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56골프 이대로 영원히!

2019년 송년회

by 꽃뜰

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동언이가 먼저 말했는지 내가 먼저 말했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어두컴컴한 조명 아래 친구들의 그윽한 노래를 들으며 우린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도 그래. 그런데 우리 이 덕수56 골프엔 그렇다는 친구들이 참 많아. 꽤 괜찮은 친구들 아냐? 이 모임 자체가 어디 이런 곳이 없지. 오십년 세월이 그냥 주어지는 것이더냐. 그 옛날부터 꽤 괜찮게 살아온 친구들. 맘껏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 그래. 우리 이대로 죽어도 여한 없어.


오늘의 피크는 노래방이다.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구름 따라 흐르고~ 노래방의 마지막을 조용필의 친구여~ 로 장식하며 그 끝에 우리는 손을 모았다 위로 빵 높이 쳐들며 덕수56골프 이대로 영원히! 를 외친다. 슬픔도 기쁨도 외로움도 함께 했지 친구여~ 마냥 친구여 를 외쳐대며 손에 손을 꼭 잡고 둥글게 둘러서서 한 해를 마무리한다.


국회의원 나가도 되겠어. 하하 우리의 장석 형님 흐뭇하게 혜원이를 바라보며 한 말씀하신다. 실실 혜원이를 놀리는데 하하 얼마나 재밌는지 모른다. 내년엔 장석 형님도 회장님을 받자와 열심히 참석하겠음을 선포한다. 하하 푸하하하 장석 형님의 계속되는 혜원이 놀림에 주위는 온통 웃음바다. 그러나 서방님 놀림에 기죽을 혜원이 절대 아니다. 공주는 외로워를 보란 듯이 열창한다. 거울 속에 보이는 아름다운 내 모습 난 정말 완벽한 여자예요 누가누가 알아줄까 오오 혼자라는 외로움을 이쁜 나는 공주라 외로워 하하 혜원이의 공주님 노래에 외로워~ 외로워~ 후렴을 모두가 함께 목청껏 부른다. 푸하하하 그래. 공주는 외로워. 암. 그렇고말고 해가면서.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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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 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머물러 있을 청춘인 줄 알았어? 하도 열심히 봉희 언니와 관종이의 노래를 듣고 있으니 곁에 있던 재하가 묻는다. 그래. 정말 그렇지 않아? 머물러있을 줄만 알았지. 예순셋이라니 말이야. 실감 나지 않아. 그렇게 노래를 들으며 말을 주고받는다. 김광석보다 더 멋지게 불려지는 노래에 마음이 싸해진다. 노래는 모두 한 편의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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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기막히게 잘 부르면 빰빠빠~ 팡파르가 터지며 백점 만점이 나왔으니 그때 가만히 있을 혜원이가 아니다. 거금 오만 원씩을 강탈하여 스크린에 기술도 좋게 턱턱 붙였고 나중에 고대로 덕수 56 회비로 들어가게 한다. 푸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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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 내려앉아 어둠이 내려오면 가만히 너에게 나의 꿈 들려주네 외로움이 없단다 우리들의 꿈속엔 서러움도 없어라 너와 나의 눈빛에 마음 깊은 곳에서 우리 함께 나누자 너와 나만의 꿈의 대화를 룸 전체에 에에~에에에~에에에~ 에에에 후렴이 울려 퍼지며 그 옛날 대학가요제 연대생 두 명인 듯 관종이와 재호가 멋지게 부른다. 우리도 덩달아 소리친다. 예 에에에 에에 에에 에에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다. 음하하하 어쩜 이렇게들 노래를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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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차올라서 한 잔을 채우다가 떠난 그대가 미워서 나 한참을 흉보다가 나 어느새 그대 말투... 내가 하죠 난 늘 술이야 맨날 술이야 널 잃고 이렇게 내가 힘들 줄이야 술 마시면 취하고 나 한 얘기를 또 하고 이젠 너 남 인 줄도 모르고 너 하나 기다렸어. 여행을 떠나요가 전매특허인 숙경 언니. 이미 앞에서 백점 만점을 받아 오만 원을 혜원에게 강탈당한 바 있다. 지금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요건 두 번째 곡 술이야~ 하하 모든 노래는 한 편의 시가 되어 우리 모두의 마음을 적신다.


