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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언철 Aug 27. 2020

사랑하는 후배님들에게

안녕하십니까 사랑하는 의대생 전공의 전임의 후배님들...

저는 외과 의사 한언철이라고 합니다. 

저는 선생님들의 답답함과 분노 그리고 억울함에 대해 너무 잘 알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여러분들의 심정을 모두 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보다 더 절박한 마음에 그 힘들게 준비한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마음으로 나온 것에 너무 미안한 마음만 듭니다. 

저는 계속 받아보는 소식들을 보면서 너무 답답한 마음만 듭니다. 

저는 오늘도 웃으면서 환자들을 대하고 진료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하루 너무 무력하고 저에게 이것밖에 안되냐고 다그친 하루였습니다. 

진료를 보지 않으면 그 진료 공백이 파업 때문이라며 떠드는 수많은 언론이 무서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후배님들이 뛰쳐나온 상황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그것은 그저 그들이 말하는 밥그릇 싸움 정도가 아니라 더 큰 명분과 뜻이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 종일 본 환자분들이 지금 우리의 상황을 모두 이해할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불리한 수많은 기사들을 보고 그 기사에 달린 우리를 욕하는 수많은 댓글들을 보면서 저는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당신들이 댓글을 달며 욕한 의사들이 항상 당신 곁을 지켜주고 있었다고 말입니다. 

당신들이 댓글을 달며 욕한 의사들이 항상 당신 가족의 곁을 지켜주고 있었다고 말입니다. 

저는 항상 비겁했는지도 모르겠다고 고백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항상 누군가가 시키는 대로 흘러 흘러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저와 달리 틀린 것을 틀렸다고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정의롭지 않다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그런 외침을 외면하는 수많은 사람이 있어도 그 외침을 행동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선배로서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여러분들께 힘을 보태지 못하는 것에 자괴감이 듭니다. 너무 답답합니다. 

저는 후배님들에게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이 험난한 일이 결국 어떻게 끝을 맺을지 아마 아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 결말이 어찌 되었든 여러분들의 행동을 저는 지지합니다. 

고작 이 글 하나로 이 모든 일을 뒤엎을 수 없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이 글을 몇 명이나 읽을지 알지 못합니다. 

그래도 분명히 남겨두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분명 올바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외치는 그 말이 옳다는 것을 저는 믿습니다. 

여러분들이 나서지 않았다면 저는 또 흘러 흘러 시키는 대로 또 흘러갔겠지요.

하지만 여러분들의 행동이 저를 다시 생각하게 했으며 저의 비겁함에 대해 상기시켰습니다. 

너무 힘든 길을 후배님들께 등 떠민 것 같은 죄책감을 어떻게 지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내일이 되면 또 우리를 욕하는 수많은 기사와 댓글들이 달리겠지요.

하지만 저는 압니다. 적어도 내 주변의 많은 동료들이 압니다. 

지금은 우리가 옳다는 것을 말이죠.

여러분보다 먼저 거쳐온 선배로서 이런 상황이 되도록 방치한 비겁함에 대해서 너무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지금 후배님들의 외침이 공허한 외침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꼭 그래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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