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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브랭 Nov 16. 2023

꼰대가 아니라고 믿는 이들

 '90년생이 온다'란 책이 히트를 쳤을 때, 120명의 리더들에게 꼰대테스트를 메일로 보낸 적이 있다. 놀랍게도, 많은 리더들이 자가측정 후 '난 꼰대가 아니다'라고 답을 내렸다.


 가장 놀라운 건, 당시 조직문화를 역행한다는 평을 얻던 경영층의 답변이었다. 15개 항목 중, 본인이 해당하는 것은 3개밖에 안된다며, 자신은 꼰대가 아니라 소통하는 리더임을 스스로 칭찬했다. 당시 경영층과 2시간 정도 1:1로 대화하며 조직문화를 이야기하는 롤이 있던 나는, 이 결과지에 대해 깊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사실 이런 결과는 놀라운 것이 아니다. 그 선배들이 커왔던 수십 년의 조직문화 속에서 그들의 평가는 맞다. 그들은 더 부드러워졌고, 소통하는 사람이 되었으며, 더더욱 후배들을 위한 사람이 되었다. 그럼에도, 새로운 문화 속 젊은 세대에게는 여전히 꼰대이다. 그래서 그들은 외롭고 힘들었을 것이다. 스스로 여긴 가치와 후배들로부터 받는 평가의 괴리는 때론 다면평가란 툴로, 수치화돼서 그들의 마음을 내려친다.


 '꼰대'라는 말이 히트 쳤던 17-19년 즈음은, 조직문화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였다. 대기업에서는 복장자율화를 내세우며 정장을 벗도록 했고, 52시간 제도가 되면서 쓸데없는 야근이 한 번에 사라졌다. 이런 급격한 제도의 변화는 젊은 세대에게는 당연한 변화였지만, 기성세대에게는 적응하기 힘든 변화였을 것이다. 갑자기 늘어난 시간에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을 서성이던 그들을 표현한 짤들이 돌아다녔으니.


 그렇게 조직문화는 한번 크게 심한 진통을 겪었고, 지금은 꼰대이든 아니든 서로에게 조심하며 지내는 새로운 조직문화가 자리 잡았다.  


출처 : 약치기그림



[지난 10년간, 국내 1만명이 넘는 회사에, 약 2천명정도를 담당하는 사업부의 인사담당자였습니다. 인사, 교육, 조직문화를 전반적으로 다루면서 느꼈던 요즘 회사 이야기를 가볍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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