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산 임신의 두려움과
다운증후군 고위험군 판정

그리고 기적처럼 만나게 된 아이

by 혜다온

첫 아이를 품었을 때, 저는 이미 서른다섯을 훌쩍 넘긴 나이였습니다.

사람들은 노산이라고 했고, 저는 그 말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임신 초기, 1차 기형 검사에서 다운증후군 고위험군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제 마음은 깊은 물속처럼 가라앉았습니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도, 어떻게 이 시간을 지나야 하는지도 도무지 알 수 없었습니다.


혼자 감당해야 했던 날들

사람들이 건네는 말은 대부분의 경우 위로가 아니었습니다.

누군가는 보험 이야기를 했고, 누군가는 ‘괜찮을 거다’라고 가볍게 말했고, 누군가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가장 필요한 건 누군가 제 옆에 조용히 함께 앉아주는 것이었는데 그건 쉽게 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결국 친정으로 내려가 조용한 방에서 한동안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의사의 한마디가 건네준 작은 숨결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이 진료실에서 조용히 이런 말을 해주었습니다.

“다운증후군이라 해도 엄마가 마음을 편하게 가지면 아이가 더 안정적으로 자라요.”

그 말이 저를 조금 살렸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아기에게 더 자주 말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잘 자라고 있지? 엄마가 많이 사랑해. 괜찮아, 같이 가보자.

불안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저는 그 불안을 안고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냈습니다.


Image_fx (84).png 기적처럼 찾아와 준 아기

그리고 어느 날, 기적처럼

출산의 순간.

작고 따뜻한 아이를 품에 안는 순간.

저는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아… 이 작은 존재가 정말 기적이구나.”

불안했던 시간들 ,수많은 걱정, 혼자 울던 밤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마음들…

모두 그 순간에 부드럽게 녹아내렸습니다.

저는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때의 나, 잘 버텼어. 정말 대견하다.”


다른 엄마의 선택을 읽으며

얼마 전, 한 엄마가 다운증후군 확진을 받고 아이를 떠나보내기로 했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프고 얼마나 무거웠을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댓글에는 이런 말이 많이 달려 있었습니다.

“어떤 선택이든, 그것은 엄마의 최선이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상황 속에서 가족을 위해, 아이를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그때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뿐입니다.


지금의 아이들, 그리고 지금의 나

아이들이 제 곁에서 뛰놀고 웃는 모습을 보면 저는 늘 같은 마음이 듭니다.

고맙다. 정말 고맙다.

그 마음 안에는 작은 미안함과 더 큰 사랑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그 두 감정은 조용한 파동처럼 오랫동안 제 가슴에 머무릅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마음이 저를 이렇게 말없이 안아줍니다.

“지금의 너도 잘하고 있다고.”


그때의 나에게, 지금의 나에게

마지막으로 그때의 내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두려웠겠지만, 넌 잘 버텼어. 정말 잘했어.”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도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도 괜찮아. 지금도 충분히 따뜻해.”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두려움과 사랑을 안고 조용히, 꾸준히 자신의 삶을 건너가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건너편에는 언제나 기적처럼, 누군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작가의 이전글내면 아이에게 보내는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