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만능 집
아버지는 아래 3가지를 고려하여, 사과밭 안에 컨테이너집을 만들었다.
1. '나는 자연인이다' 로망이 주는 독립적 공간
2. 초기 투자비용을 최소화하는 방향
3. 사과밭과 붙어있는 장소.
컨테이너집을 알아본다 하셨을 때, 관련 지식이 전무했던 나는 무조건 걱정만 했다. 내가 상상하던 컨테이너집은 드라마에서 사채에 쫓겨 숨어 지내는 춥고 어두운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런 편견은 완전히 부서졌다. (생각해 보면, 제주도 감귤밭 펜션도 이쁜 컨테이너집이 많지 않던가!)
[장점]
첫째, 딱 혼자 살기 좋은 9평에 모든 것이 다 있다.
- 바닥 난방부터 에어컨, 주방, 화장실, 온수까지 필요한 것은 다 있다. 2층 침대를 활용해, 1층은 컴퓨터와 책장으로 만들면 완벽한 공간이 된다. 좁다고 할 수 있지만, 창문을 열면 2000평의 과수원이 한눈에 보이고, 뒤로는 소백산이 보인다. 답답함이라고는 느낄 수 없는 개방감이다. 가족이 놀러 가도 9평 컨테이너집에서 4명이 편하게 잘 수 있다.
둘째, 아주 가성비가 좋다. + 확장성이 있다.(당시에는 자재값이 비싸지 않았으니.)
- 설치비 포함하여 1500만 원 수준이었다. 수명도 꾸준히 관리가 잘되면 반영구적(권장은 5년)이라 하니 무리해서 집을 짓기보단, 컨테이너집을 연결하면서 확장하는 것도 방법이다.
셋째, 개인의 노력으로 더 이쁘게 꾸밀 수 있다.
- 한쪽은 벽돌로 막았고, 앞에는 캐노피와 야외 바베큐장을 만들었다. 창고와 집에 덩굴식물과 장미가 필 수 있게 꾸며놓으니 계절마다 입구모습이 바뀐다. 딱 컨테이너집 달랑 하나 있는 모습이 아니라 주위에 다양한 공간들과 연결되면서 온전한 '집'의 모습이다.
[단점]
첫째, 부수적인 조건들이 돼야 한다.
- 정화조, 수도, 전력 등 기본적으로 가능한 곳이어야 한다. 또한 컨테이너집은 제작 후 이동하기 때문에, 큰 차가 들어갈 수 있는 도로가 있어야 한다.
둘째, 관리를 잘하지 않으면 수명이 짧다.
- 완벽한 집의 형태가 아니다 보니, 정기적으로 관리해주어야 한다. 누수가 되거나, 땅 꺼짐이 있어 집자체가 기울 수도 있다. 아버지도 3~4년 차쯤 집이 점점 기울어져서 집을 다시 들고, 평탄작업을 한 적이 있다. 또한 겨울에 동파위험이 있기 때문에, 장기외출할 때는 반드시 모든 물을 빼야 한다. 물 빼는 것을 깜박하고 서울 올라오셨다가 바로 다음날 내려가신 적도 있다.
셋째, 아무도 없는 밭 한가운데, 무섭다.
- 낮에는 일하는 소리와 경운기 소리, 오가는 주민 목소리에 다정한 곳이다. 하지만 밤에는 소백산 아래 짙은 어둠과 가끔 들려오는 동물 소리 (멧돼지, 고양이소리) 등이 공포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특히 갑자기 밤에 들려오는 사람 소리가 더 무섭다고 하신다. 아버지도 첫 해에는 야구방망이를 옆에 두고 주무셨지만 올라(반려견)를 만나고 나서는 편하게 주무신다.
단점은 충분히 대응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장점은 이 집이 아니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만족스럽다.
겨울에 온 밭이 눈에 쌓여 소백산부터 모든 것이 하얀 날, 방 안에서 노래를 틀고 커피 한잔 하거나, 고기 구워 먹으면서 소주의 진한 낭만을 느끼는 기분이란! 농번기에는 땀 흠뻑 흘리고, 바로 방에 들어와 시원한 막걸리를 마시면서 수다 떠는 것도 너무 즐겁다. 그래서 그곳에만 가면 아버지와 더 깊은 대화가 가능하고, 마음의 휴식터가 된다.
귀농 TIP
1. 컨테이너집이 가진 장점에 관심을 가져보자.
2. 가성비가 좋지만, 그만큼 손길도 아주 많이 필요하다.
자녀 TIP
1. 인근 숙소도 많이 알아놓으면 도움이 된다. 아기를 데리고 갈 때, 친구들이 많이 올 때 등 각 컨셉으로 숙소를 몇 군데 알아놓으면 더 즐길 수 있다. (인근 캐라반 스타일, 황토방, 온천숙소, 펜션 등 가격대를 확 잡고 있다!)
2. 가끔 부모님 장기 여행가시면, 집관리를 꼭 해드리자. 컨테이너집은 사람의 손길이 계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