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절한 고독의 밤,

그리고 아줌마의 트로트

by 혜다온

나는 공기의 분위기까지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사람이 옆에 서 있으면 그 사람의 기류, 말투 뒤에 숨은 마음, 오늘의 무게가 다 읽혀온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조심스러웠다.

누군가에게 폐 끼치기 싫고, 누가 작은 호의를 보여주면 그게 마음속에 빚처럼 남았다.

그래서 나는 되갚으려 하고, 더 정성스레 대접하려 했다.


하지만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아이 셋을 제대로 키우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벅차다.

누군가를 만나러 나가는 게 사치처럼 느껴지고, 친정을 가는 것조차,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다 데리고 가다보니, Ktx 왕복 20만 원이 훌쩍 넘는다.

그 금액을 떠올리면 가방을 들기도 전에 마음부터 무거워진다.

나는 요즘 이것저것 만들고, 채널을 키우고, 나만의 세계를 쌓아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어느 날은 고독이 파도처럼 들이친다.

잔잔히 밀려오는 고독은 오히려 좋을 때도 있다. 혼자 사유하고, 생각이 깊어지고, 나만의 결이 또렷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의 고독은 달랐다.

어제의 고독은 묵직했고, 절절했고, 말벗이 간절히 그리운 그런 밤이었다.

아무리 사유를 해봐도 채워지지 않는 정서적 결핍감.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면 좋겠다는 마음. 그 마음이 방 안 가득 차올랐다.

“그런데 나는... 아줌마잖아.”

이 생각이 문득 떠오르더니 내가 서 있는 이 현실이 갑자기 선명해졌다.

분명 고독한데, 또 한편으로는 아줌마답게 트로트를 흥얼거리며 설거지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이 이상하게도 웃음이 났다.

고독이 삶에 스며들어 있는데, 그걸 느끼는 나를 또 유머 있게 바라보는 나도 있었다.

절절한 마음 한쪽에 “그래, 이것도 내 삶이고, 내 나이의 재미이지” 라는 여유가 놓여 있었다.

어쩌면 이것이 성숙한 감정의 결, 어른의 감정물리학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오늘도 아이 셋을 키우고, 고독을 견디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며 살아가는 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삶을 살아가는 나는 누가 뭐래도, 참 괜찮은 사람이다.

작가의 이전글노산 임신의 두려움과 다운증후군 고위험군 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