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바로 완성되지 않는다.

by 혜다온

어제 김치를 담그면서 나는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금 낯설었다.

양념은 충분했고 재료도 좋았고, 손도 익숙했는데 절임이 완벽하지 않았는지 양념이 살짝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

붉은 색감은 또 왜 그렇게 선명한지, 익숙해야 할 김치가 잠시 처음 보는 음식처럼 느껴졌다.

예전 같았으면 '잘못됐나?' 하고 마음부터 급해졌을 텐데 어제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건 아직 시간을 안 만났구나.

발효가 필요한 건 김치만이 아니다.

김치는 신기한 음식이다.

재료가 아무리 좋아도 바로 ‘제 맛’이 나지는 않는다.

조금 겉돌고, 조금 어색하고, 조금 과한 것처럼 느껴지는 시간이 반드시 있다.

그 시간을 지나야 양념이 배추 안으로 스며들고 색이 가라앉고 맛이 하나로 묶인다.

생각해보면 내가 해온 많은 일들도 그랬다.

처음부터 매끄럽지 않았고 당장 평가하기엔 낯설었고 '이게 맞나?' 싶은 순간들이 늘 있었다.

그런데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어느새 그 일들이 나를 설명해 주고 있었다.

익는다는 건, 틀렸다는 뜻이 아니다.

김치가 겉돌 때 그건 실패가 아니다. 아직 익지 않았을 뿐이다.

삶도 그렇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지금은 낯설고 아직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건 방향이 틀렸다는 신호가 아니라 발효가 시작되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주 즉시 완성되지 않는 것을 불안해한다.

하지만 어떤 것들은 바로 완성되면 오히려 깊이가 없다.

오늘의 김장 김치처럼

오늘 담근 김치는 아마도 며칠 뒤가 더 맛있을 것이다.

지금은 조금 선명하고 조금 어색한 이 상태를 지나 어느 순간 “아, 이거다” 싶은 맛으로 돌아올 것이다.

나는 그걸 안다. 그래서 기다릴 수 있다.

그리고 이 기다림을 알게 된 이후로 나는 내 삶의 결과물들 앞에서도 조금 덜 조급해졌다.

익어야 할 시간은 서두른다고 줄어들지 않는다.

지금 겉도는 느낌이 든다면

혹시 지금 당신의 삶이나 일이 조금 겉도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너무 빨리 판단하지 않아도 된다.

아직 익지 않았을 뿐이다. 이미 망가진 게 아니라 지금 한창 변하고 있는 중이다.

김치는 시간을 만나야 제맛이 나고 사람의 일도 시간을 통과해야 자기 맛이 난다.

오늘의 김장 김치를 보며 나는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배웠다.

조금 낯설어도, 조금 어색해도, 지금은 익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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