머나먼 남쪽 하늘 오~래 그리운 고~향 사랑하는 부모 형제 이 몸을 기다려 천리타향 낯선 거리 헤매~는 발~길 한잔 술에 설움을 타~서 마셔도 마음~은 고향 하늘을 달려갑니다 저마다 가슴속 하고픈 말을 노래에 실어 친구들 앞에서 맘껏 뿜어낸다. 공감하는 친구들이 또 가슴속 이야기를 나누듯 들으며 감동한다. 그렇게 우리들 서로 보듬으며 공감하며 추억을 나누며 우정을 키워간다. 덕수 56 골프회. 광화문 덕수 국교. 오십 년 전 함께 공부하며 뛰어놀던 곳. 마음은 그때 그대로인데 17년만 지나면 팔십이 된다. 그리고 이젠 그 17년이란 세월이 우습지도 않다. 그렇게 세월은 휙휙 참 잘도 간다.


비 내리는 호남선 남행 열차에 흔들리는 차창 너머로 빗물이 흐르고 내 눈물도 흐르고 잃어버린 첫사랑도 흐르네 깜빡 깜빡이는 희미한 기억 속에 그때 만난 그 사람 말이 없던 그 사람 자꾸만 멀어지는데 재호랑 봉희 언니가 열창하는 남행열차에선 모두들 난리가 나니 궁둥이가 들썩들썩 어깨가 들썩들썩 만날 순 없어도 잊지는 말아요 당신을 사랑했어요 목이 터져라 외쳐대며 모두 무대에 나와 몸을 흔든다. 아싸 하하 푸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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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도 아무 일 없듯이 모른 채 한다는 그건 너무나 가슴이 아픈 안타까운 일이에요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우연히 길을 걷다가 친구를 만난 것처럼 기쁘게 사랑한다 말하세요 사랑한다고 말하기 그게 쉬울까. 하하 우리 친구들이 부르는 노래는 매우 멋지다. 한 해를 보내는 마당에 함께 식사하고 가수보다 더 감정을 실어 불러주는 노래들을 감상하며 오십 년 전 추억도 함께 나눈다. 덕수 56 골프! 함께 나이 들어가는 우리들. 우리의 가수 봉희 언니의 보조로 대영이 노래는 더욱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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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우리 모두는 자기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노래로 가슴 속이야기를 하고 노래로 친구의 가슴속 이야기를 듣고. 이것이 노래방의 매력 아닐까. 그대 사랑했던 건 오래 전의 얘기지 노을처럼 피어나 가슴 태우던 사랑 그대 떠나가던 밤 모두 잊으라시며 마지막 눈길마저 외면하던 사람이 초라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 오늘은 거기서 울지만 그렇게 버려둔 내 마음속에 어떻게 사랑이 남아요 한 번 떠난 사랑은 내 마음에 없어요 추억도 내겐 없어요 문 밖에 있는 그대 눈물을 거둬요 가슴 아픈 사랑을 이제는 잊어요. 아, 참 아름다운 가사 아닌가. 거기에 멜로디는 또 어떠한가. 뱅글뱅글 돌아가는 싸이키 조명 속에 울려 퍼지는 친구의 절규. 우리는 그렇게 노래로 친구들과 이야기한다. 아, 멋진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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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에게선 이렇게 통쾌한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슬픈 노래에선 자못 심각해지기도 한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싸이키 조명 속에 노래로 이야기를 하는 이 밤. 덕수 56 송년의 밤이 깊어 간다. 조명만큼이나 희미하게. 우리 삶도 이제 그 막바지를 향해 가는 걸까. 세월은 전보다 더 빨리 휙휙 빠른 속도로 날아가며 우리 가슴을 가끔 서늘하게 한다.


