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1800평
HR 업무를 하다 보면, 회사 특성상 정년퇴직 예정자를 위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시행한다. 수강생의 니즈를 반영하여 구성된 커리큘럼에는, 퇴직 후의 삶을 준비할 수 있게 '귀농' 관련된 프로그램이 있다. 달팽이 농장, 희귀 식물, 곤충 농장, 과수원 등 방문하게 되는데 그들의 공통된 메시지는 '욕심내지 마라'이다.
현장 방문 전 진행되는 전문강사의 교육에서도 똑같이 강조한다. 귀농 1,2년 차에는 적응하느라 주어진 것에서 노력하지만, 3년 차 이후에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농작 평수를 더 늘린다거나, 빈 땅에 작물들을 더 심는 등 욕심내게 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생긴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조금의 욕심들이 피로로 쌓여, 귀농자들의 건강을 악화시키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반드시 멈춤 줄 알아야 한다고 수번을 강조했다.
봄에 씨앗을 심지만, 수확은 다른 계절에 한다. 한겨울 비수기에 쉬면서 충전된 에너지로, 봄의 시작과 함께 과수나무를 늘리거나 다른 작물들을 심지만, 성수기가 오면 몸이 피곤해도 어쩔 수 없이 수확해야 한다. 이런 과정들이 반복되면 대부분 노년인 귀농자들에게 몸에 심한 무리가 간다고 한다. 강사는 사과밭 기준으로는 1800평이 혼자 할 수 있는 마지노선 (정말 최대)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아버지도 똑같이 하셨다. 3년 차부터 빈 땅에 나무를 더 심고, 틈만 나면 빈 땅에 여러 작물을 심으신다. 오래된 나무는 베어놓고 새로 심지 말고, 다른 작물들은 알아서 크는 고구마만 하라고 말씀드려도, 올해는 더 많은 사과와 작물을 수확해보고 싶다며 욕심을 내신다. 그러다가 농번기가 되면 작년보다 더 움직여야 하니, 당연히 훨씬 피곤해 보이신다. 농담으로 내가 몰래 내려가서 다 나무를 베어놓을 것이라고 한 적이 있을 정도이다.
처음에 1800평으로 시작된 과수가 지금은 약 2200평 정도 된다. 강사가 말한 마지노선(1800평)을 넘어간 지 5년 차다. 오래된 사과밭에 귀농하셨기 때문에, 반듯한 과수원이 아니라 나무가 제각기 삐뚤삐뚤 자라 있어서, 기계로 일(농약 등)을 하기도 어려운 곳이다. 그러니 평수가 늘어나면, 늘어나는 대로 무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욕심내면 안 된다'라고 말씀드리지만, 막상 해보면 또 할 수 있다며 만 73세가 되신 올해에도 늘린 과수를 줄일 생각은 없어 보이 신다.
'아빠, 사과밭 오래된 것들은 베어내고, 이제 손자들 뛰놀 수 있게 흙밭으로 준비하는 것 어때요?
'1800평 넘어서, 무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말하는 건 들으셔야 해요!'
'생계를 위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무리하면서 하십니까! 피로가 쌓이지 않게 해야 해요!'
'아빠, 연세를 생각하셔야죠. 조금씩 줄여가야지 조금씩 늘려가면 아니되옵니다!'
라고 수없이 말씀드렸지만, 마음은 청춘인 아버지로부터 돌아오는 답변은 아래 한 문장이다.
'일단 해보고!'
귀농 TIP
1. 농작물을 가꾸다 보면, 더 많이, 더 다양하게 하고 싶은 욕심이 당연히 생긴다. 하지만 욕심내지 말자.
2. 한 번 늘리고 나면, 줄이는 것은 더 어렵다. 아깝기도 하고, 조금만 더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이렇게 몸에 피로가 누적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자녀 TIP
1. 말려라! 평수를 늘리거나 과수를 늘리려 하신다면 적극적으로 말리자! (난 못했지만...!)
2. 귀농자 관련 종합개론과 같은 교육을 찾아들어라! (농작 기술 등이 아닌 '적응'에 관련 한 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