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국 이야기 2

by 꽃뜰

10화를 채워 책을 내 보자는 나의 말이 주효했다. 시카고에 사는 글 잘 쓰는 나의 친구는 오늘 또 글을 보내왔다. 난 아자아자 17일까지 이대로 몇 편 더 하자!!! 막 격려한다. 글이 점점 더 재미있어진다. 역시 시작이 반이다. 글 쓰라고 압박하길 참 잘했다. 하하 이렇게 스릴 넘치는 멋진 이야기들이 그대로 묻혀 버릴 뻔했으니 말이다. 음하하하





영어가 짧으면 망측한 일도 당할 수 있다. 이렇게 나의 미국 생활은 시작되었다. 막상 닥치니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았다. 집. 아이 학교. 차량 구입부터 운전면허증. 노동허가증 취득. 전화신청. 은행계좌 개설. 기본 살림살이 구입까지. 또 일을 해야 할 직업선택까지 일시에 하려니 정신이 없었다. 우선은 처형네의 도움을 받기로 하고 하나하나 풀어나갔다. 이 이야기는 차후에 다시 하기로 하고 이번엔 영어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많은 사람이 오해와 착각을 하는 것이 미국 현지에서 대충 2~3년 정도만 살면 저절로 영어가 술술 되는 줄 안다. 예전에 한국에서 보면 미국에 살다온 사람이나 한 달 정도 다녀온 사람조차도 말할 때 영어를 섞어서 하는 걸 보고는 아.. 미국 땅만 밟으면 영어가 저절로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나 역시도 처음엔 그리 걱정 안 하고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되겠거니 했다. 근데 막상 지내보니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공항에서의 1차 영어 참사를 지낸 며칠 후 우리 가족은 점심에 그 흔하고 주문하기 단순한 맥도널드에 가서 햄버거를 먹기로 하고 가까운 곳으로 갔다. 마침 한창 점심때라 주문하려고 기다리는 줄이 길게 서있었다. 차례를 기다리며 메뉴판 보드를 보고 아내와 아들에게 뭘 먹겠냐고 물으니 아내는 치즈버거 아들은 빅맥을 먹겠단다. 난 피시 버거를 선택하고 코카콜라 두 개와 환타 오렌지 하나를 추가하기로 했다. 아내와 아들은 공항 참사를 봐서 그런지 은근히 걱정스러운 눈빛이었지만 이 정도는 문제없을 거라는 자신만만한 눈빛 교환을 하곤 이윽고 내 차례가 되자 자신 있게

I would like to order one Number 2 and one Number 3 and one Number 10 and 3 coca cola!


라고 말했는데 젊은 멕시칸으로 보이는 직원이 다소 갸우뚱하며 뭐라고 재차 묻는다. 다소 당황했지만 손가락으로 메뉴 보드를 가리키며 하나하나 다시 말했지만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이길래 순간 복잡해서 그런가 하고 그냥 Three Nnumber 1 하고 Three cola라고하며 속으로는 야 인마! 제발 알아들어먹어라! 하고 외쳤다. 그 친구 대강 알아들었는지


You mean 3 Hamburger and 3 soda? What size? meadium?


하고 묻는다. 무조건 O.K라고 답하고 한숨 돌리는데 또 의외의 복병 질문(?)을 한다. 그 당시 듣기로는 한국말로 들리는 대로 표기하면 히어 로고? 이건 또 뭔 말이야? 진땀이 또 나기 시작했다. I beg pardon? 난 연신 이 말만 되풀이하면서 뒤를 돌아보니 나땜에 더 길게 늘어선 흑백 아줌마 아저씨들의 표정이 그리 곱지 않다. 아내와 아들은 혹시나 했다가 '그럼 그렇지 뭘~' 하는 표정이다. 쩔쩔매고 있는데 "저기요 아저씨 여기서 먹을 거냐 아니면 가져갈 거냐고 묻는 거예요." 어디선가 들려오는 한국 아줌마의 목소리. 큰 덩치의 미국 남자 뒤에 서있던 조그만 한국 아줌마가 보다 못해 도와주는 것이었다. 구세주 여인에게 감사하다는 말 연신하곤 자리에 앉아 원하지 않은 햄버거와 콜라를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아내와 아들 눈치를 보니 마치 중국집에서 삼선짬뽕 잡채밥 탕수육 먹으려고 기대하고 갔다가 짜장면 보통 세 개만 먹는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나오며 생각해보니 아주 쉬운 단어인데 익숙한 말이 아니니까 이해를 못한 것이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본 몇몇 미국인은 한국사람들이 대체로 영어권이 아니라 잘 못한다는 걸 알고 가능한 정확한 발음과 문장으로 천천히 말해 어느 정도는 알아듣는데 미국 현지에선 당연히 영어를 잘하는 줄 알고 인정사정없이 굴리고 빠르게 또 slang까지 섞어서 말하니까 쉬운 문장도 못 알아들을 수밖에. 여기서 깨우친 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단어, 문법도 중요하지만 그들만의 문화도 빨리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몇 년 전 택시 드라이버를 할 때의 에피소드. 어느 날 새벽 두시쯤 (미국 술집은 대개 2시에 영업 종료하기 때문에 그때쯤 승객이 많다.) 술이 거나하게 취한 백인 중년 남자를 태웠다. 뒤에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묻는데 다 알아들을 수 있는 대화라 영어로 쓰겠다.


나:A

백인 남자 승객:B

B: Where are you come from?

A:I came from South Korea.

B:How long have you been here?

A: Around 10 years.

B: How about America compare Korea?

A: Um.. something is America better and something is Korea better.

B: Anyway are you happy now?

A:Somtimes happy Somtimes unhappy.(약간 웃으며)

B: Do you want happy?

A: Of course!

B:Ok. From now I will make you happy. (이 말 뒤에 뭐라고 더했는데 횡설수설한 데다 운전에 집중하느라 잘못 들었다)

A: Thank you sir.

(난 팁을 더 듬뿍 주겠다는 말로 이해하고 오늘 재수가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음)


암튼 그 친구 집 앞에 도착하니 그 친구 뒷문을 열고 나와 앞문을 열고 조수석에 앉는 것이었다. 요금을 내려나 했는데 지갑은 안 꺼내고 손으로 내 허벅지를 슬슬 만지면서 눈빛이 몽롱 해지는 것이었다. Oh my god!!.. 이 친구 게이었던 것이다. 순간 어이없어 좋은 말로 Sorry please get out of my car! 그랬더니 이 친구 나보다 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You said to me "yes" Why change mind?? 하고 되묻는다. 난 Anyway get out!! 하고는 요금이고 뭐고 내려놓고는 오면서 참 영어가 짧으니까 게이한테 이 나이에 뉴스에서나 듣던 성추행(?)당할뻔한 걸 생각하니 헛웃음만 나왔다.


영어는 잘하려고 하는 것보다는 그 문화권에 들어가 현지인들과 어울릴 때 부쩍 느는 것 같다는 게 나의 결론이다. 미국 온 지 2-30년이 지나도 한국 교민사회에서 한국사람 하고만 지내온 사람은 영어를 잘 못한다. 그리고 안 한다.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든 미국에서 영어를 배우든 마찬가지다. 다만 미국이 현지인을 접할 기회가 더 많다는 게 유리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