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속에서 아이 셋과 지나간 일주일

by 혜다온

2025년 11월의 끝자락, 첫째 아이가 갑자기 “어지러워…” 하며 제 손을 꼭 잡았습니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몸이 축 가라앉던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아이의 손을 감싸쥔 채 거실 불을 끄고 택시를 불렀습니다.

밤 11시를 넘긴 시각이었고 병원 대기실에는 졸음과 불안이 뒤섞인 공기가 고요히 흐르고 있었습니다.

검사 끝에 독감 A형 확진을 받고 작은 팔에 꽂힌 수액 줄을 바라보며 '아이가 아플 때, 아픈 건 결국 엄마의 마음이구나…' 그 생각만 반복되었습니다.

응급실에서 나온 시간이 자정을 조금 넘겼고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는 아이의 고른 숨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날 밤, 저는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월요일이 되자 둘째와 셋째도 기침과 열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모두 쉬게 하고 집은 그 순간부터 작은 병실이 되었습니다.

체온계를 하루에도 여러 번 눌러보고,약을 챙기고, 물을 먹이고, 식히고 다시 덮어주는 일을 하루 종일 반복했습니다.

다음 날, 둘째는 고열이 심해 소아과에서 독감 확진을 받았습니다.

수액과 검사, 처방까지 모두 합쳐 20만 원 넘는 비용이 나왔지만 그 순간의 저는 금액보다 “빨리 열만 내리면 좋겠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오후에는 셋째도 열이 올라 셋째와 저, 둘 다 검사를 받았습니다.

셋째 역시 독감 확진.

저는 다행히 음성이었지만 몸살과 두통이 이미 심한 상태였습니다.

셋째는 아직 어려 혈관이 잘 보이지 않아 수액 대신 타미플루를 먹여야 했습니다.

식사 후 바로 먹여야 하고, 먹고 토하면 30분 안에 다시 먹여야 해서 매 끼니가 전쟁처럼 느껴졌습니다.

아이 셋의 고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동안 저도 결국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았습니다.

독감은 아니었지만 몸이 무너지는 순간, 아이 걱정이 밀려들어 오히려 더 마음이 흔들리더군요.

며칠 뒤, 첫째와 둘째의 열이 조금씩 내려가고 아이들 이마가 서늘해지기 시작하자 그제야 가슴 한구석에 쌓였던 긴장이 조금씩 풀렸습니다.

하지만 일은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초등학교에 제출해야 하는 진단서를 받기 위해 다시 병원을 다녀오고, 가족관계증명서를 떼고, 서류를 챙기는 일까지 엄마의 일은 늘 ‘돌봄’과 ‘행정’이 함께 움직입니다.

11월 23일부터 12월 1일까지의 일주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지만 그 안에는 수액, 약 냄새, 체온계의 삐 소리, 그리고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잠들어주는 밤이 겹겹이 쌓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다시 웃고, 밥도 잘 먹고, 장난감을 꺼내 놀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저는 비로소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번 일주일도 잘 건너왔다.”

엄마로서의 하루하루는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내게는 작은 전쟁이자 작은 기적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매일을 버티고, 매일을 통과합니다.

이 글도 그 시간의 기록으로 남겨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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