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믿지 않지만, 사람을 사랑합니다.

by 혜다온

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주변에 의지할 사람도 없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기대기보다는, 나 스스로 서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 말은 차갑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인간에 대한 혐오도, 세상에 대한 냉소도 아니다.

그저 내가 살아오며 도달한 하나의 태도에 가깝다.


사람은 변한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책임진다.

누구도 끝까지 대신 살아주지는 못한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나에게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는 말의 의미다.

그래서 나는 기대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나를 구해줄 거라 생각하지 않고, 내 삶의 무게를 다른 사람의 손에 올려두지도 않는다.

결정의 책임도, 실망의 원인도, 모두 내가 짊어진다.

이 선택은 외로움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오히려 주권에 가깝다.

내 삶을 내가 책임지겠다는 조용한 선언이다.


그런데도 나는 사람을 아낀다.

그리고 사랑한다.

아이러니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람을 믿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본다.

사람에게서 완벽함을 기대하지 않고, 영원한 약속을 요구하지 않으며, 떠나지 않기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대신 나는 순간을 본다.

잠깐의 웃음, 짧은 공감, 스쳐 가는 친절. 손이 닿았을 때 느껴지는 온기.

나는 그 온기를 안다.

그래서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믿지 않지만, 존중한다.

의지하지 않지만, 마음을 닫지도 않는다.

사람을 믿어서 하는 사랑은 기대가 무너지면 함께 무너질 수 있지만, 사람을 믿지 않고도 하는 사랑은 형태가 달라질 뿐, 오래 남는다.


나는 지금도 자립을 연습 중이다.

누군가의 손을 잡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두 발로 설 수 있기 위해서.

그리고 그렇게 서서 사람을 바라보고, 사람의 온기를 느끼며, 필요할 때는 조용히 곁에 서는 사람이 되고 싶다.

믿음은 나에게 두고, 사랑은 사람에게 두는 방식으로.





같은 온도의 글을 천천히 남기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따뜻함은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