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Dec 14. 2019
선물투자 게으름 또는 느긋함
내 멋대로 선물투자 또는 남편 몰래 선물 투자. 하하 내가 지칭하는 나의 선물투자행태다. 그렇게 난 은퇴한 남편 몰래 아주 적은 계약 딱 한 개로 나의 서울 나들이 차비를 벌고 있다. 조금 덜 미안하도록. 그런데 그 서울 나들이가 시월엔 정말 많았다. 그래서 푹 학창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다. 얼마나 바빴는지 이 선물투자를 할 수도 기록할 수도 없었다. 겨우 차트만 복사해놓고 브런치 서랍에 넣어두고 있었다. 이제 또 오피스텔 에어비앤비에 빠져있다 정신 차린 지금 한번 느긋하게 들여다본다. 어찌 되었을까? 지금까지 일어난 것을 그냥 10월 10부터 오늘까지의 차트로 보아야겠다.
차트 속 노란 연필 표시대로 번호 따라 가 본다.
1번:
그러니까 내가 선물투자에 관한 마지막 글을 올린 게 10월 10일이었다. 그것이 바로 분홍 5일선이 초록 20일선을 뚫고 내려간 다음날이었다. 꽝 충돌후 다음날 시초가에 매매를 하는 것이 나의 원칙이었기 때문에 꽝! 충돌이 일어난 다음날인 10월 10일 아침 시초가에 나는 매도를 실행한 것이다. 헉 그런데 이 매도는 다만 딱 하루 기쁨을 주더니 그대로 손실로 마감한다.
2번:
흑. 야박하게도 그대로 손실을 준채 다시 5일선이 20일선을 위로 빵! 뚫고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엉엉 울면서아무리 바빠도 원칙을 지키기로 한 나는 꽝! 충돌 일어난 다음 날 아침 매수를 한다. 오홋 그리고 주야장천 올라가니 매일매일 남편 몰래 수익을 살펴보며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그냥 잠자고 눈 뜨면 빵빵 올라있는 게 하하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비록 손실이지만 스스로 정한 원칙. 5일선이 20일선 위로 뚫고 올라가면 매수! 아래로 뚫고 내려가면 매도! 지극히 단순한 이 원칙을 지켜낸 나 자신에게 짝짝짝 마구 박수를 쳐준다. 떨어질 듯 떨어질 듯 다시 빵빵 위로 솟는 나의 매수여!
3번:
기막힌 수익을 주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던 것이 긴 음봉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아뿔싸! 5일선이 다시 꽝! 20일선 밑으로 내려간다. 그런데 바쁘고 어쩌고 그 순간을 놓쳤다. 그러니 드는 생각. 다시 올라갈 거야. 그래. 그냥 내버려 두자. 내려가면 올라오겠지. 아닌 게 아니라 다음날 약간의 양봉이 나오며 위로 가는 듯. 그래그래. 이번만 원칙을 무시하는 거야. 그냥 기다리자고. 살짝 걸치기만 하는 매도일 수도 있다고. 하며 매도를 하지 않고 그냥 매수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야말로 어마어마하게 뚜들겨 맞으니, 하이고 내가 왜 그토록 원칙을 지킨다면서 5일선이 20일선 뚫고 내려가는데 도대체 왜!!! 왜!!! 매도를 하지 않았던고! 엉엉 그렇게 지옥을 경험한다. 그나마 물타기라든가 그런 거 안 해 딱 한 개였기에 망정이지 여기 아무 생각 없이 올라갈 거야 하며 개수를 늘렸다면 난 어마어마한 손실을 기록했으리라. 그래도 원칙을 안 지킨 것은 잘못했다. 5 일선이 밑에 있는데 매수를 들고 있다니!
4번:
에라 모르겠다. 바쁘기도 하고 너무 손실이 난 상황에서 없애기도 싫고 그 화려했던 수익이 그립기도 하고 여하튼 내팽개쳐둔 것이 슬금슬금 올라오더니 오홋 다시 20일선을 빵! 위로 뚫고 하늘 높이 전진이다. 와우! 매도를 지나 다시 당당한 매수가 된 것이다. 그리고 12월 12일 둘째 목요일. 12월 선물이 만기 되는 날. 그날 종가에 다 정리되었다. 그 바람에 13일의 5포인트 이상 오르는 화려한 수익을 챙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수익으로 끝나 다행이다. 지금 나는 무포지션이다. 이제 한 템포 쉬어가련다. 느긋하게. 이렇게 올랐는데 어찌 다시 매수로 따라갈꼬. 어느 정도 조정을 받고 나서도 여전히 5일선이 위에 있다면 그때 들어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