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귀농의 정석
아버지는 귀농을 결심한 첫 해, 거주에 대해 아래 3가지 대안을 두고 고민하셨다.
1. 폐가를 개조해서 산다.
2. 인근 전세로 산다.
3. 집을 짓는다.
1. 폐가 개조
시골인 만큼, 폐가가 많다. 추천받은 폐가는 나도 함께 방문했었는데, 밭보다는 시내에 가까운 곳이었다. 오랫동안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았고, 옛 농가의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 귀농의 로망과 동시에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함께 했다. 잘 꾸미면 영화 '리틀포레스트'에 나오는 낭만이 있고, 제대로 관리 못하면 '곡성'에 나올법한 집 분위기였다.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아버지께서 '밭'에 붙어있지 않으면 게을러질 것 같다고 판단하셔서 이 집은 제외됐다.
2. 인근 전세
자녀들이 모두 출가하여, 어르신들만 계신 동네이다 보니 방도 많이 빈다. 전세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였다. 게다가, 처음 적응할 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동네이장님의 도움을 받아 검토되었으나, 별채의 개념보다 '방'을 빌리는 개념이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귀농이 주는 가장 큰 낭만인 '나는 자연인이다'의 삶을 포기할 수 없으셨고, 함께 사는 전세보다 독립적인 공간인 집을 구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3. 집짓기? → 컨테이너집
귀농 관련 교육을 들을 때, 강사는 귀농인의 가장 큰 실수가 '집'이라고 강조했다. 집부터 지으면, 귀농의 삶을 적응하지 못할 때 큰 걸림돌이 된다. 귀농은 초반 2~3년 차에 적응하지 못해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경우가 아주 많다. 그래서 초반에는 투자비용이 들지 않는 방향으로 귀농해서 테스트하는 시기를 가져야 한다. 그래서 아버지는 새 집을 짓지 않고 '컨테이너 집'을 선택하셨다.
밭에서 먼 폐가 대신, 밭 한가운데에
함께 사는 전세 대신, 나 혼자만의 삶을 온전히
무리한 투자보다는, 현명한 방법으로
컨테이너집은 귀농생활의 소프트랜딩을 위한 최고의 선택이었다.
컨테이너집은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제주도의 감귤밭 안에 있는 펜션 정도는 아니지만, 사과밭 안에 있는 개인숙소만큼은 된다. 필요한 모든 시스템이 있고, 합리적인 금액으로 가능하다. 물론 완벽한 집이 아니기에 걱정도 많이 되지만..!
(컨테이너집의 장/단점은 다음 편에 계속)
귀농 TIP
1. '귀농=집짓기'의 고정관념을 버리자. 폐가 개조, 인근 전세, 간이형 집 등 생각보다 많은 방법을 선배귀농인들이 겪어봤다.
2. 언제든 돌아올 수 있게 마음이 편해야 하는데, 초반 집짓기 등으로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면 무리하게 된다.
자녀 TIP
1. 집 알아볼 때 최대한 동행하자! 귀농을 시작하는 아버지의 의지 + 걱정스러운 자녀의 시선이 합쳐질 때 좋은 방안이 나온다.
2. 언제든지 돌아올 곳이 있음을 강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