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초등 동창이 모여있는 카톡방이 있다. 그곳에는 딱 5명이 있는데 나 빼고 시애틀의 사진 잘 찍는 아이, 시카고의 글 잘 쓰는 아이, 아르헨티나의 고기 잘 굽는 아이, 서울의 산 잘 타는 아이가 그 애들이다. 시카고이 글 잘 쓰는 아이는 나에게 낚여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나의 재촉에 오늘 또 글을 보내왔다. 난 그걸 그대로 올린다. 그리고 댓글을 전해준다. 그러면 그 애는 신기해하며 좋아한다. 그 애가 좋아하는 모습이 좋아 난 자꾸 글을 쓰라하고 여기 올리고 그리고 반응을 적어준다. 자, 그럼 오늘 이야기를 볼까?
아주 짧은 스토리.
논산훈련소 시절.. 보통 중대단위로 내무반을 쓰는데 긴 건물 중앙에 중대장이 머무는 행정반이 있고 복도 맞은편에 수세식 화장실과 세면장 그리고 좌우 양끝으로 4개소 대가 머무는 내무반이 있는데 불행히도 논산이라는 곳이 단수가 자주 되어서 수세식 화장실은 사용금지이고 야외에 있는 재래식 변소만 사용했어야 했다.
군대 갔다 온 사람은 다 알겠지만 보통 아침 6시에 기상하여 일조점호 침구 정리하고 6시 50분엔 집합하여 식당으로 가서 7시에 아침식사 후 8시부터 훈련이 시작되는 바람에 본인에게 주어진 용변 및 세면 시간은 20여분 남짓.. 야외 재래식 변소(그 당시 용어 변소로 표기하겠음)가 멀리 떨어져 있어 인원 파악 국기배례. 애국가 1-4절 완창. 군인의 길 낭송. 함성구호 3 창하는 일조점호가 끝나자마자 부지런히 뛰어가 보면 열댓 칸 남짓한 재래식 변소엔 담배연기가 여기저기 뽀글뽀글 올라오고 이미 만석에 한 칸마다 문 앞엔 2~3명씩 마트 계산대에 줄 서있듯이 끙끙거리며 서있었다. 급한 친구들은 계속 문을 두드리고 빨리 자르고 나오라고 보채고 안에 있는 친구는 보채면 더 안 나온다고 짜증내고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아주 급한 넘은 그냥 문 확 열고(그 당시 군 화장실은 안에 걸쇠가 없었음) 안에서 볼일 중인 넘 그냥 잡아 끌어내기도.. 암튼 항상 지옥이었다.
근데 더 문제인 건 내가 훈련받던 10월 초에 가을장마가 와서 재래식 변소 밑이 물에 차 한 덩어리 낙하할 때마다 물 파편이 반작용으로 튀어 엉덩이와 하의를 적시는 난감한 상황이 빈번해진 것이다. 이에 중대장 주관하에 이에 대한 대책 아이디어를 모아서 우수한 아이디어에는 똥빵(피엑스에서 유일하게 파는 크림빵인데 모양이 꼭 큰 거 싸놓은 모양과 비슷해서 그리 명명되었다는 설과 안에 크림이 불량이라 먹으면 바로 설사가 나온다고햤다는 두 학파의 설이 전해 내려 왔음)을 수여하기로 하고 전 훈련병에 아이디어를 모았는데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장려상 똥빵 3개 :페이퍼 사용법
일단 신문지에 변이 간신히 통과할만한 구멍을 뚫은 후 지참하고 입장하여 네모난 변기 구멍 위에 깔고 모서리를 발로 고정시킨 후 뚫어놓은 구멍에 잘 조준하여 발사하면 물 파편은 신문지가 막아주므로 피해를 안 볼 수 있음.. 단점:영내에 신문지를 구하기 어려움. 된똥은 가능하나 설사 시엔 2차 피해 예상.
동상 똥빵 5개: 회전법
입장 시 싸리빗자루 굵은 싸리 하나를 빼서 낙하하기 전 아래 물을 휘휘 젓기 시작하면 서서히 소용돌이가 치게 되는데 소용돌이의 중심에 낙하하면 튀지 않고 쏙 들어감.. 단점 사용한 싸리 막대 처치곤란. 빗자루가 점점 없어짐. 정확한 낙하 좌표 잡기가 쉽지 않음.
은상(똥 짱 5개. 빙그레 바나나우유 1팩):절단법
이 방법은 약간의 반복 훈련이 필요한데 낙하 시 아랫배에 힘을 주어 일시에 전량을 투하하지 않고 적당량 떡볶이 가락처럼 절단하여 낙하하는 방법. 먼저 투하한 내용물에 대한 물 파편이 튀어 올라오는 도중에 두 번째 낙하물에 맞아 다시 내려감. 단점: 고도 숙달된 케겔운동이 필요함.
대망의 금상(똥빵 10개. 빙그레 바나나. 딸기. 쵸코 우유 각 1팩. 수세식 독 화장실 퇴소 때까지 사용권): 타쟌법
각 변소 칸 위에 디딤 받침과 서까래 기둥에 묶은 동아줄을 늘어뜨려 타잔처럼 줄잡고 내려오면서 낙하 후 급상승. 물 파편은 허공을 헤맨 후 다시 원위치로 돌아감. 다소 시설이 필요하지만 깔끔하게 정리되고 운동도 겸하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여 대망의 금상 수여. 수여자는 검은 뿔 떼 안경의 새까맣고 꾀죄죄한 친구가 받았음. 무엇보다도 수세식 독 화장실 사용권이 젤 부러웠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