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초록사과 아오리
귀농 첫 해, 첫 수확. 그날은 아주 생생하게 기억난다. 모든 게 처음 하는 초보 농부 아버지와, 초보를 돕는 아무것도 모르는 조수 아들. 두 사람은 비 오는 날, 아오리 사과를 수확했다. 하루종일 수확한 사과를 농협 경매장 상품 분류센터에 제출했고, 돌아오는 답은 충격적이었다.
'이거 아무것도 못 팔아요'
모든 첫걸음이 힘들 듯, 귀농 첫 해 아버지는 많이 힘드셨을 것이다. 컨테이너 만능집에서 혼자 살며, 하루하루 익숙치 않은 노동을 하고, 몇몇 분들의 텃세를 이겨내면서 적응하던 첫 해. 그렇게 완성시킨 첫 여름 사과 아오리 상품의 결과는, '상품판매 불가'였다. 아버지는 농협 담당자를 찾아가서 '왜 이러냐,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그러는 거냐, 다시 봐달라'라고 화를 내셨고, 담당자는 못 이기는 척 사과를 다시 봤지만 똑같이 매입불가의견을 줬다. 아버지의 실망한 모습을 이렇게 생생하게 본 것은 살면서 처음이었다.
선택은 2개였다. 농협에 내지 않고 다시 가져가거나, 헐값에 팔아야 했다. 아버지와 나는 농협 경매장 가운데서 멍하니 있었는데, 어느 젊은 담당자가 와서 이유를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아오리(초록사과)는 피부가 약해서, 물기가 있을 때 따면 절대 안됩니다. 따면서 잡은 손자국 그대로 모두 멍이 들어있어요. 그래서 상품으로 불가한 것입니다. 물기가 없을 때도, 사과 딸 때는 손가락에 힘을 빼고 살살 따셔야 해요."
전혀 몰랐다. 비가 더 오기 전에 따야 한다며 시간이 급하다고 서둘러 땄고, 박스에 담아서도 휙휙 날랐다. 그러다 보니 아오리사과의 약한 피부가 온통 멍이 들었다. 지금은 잘 안보이는 멍도, 유통과정 중에 까맣게 변한다고 한다. 그래서 조금의 멍이라도 있으면 상품으로 팔리지 않는다. 혹은 아주 헐값에 팔린다.
결국 아버지는 헐값에 농협에 내놓았다. 그날, 비 오는 하늘을 보며 고기와 소주를 했다. (왜 또 이건 맛있는지.) 아버지와의 기념적인 첫 수확은, 사과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다시 갖게 해주었다.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지만.
귀농 TIP
1. 농사의 모든 과정 중에, 급한 마음이 들면 잠깐 멈춰서 생각해야 한다. 생물을 다루는 과정이다. 수개월간 노력을 통해 열심히 키운 아오리를, 수확하는 딱 그날 하루의 실수로 모두 상품불가로 된 경험을 생각하자.
2. 사과 딸 때는 아기 다루듯 살살해야 한다.
자녀 TIP
1. 수확 후 농협 경매장까지 함께 가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상품 분류부터, 그날그날 달라지는 가격, 경매하는 사람들 모습.
2. 유통 전 과정에 대해 학습해 보자. 마진율을 알 수 있고, 농협 외 다른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