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진돗개, 효녀가 되다.

Feat. 올라

by 히브랭

어느 날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이번 주에 안락사 대상인 진돗개가 있는데, 혹시 아버지 귀농하신 곳에서 키울 생각 없냐는 연락이었다. 안 그래도 어머니는 서울에 남고 싶어 하시니, 아버지가 혼자 계시는 것 보다 든든한 반려견이 있으면 심적인 안정이 될 것이라 생각하던 찰나에 온 전화였다. 이건 운명이라 생각했다.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이 며칠 없었다. 그렇다고, 한 생명을 책임지는 일에 쉽게 답을 줄 수는 없었다. 가족회의를 하고, 막내 동생으로 맞이할 준비를 하면서 일산에 있는 그 유기견을 찾아갔다. 안락사가 며칠 남지 않은 자신의 운명을 아는지, 밥도 잘 먹지 못해 굉장히 마르고 냄새도 많이 나는 상태였다. 그런 친구를 트렁크에 태워 온 가족이 함께 영주로 내려갔는데, 이 선택이 아버지의 귀농생활에 가장 좋은 선택이 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 아버지가 산티아고를 다녀와서 귀농했기 때문에, 입양한 진돗개의 이름을 '올라'로 지었다.


유기견을 입양할 때, 조건이 있다. 진돗개라 그런지는 모르지만, 불임수술을 해야 한다. 강아지 공장으로 쓰기위해 유기견을 입양하는 못된 놈들 때문에 생긴 조건이다. 그래서 시골에 내려가는 동안, 마취에 덜 풀린 올라는 아마 자신이 죽으러 가는 줄 알았을 것이다. (표정이 너무 안 좋았다.) 처음 내려가서도, 며칠 밥을 잘 먹지 못했다. 여전히 아버지를 주인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구석에서 힘없이 있었다. 그런 올라에게, 아버지는 삶은 고기와 육수를 계속 주고, 이름을 불러주었다. 그렇게 천천히 다가온 올라는 벌써 6년째 아버지와 매일을 함께 한다.


올라를 입양하면서 좋은 점은 수백 가지이겠지만, 몇 가지를 꼽자면

첫 째, 아버지가 밭에 마음을 더 붙이게 되셨다. 귀농 1년 차에는 자주 서울을 올라오곤 하셨는데, 올라를 만난 2년 차부터는 그 빈도수가 많이 줄었다.

둘째, 매일 올라와 소백산을 걸으신다. 그 지역에서 유일하게 산책하는 개다. 덕분에 아버지는 더 건강해지신다.

셋째, 안심된다. 올라에게 보호자가 아버지이지만, 반대로 밤이나 야생동물이 공격했을 땐 올라가 보호자가 된다. 실제로, 야생 멧돼지가 밭으로 들어와 아버지한테 달려든 적이 있다. 이때, 올라가 달려가 멧돼지를 격하게 물면서 쫓아낸 적이 있다. 생생하게 밭 CCTV에 담겨있어서 효녀로 동물농장에 보내고 싶을 정도였다.


안락사 직전까지 간 올라에게는 매일 소백산을 보며, 밭에서 뛰노는 날들이 행복이다. 반대로, 아버지에게는 이제 사과밭이 한 생명체를 키운다는 책임감이 더해져 더 소중한 공간이 된다. 떨어져 살아야 하는 우리 가족들에게는 올라가 든든든 아버지의 경호원이다. 올라를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다.




귀농 TIP

1. 시골에 묶인 개들은 평생 산책을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산책을 하는 올라(암컷)가 인사하고 그러면, 개들이 갑자기 흥분하거나 끊임없이 짖는 경우가 있다. 견주가 싫어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조심하자.

2. 두더지를 잡는다고 땅을 아주 많이 파놓는다. 흙을 메꾸지 않으면 사과나무 뿌리가 상하는 경우가 있다.


자녀 TIP

1. 귀농하다면 아주 진지한 가족회의를 통해 입양을 선택하고, 인연이 되는 아이를 입양하자.

2. 심장사상충 같은 기본적인 주사나 예방, 그리고 사료나 간식은 자녀들이 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