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은 남아 있었다.

by 혜다온

사람이 떠난 뒤에야 세상이 얼마나 불공평한지 새삼 또렷해진다.

못된 사람들은 여전히 잘 사는 것 같고, 맛있는 것도 마음껏 드시지 못했던 우리 엄마는 너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나는 화려한 걸 원한 적이 없었다.

여행도, 큰 이벤트도 아니었다.

그저 햇살 좋은 날 엄마와 나란히 걸으며 밖에서 음료수 하나 마시고 “오늘은 좀 따뜻하네” 그 정도의 시간이었을 뿐이다.

그런 평범함조차 허락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가끔은 너무 억울하다.

엄마의 삶을 돌아보면 참 버거웠을 것 같다.

젊을 때는 늘 빠듯했고, 나이 들어서는 자식들 일로 마음을 놓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아빠에게 받았을 말들도결코 가볍지 않았을 것이다.

사셔도 큰 즐거움은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면 마음이 또 한 번 무너진다.

그래서 묻게 된다.

사람이 죽으면...그래도 아픔은 없을까?

조금은 편안해질 수 있을까?

나는 요즘 아이들에게 더 친절해지고 싶다.

같이 웃고, 같이 놀고 싶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예민해진다.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슬픔이 아직 몸에 남아 있어서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그래도 나는 밥을 먹는다. 생각보다 잘 먹는다. 그 사실 하나가 내가 아직 삶 쪽에 서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오늘 아이를 하교시키러 가는 길에 하굣길을 정리해 주시는 할머니 분들이 자꾸 엄마처럼 보였다.

그래서 핫팩을 한 봉투 사서 선생님께 조용히 건넸다.

고맙다는 말보다 “아이고, 감사합니다.”라는조심스러운 인사가 돌아왔다.

그 순간 알았다.

나는 엄마를 대신하려 한 게 아니라, 엄마에게서 받은 온기를 그냥 흘려보낸 거였다는 걸.

생각해보면 참 신기하다.

관계의 깊이와도 상관없이, 돈의 많고 적음과도 상관없이 사람은 누군가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 수 있다.

그리고 그 아주 작은 행동 하나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여전히 정과 고마움이 남아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엄마는 이제 내 옆에 앉아 있지는 않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조금 덜 춥게 손을 내밀 때마다 다른 방식으로 곁에 있는 것 같다.

오늘처럼 이렇게 살아가면 엄마는 늘 곁에 있는 셈일지도 모르겠다.

슬픔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따뜻함은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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