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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언철 Jun 03. 2020

그대 잘 들으라.

그대 잘 들으라.
                                                 한 언 철


그대 잘 들으라.
나와 웃으며 대화를 나누었던 그대 잘 들으라.
그대의 웃는 낯빛 뒤로 누군가를 찌를 비수를 숨긴다는 것 나는 알았다.
그대의 웃음 뒤로 수많은 혐오가 숨겨져 있음을 나는 알았다.
그대의 가면 뒤로 숨겨진 무엇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그대의 정의라는 포장 뒤로 더 큰 욕망이 있음을 나는 알았다.
그대도 나와 같이 심장이 뛰는 인간이라는 사실에 애써 기대어 위안 삼았는지도 모른다.
그대와의 대화가 그대의 조악한 신념의 부도덕한 증거로 내 눈앞에 나타났을 때...
그런 위안 따위는 남아있지 않았다.
그대 잘 들으라.
그대는 나에게 남은 조그만 기대마저도 져버린 그런 사람이다.
이제는 더이상의 기대마저 없다.
아니 나에게는 당신에 대한 일말의 여지도 없다.  

그대 잘 들으라.
나와 마주 앉았던 그대 잘 들으라.
나의 진실을 그대의 거짓으로 바꾸는 경멸이 담긴 그 눈빛을 잊을 수 없다.
나에게 거짓을 다그치는 그대의 입을 잊을 수 없다.
그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알량한 진실이라고 외치는 무언의 압박을 난 잊을 수 없다.
그대가 나에게 올라타 짖누른다고 해도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대가 나를 쥐어 짜낸다한들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대의 무엇이 나의 진실을 가리려 했을까 이제는 궁금하지 않다.
그대 잘 들으라.
그대는 나에게 남은 조그만 인내 마저도 없애버린 그런 사람이다.
이제는 나에게 더이상의 인내와 자비는 남아있지 않다.
아니 나에게는 오히려 분노가 쌓여가고 있다.

그대들 잘 들으라.
당신이 어떤 무엇이라도 한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대들이 무슨 권리로 나에게 이런 아픔을 주는 것인가.
그대들이 무슨 연유로 나에게 이런 분노를 주는 것인가.
그대들이 나에게 무엇이어서 나에게 이러는 것인가.
그대들은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그대들은 그저 미약한 존재이다.
그대들 잘 들으라.
당신이 진실이라고 믿은 것들이 거짓으로 밝혀지는 순간을 당신들은 생각해 보았는가.
이제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다.
그 선은 그대들이 넘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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