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추심 받는 바쁜 과수원 스케줄

feat. 여유는 어디에.

by 히브랭


아버지의 귀농생활을 지켜보면, 1년 내내 바쁘다. 한 겨울 2개월 정도 비수기 외에는 항상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누군가가 추심하는 회사생활과 달리 자연의 추심을 받는 것이 과수원 생활이다. 시기에 맞춰해야 할 일들이 딱딱 정해져 있는데, 제때 안 하면 다른 밭에 피해를 줄 수도 있어서 일정에 맞춰 수행해야 한다. 나는 아버지가 여유롭게 산책하고 독서하며, 적당히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수준의 귀농생활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추노가 잡으러 오는 느낌으로 쫓기는 일정이 반복된다. 그래서 성수기 때 3~4kg씩 살이 빠지고 겨울에는 다시 살이 붙는 아버지의 귀농 라이프를 7년째 보고 있다.


연간 일정을 아주 간단히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실제는 텃밭 가꾸기, 집 관리하기, 올라(반려견) 산책하기, 주민들과 행사하기 등 쉴틈이 없다.

1월~2월 : 전지 (나무 가지 자르기), 무지하게 손 아픔, 사다리 작업 위험함

3월 : 비료, 땅 고르기

3월~10월 : 농약 (오래된 사과밭은 나무가 반듯하지 않아서 기계로 할 수 없다. 모두 수작업이다.)

4월~5월 : 적화 (꽃이 열매가 되기 때문에 계속 따줘야, 나중에 건강한 사과를 만들 수 있다.)

6월 : 적과 (똑같이 열매를 계속 따줘야 한다)

7월~8월 : 아오리 사과 수확, 적과

9월 : 반사판 깔기, 무한 적과, 떨어진 사과 줍기, 무한 잎사귀 따기

9월~12월 : 사과 품종에 따라 수확하기

이렇게 글로 쓰면 얼마나 많은지 잘 와닿지 않지만, 과정 중 하나인 '적화'만 해도 한 그루 당 2시간 이상이다. 총 나무가 400그루 정도이기 때문에 절대시간으로는 800시간이 필요하다. 혼자 한다면 하루 8시간, 100일을 해야지 겨우 끝낼 수 있다. 그래서 성수기에는 사람을 쓰기도 한다.
(인건비가 엄청나다. 이 부분은 귀농은 흑자인가 적자인가를 생각하며 다른 글에 남길 예정이다.)


고생하는 모습을 보기 싫으니 자녀 된 입장에서는, 그냥 자연에 맡겨 키워서 사과즙으로 만들어 팔자라고 말씀드려도 아버지는 계속 욕심내신다. 올해는 더 크고 건강한 사과들을 만들겠다며, 연초부터 더 바쁜 일정을 소화하신다. 걱정도 되지만, 반대로 72세 연세에도 강한 목표를 가지고 건강한 신체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도 느껴진다.

아버지는 항상 말씀하신다.

"사과밭 아래 그늘 아래서, 적과를 하고 수확을 하다 보면 마음이 아주 편해지고 행복하거든,
수확한 사과들이 농협 경매시장에서 높은 등급을 받아 팔리면, 아주 기분이 좋아"



귀농 TIP

1. 귀촌과 귀농을 구분해야 한다. 귀농은 정말 바쁘다. 농약시기를 놓치면, 근처 밭에서 연락이 올 수도 있다. 전염병은 순식간이기 때문에 반드시 정해진 시간 내에 수행해야 할 일들이 끊임없이 밀려온다.

2.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장비부터 연간 고정값으로 나가는 비료, 농약, 인건비 등.


자녀 TIP

1. 당연히 걱정되지만, 아버지가 수확철에 느낄 1년간의 성과가 주는 기쁨도 함께 느껴보자.

2. 사과즙 등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판매하자. 인건비는 나오게 후방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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