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라도 다시 안아주고 싶은 마음
14년 전, 내 곁에 오래 있어 준 반려견을 부정맥으로
떠나보냈다.
여름부터 아주 가끔 심장이 불규칙하게 쿵쿵 뛴 적이
있었지만, 부정맥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당시 열일곱 살이었다. 전날에도 고비가 있었고, 새벽에 또
고비가 있었다.
아침에 입원시키면서 심한 경련으로 눈이 감기지 않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어쩌면 오늘이 생의 마지막일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병원 문 닫을 시간에 맞춰 늦지 않게
돌아오겠다며 눈물로 작별 아닌 작별을 했다.
하지만 결국 나는 그 녀석과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하고
말았다.
병원으로 가는 길은 택시로 20분 정도지만, 구정 연휴가
시작되어 길이 막혀 도착할 수 없었다.
결국 길 위에서 눈물을 쏟고 말았다.
그날 밤늦은 시각, 돌아오신 엄마의 손에는 보자기에
싼 작은 유골 단지가 들려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그 녀석이 한 줌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거짓말 같았다.
유골 단지를 품에 끌어안고 울다 잠이 들었다.
그날 밤, 꿈속에서 녀석을 만났다.
건강한 모습이었다. 미용을 해서 그런지 털이 뽀얗다.
내 눈앞에 있어 기쁘기도 했지만, 마음이 먹먹했다.
녀석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것이
꿈이라는 것도 인지하고 있었다.
나는 울먹이며 말했다.
“많이 보고 싶을 거야.”
이 말은 잠꼬대가 되어 내 귓가에 매우 선명하게 들렸고,
동시에 잠에서 깨어났다.
그날 이후, 낮에는 바쁘게 일을 해서 잊다가도 밤이면 너무
보고 싶어서 베개가 젖을 만큼 울다가 잠이 들곤 했다.
그리고 가끔씩 녀석은 꿈속에 나타나 주었다.
어떤 날은 말없이 안아주었고, 어떤 날은 함께 낯선 동네를
돌아다녔다.
놀라운 건, 이런 꿈 안에서 나는 늘 이것이 꿈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이 꿈은 매우 짧아서 바로 적어두지 않으면 아침에
일어나면서 기억이 흐릿해지곤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나는 녀석을 꿈에서 만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숨을 쉴 수
있도록 얼굴 앞에는 공간을 만든다.
그러면 마치 까만 우주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두 눈을 뜨고 그 우주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말을
건넨다.
“우주 어느 작은 별에서 네가 날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어.
내가 갈 때까지 멀리 가지 말고 그 자리에서 기다려 줘.
보고 싶고, 사랑해.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한 번만 꼭 안아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내가 많은 것들을 보고 살다가 가서, 만나면 다 이야기해
줄게.”
이런 말을 하다 보면 어느새 잠이 들고, 그때 녀석이 꿈에
나타나곤 한다.
어느 날, 누군가 소중한 자식을 잃었다며 꿈에서도 한 번도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조심스레, 내가 해오던 방법을 전해주었다.
“잠들기 전, 보고 싶은 사람을 계속 떠올리고
마치 그 사람이 곁에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해보세요.
그 간절함이 꿈 너머까지 닿는다면, 어느 밤엔 꼭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 사람은 얼마 후 고맙다고 말했다.
정말로 꿈에서 만났다고.
예전에 읽었던 강소천의 동화 『꿈을 찍는 사진관』이
떠올랐다.
주인공은 사진사의 지시에 따라 방에 들어가 잠이 들고,
꿈에서 어린 시절 헤어진 친구를 만나게 된다.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지만, 다음 날 받은 것은
노란 민들레꽃 카드 한 장뿐이었다.
민들레꽃은 꿈과 현실을 이어주는 다리였을 것이다.
꿈은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하고,
그리움이 만들어낸 또 다른 세계에서 우리는 다시 만나기도
한다.
나는 지금도 가끔, 누군가 멀리 떠나보낸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한다면
이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어진다.
마음속 우주를 건너는 방법을.
간절함이 길을 내는 그 어둠 속 여정을.
나는 꿈에서 녀석을 만나면 " 이건 꿈이야. 그리고 금방 사라져. 어서 일어나 잊기 전에 적어야 해'라고 하고 생각하면서 일어나 졸린 눈을 겨우 떠가며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