울토마토에 딱 달라붙어 아무리 해도 날아가지 않더니 이번엔 장갑이다. 장갑에 무어 먹을 게 있나? 앗. 그게 아니라 혹시 발이 장갑의 찍찍이에 붙어 못 날아가는 건 아닐까? 그런가? 우린 서둘러 호랑나비를 날려 보내려 사방에서 후후~ 한다.



앗, 날아가는 가 싶더니 카트 앞 가방 위로 옮길 뿐이다. 사람이 그렇게 좋은가? 할 수 없이 그냥 달고 다니기로 한다 하하. 네가 날아가고 싶을 때 언제고 날아가렴. 반려견 곁에 두듯 반려 나비 곁에 두고 우리는 공을 친다. 그런데 왜 정말 날아가지 않을까? 호랑나비가 나를 좋아하는 걸까? 벌써 몇 번 째인가? 그때와 꼭 같은 그 호랑나비 모습으로 말이다. 하하 그렇다고 나를 좋아하는 걸까? 푸하하하 요건 아니지. 착각은 망상이요 망상은 해수욕장이라던가 푸하하하 나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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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집중이다. 어제도 내일도 나는 모른다. 나에겐 오직 지금 이 순간이 있을 뿐이다. 좋은 동반자와 맑은 하늘, 시원한 바람, 반짝이는 물빛, 팔랑이는 깃대, 동그란 홀을 향한 집중, 완벽하게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몰입. 그렇게 매 순간 집중을 요하는 골프가 나는 좋다. 잘 가는 듯싶다가 살짝 무너지는 것 방치하면 어마어마하게 큰 실수로 이어진다. 일어날 수 있는 순간의 실수를 얼마나 재빨리 툭툭 털어내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그래서 난 나의 삶을 골프장 18홀 돌 듯한다. 실패 따위 잽싸게 잊으며 순간에 집중하며 말이다. 푸하하하



꽃이 백일 간 길게 간다 하여 백일홍 백일홍 백일홍 하다 발음이 어려워 배롱 배롱 배롱 하여 되었다는 배롱나무. 이름은 같아도 일 년생 백일홍은 완전히 다른 꽃이라는 설명을 음하하하 지난번에 확실히 찾아본 덕에 함께 하는 동반자에게 자신 있게 설명한다. 엣 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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