소중한 건 모두 잊고 산건 아니었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그대 그늘에서 지친 마음 아물게 해. 소중한 건 옆에 있다고 먼길 떠나려는 사람에게 말했으면. 맑은 모습의 정현이가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열창한다. 어쩜 저렇게 자신의 모습과 꼭 같은 맑은 노래를 부를까. 우린 정말 소중한 걸 모두 잊고 산 건 아닐까. 노래를 들으며 마음을 달래 본다. 조용히 뒷자리에 앉아 진심으로 부르는 친구들의 노래를 감상하는 이 재미 또한 기가 막히다.


친구들도 이렇게 저렇게 불려지는 노래들의 그 아름다운 가사 속에 포옥 빨려 든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는 속닥속닥 귓속말도 한다. 맥주도 마시고 과일도 먹고 마른안주도 먹는다. 흥은 그렇게 닳아 오른다. 어떤 노래가 있을까? 어떤 가사가 나올까? 궁금해하며 다음 노래를 기다리고 가사 속에 빠져들고 요것이 2차 노래방의 매력이다.


오늘 새로 나온 황호철이 고교시절 혜원이랑 현나랑 함께 과외를 했었다며 우리의 제2교가 광화문연가를 열창한다. 와이 제2교가? 덕수궁 돌담길이 끝나는 곳에 바로 우리 덕수국민학교가 있기 때문이다. 하하 1학년 제일 처음 소풍이 덕수궁인 학교다. 우리 모임에서 매우 젊어 보이는 대영이, 호가 위협받을 어나더 젊은이의 등장이다. 하하 우리는 그를 환영하며 기쁨으로 함께 열창한다.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던 연인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따나 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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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당신이 그립지 않죠 보고 싶은 마음도 없죠 사랑한 것도 잊혀가네요 조용하게 알 수 없는 건 그런 내 맘이 비가 오면 눈물이 나요 아주 오래전 당신 떠나던 그날처럼 이젠 괜찮은데 사랑 따윈 저버렸는데 바보 같은 나 눈물이 날까 아, 너무 슬픈 가사 아닌가. 잊힌다는 것. 그런데 이젠 괜찮은데 사랑 따윈 저버렸는데 바보 같은 나 눈물이 날까. 절규하듯 쏟아내는 멋진 가사. 이젠 괜찮은데. 사랑은 잊을 수 없는가 보다. 아, 참 아름다운 노래. 모두의 가슴속에 파고 들어간다. 이젠 괜찮은데 사랑 따윈 저버렸는데 그런데 왜 눈물이 날까. 보고 싶은 마음도 없죠. 너무 슬픈 이야기.


눈물을 감추어요 눈물을 아껴요 이별보다 더 아픈 게 외로움인데 무시로 무시로 그리울 때 그때 울어요 이미 돌아선 님이라면 미워도 미워 말아요 이미 약속된 이별인데 아무 말하지 말아요 영상이도 돌아왔다. 교통사고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영상이. 나고야에서의 그 노래를 영상이가 부른다. 그렇게 세월이 가며 온갖 사건이 터진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그 누가 알 수 있을까.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우리 아닌가.


우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회장과 총무 연임이다. 혜원이 회장 안 하면 나도 안 해! 애걸복걸에서 협박까지 온갖 수단이 동원되어 맹총무최회장 체제를 연임시켰으니 기꺼이 감수하는 2020년 회장님께 모두들 박수 박수. 그저 많이 참석하는 게 나를 돕는 길이어요. 결석 마세요~ 그녀의 말을 누가 거역할 수 있을까. 네! 네! 모두 개근합시다. 개근!!! 하하 2019년의 개근상 수상자들을 보며 내년엔 이들처럼 우리도 개근상을 타자! 회장님 말씀대로 결석 않을 것을 힘차게 다짐한다. 덕수 56 골프 이대로 영원히! 파이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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