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대화를 나누는 초등학교 친구 네 명이 있는데 하하 맨날 반복하는 거지만 어쨌든, 시애틀에 사는 사진 잘 찍는 아이, 아르헨티나에 사는 고기 잘 굽는 아이, 서울에 사는 산 잘 타는 아이, 시카고에 사는 글 잘 쓰는 아이. 그 네 명 중에 시카고에 사는 글 잘 쓰는 아이가 나의 채근에 못 이겨 가끔씩 우리 카톡 방에 글을 올린다. 그러면 나는 그걸 여기 올리고 그 반응을 전해준다. 글은 쓰는 사람의 마음도 읽는 사람의 마음도 보듬어준다 할까 그 어떤 평안과 위로의 능력이 있다 생각하기에 난 자꾸 그 애에게 글을 쓰라 한다. 그리고 새 글이 왔기에 여기 올린다.
열흘 전쯤이었다.
난 하던 미국 택시회사를 회사 측의 숱한 갑질 때문에 그만두고 일터를 마트로 옮겼다. 때문에 미국 생활에선 필수인 차를 반납하였기에 적당한 중고승용차를 찾던 중 가격 대비 제법 괜찮은 도요다 하이랜더를 구입하게 되었다.
구석구석 다소 흠은 있었으나 시운전해보니 잡소리나 떨림도 비교적 괜찮고 출퇴근 정도로는 적당해 바로 구입해 등록을 마치고 임시번호판을 달아서 일주일 정도 타던 중 내가 사는 아파트 관리사무실에 들러 주차 스티커를 구입하려니 요즘은 스티커 안 붙이고 주차 e-mail 시스템으로 바뀌었단다. 아직 정식 등록증이 안 나와 e-mail로 등록이 안 된다 하니 임시로 parking 등록을 해주었다.
그래서 난 안심하고 내가 파킹 하던 자리에 두곤 했다. 근데 열흘 전쯤 평소처럼 출근하려고 나가보니 내 차가 없어진 것이다. 어이가 없어서 우선 토잉 컴퍼니를 의심하고 아들 녀석과 함께 가면서 단단히 따지려고 전의를 키우고 도착해 왜 등록 한차를 토잉 해갔냐고 따지니 담당 흑인 여직원이 잠깐만 기다려 보라 구하더니 뭔 소리냐면서 토잉안했다고 아마 도난당한 거 같으니 경찰서로 가보라고 한다. 순간 더 어이가 없었다. 이차는 싼 중고차로 훔쳐 갈 정도의 가치가 없는데?
암튼 경찰에 도난신고를 하니 경찰이 와서 형식적인 질의응답을 마치고 기다려보란다. 우선 출퇴근을 해야 해서 아들 신세를 며칠 지니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어떤 개새끼인지 잡히기만 하면 손모가지를 부러뜨리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고 한편으론 왜 미국 와서 이런 일만 있는지 하는 신세한탄까지 겹쳐 심사가 영 비틀어져 있었다. 근데 그저께 아침에 아들 녀석과 출근하려고 아파트 단지를 나서는데 아들이 아빠 저차 아빠 꺼 아냐? 하길래 돌아보니 엥? 내차였다! 임시번호판을 달고 visitor parking lot에 있는 것이었다. 순간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이 도난당했던 전날 밤에 담배 사러 편의점에 들렀다 오니 주차자리가 꽉 차 visitor parking 자리에 주차한 게 생각나는 것이었다... 이런!!
손모가지 비틀어버릴 개새끼가 다름 아닌 바로 나 새끼였던 거였다.ㅎㅎ우선 경찰에 혼날까 봐 시치미 떼고 어떤 놈이 다른 자리에 갖다 논거 같다고 하며 찾았다고 신고하고는 일하러 가는데 너무 기분이 좋아 하루 종일 일해도 하나도 안 피곤 했다. 조금 진정이 되고 생각해보니 한편으론 치매 초기인가? 하는 우려도 된다. 나 나름대로의 치매방지법은 어떤 것이 막 안 떠오를 때, 예를 들면 사람 이름, 길이름, 노래 제목, 등등. 그냥 넘어가지 않고 바로 여기저기 묻거나 탐색해 remind 한다. 그리고 안 좋은 일이 발생해도 급흥분부터 하지 말고 천천히 원인과 해결방법을 찾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