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대가 복을 쌓아야
따로 산다는 행복한 노부부의 삶

Feat. 삼식이

by 히브랭

노년에 부부가 떨어져 살면 복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아버지는 귀농하셨지만 어머니는 서울에 계시기 때문에, 아버지가 서울 올라오는 날이면 두 분은 항상 데이트를 하신다. 농번기에는 반찬을 잔뜩 싸들고 어머니가 내려가신다. 한겨울, 일이 없는 유일한 2개월 정도의 시간이 오면, 부모님은 1년간 사과 팔아서 열심히 모은 돈(거의 없다.)으로 베트남 기차여행, 남미 배낭여행 등 장기간 여행을 '최저가'로 다녀오신다. 농담처럼 어머니는 '삼대가 복을 쌓아야 된다는 떨어져 사는 행복한 노부부의 삶'을 살고 있다고 하신다.


'삼식이'라는 표현이 있다. 집에서 아내가 차려주는 세끼(삼식)를 먹는 남편을 말한다. 좋지 않은 표현이라는 사회적 시선도 있지만, 실제로 퇴직한 아버지가 '삼식이'가 되어 부부싸움을 자주 한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곤 한다. 30대에 접어들면, 선후배 동기 부모님들이 자연스럽게 퇴직하는 나이가 된다. 퇴직 후 오는 2~3개월의 휴식기간이 지나고 나면, 부부싸움의 빈도수가 늘어나고 눈치 보는 삶이 시작되곤 한다는 기사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주위 친구들이 자주 '귀농'에 대해 나에게 묻곤 한다.


'아버지가 귀농에 관심 있는데,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알려줄 수 있어?'라고 묻는 친구들이 꽤 많았다. 퇴직 후, 60세 이후의 삶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집에서 스트레스받는 많은 아버지들이 자주 떠올리는 대안이 '귀농'이다. 그 과정과 결과가 궁금하면 언제든지 귀농하신 우리 아버지를 직접 찾아가 보라고 말해준다. 직접 가서 한번 체험해 보고 경험담을 듣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권유하지만, 지금까지 물어본 20명 정도의 친구들 아버지 중, 그 어떤 분도 내려오시지 않았다. (아마, 귀농 대신 다른 방법을 찾으셨을 것이다.)


'귀농'은 퇴직 후의 삶에 많은 대안 중 대표적으로 떠오르게 된다. 하지만, 최소 30년 이상을 사무직을 하셨던 아버지들이 귀농을 선택하려면, 아주 큰 결단과 자연에 대한 열망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66세에,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습관을 모두 버리고, 농부의 삶으로 3번째 라운드에서 행복한 삶을 만들고 있는 아버지를 존경할 수밖에 없다.



귀농 TIP

1. 귀농한다는 것은 현실(삼식이)을 도피하려는 마음으로는 부족하다. 큰 결단과 열망이 있어야 한다.

2. 귀촌과 귀농은 분명히 다르다. 귀농은 생산적 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남자의 본능과 귀결된다.


자녀 TIP

1. 아버지가 살아온 삶과 농부의 삶을 연결해 보면, 완전히 다른 삶의 시작임을 알게 된다.

2. 완전히 다른 라운드로 들어가는 아버지에게, 엄마 몰래 용돈을 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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