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선다는 것에 대하여

by 혜다온

부잣집에서 사모님이 돌아가시고, 자식들이 장례식장에서 돈 문제로 다투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장례는 뒷전이었고, 그 많던 돈도 10년도 지나지 않아 흔적처럼 사라졌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정말로 자기 수중의 진짜 돈이 아니면 돈은 그렇게 허무하게 흩어지는 걸까?

생각해 보면, 돈에는 ‘손에 쥔 것’과 ‘감당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전혀 다른 차원이 있는 것 같다.

과정 없이 들어온 돈은 지킬 이유도, 다룰 근육도 남기지 않는다.

그래서 벌을 받은 것처럼 사라지는 게 아니라, 머물 환경을 찾지 못해 떠나는 것에 가깝다.


그렇다면 반대로 묻게 된다.

스스로 노력한 사람에게는 보상이 주어질까?

정직한 답은 이렇다.

보상은 오지만, 기대했던 형태로, 원하는 시점에 오지 않을 수 있다.

노력이 곧바로 돈으로 환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노력은 분명히 굶지 않을 구조를 만든다.

그래서 진짜 중요한 질문은 ‘얼마를 버느냐’가 아니라 '다시 설 수 있느냐'인 것 같다.

스스로 설 수 있는 능력은 강해지는 것과는 다르다.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무너졌을 때 다시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는 힘에 가깝다.


그 힘은 아주 사소한 데서 길러진다.

판단을 남에게 외주 주지 않는 습관, 작은 선택의 결과를 끝까지 감당하는 태도.

기대치를 낮추고 “안 오면 안 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

그리고 혼자 있어도 망가지지 않는 리듬.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결과와 상관없이 글을 쓰거나 자기 삶을 정리하는 반복.

사람을 대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의지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구원의 구조로 삼지 않는다.

그저 동행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떠나도 무너지지 않고, 남아도 집착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게 지나치게 가혹해지지 않는 능력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해도 된다고, 지금의 나도 충분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줄 수 있는 힘.

아마도 진짜 ‘자기 돈’이란 통장에 찍힌 숫자가 아니라 다시 벌 수 있는 능력일 것이다.

그리고 진짜 자립이란 혼자 버티는 기술이 아니라 내 선택을 내가 끝까지 데려가는 힘일 것이다.


나는 지금도 스스로 서는 법을 연습 중이다.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두 발로 다시 설 수 있기 위해서.

그 힘만 있다면, 삶이 한 번쯤 무너진다 해도 전부를 잃지는 않을 것이라 조용히 믿어본다.






같은 결의 생각과 글을 조금 더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남겨보려 합니다.

이 흐름이 마음에 닿는다면 다음 글에서도 조용히 다시 만나뵙기를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사람을 믿지 않지만, 사람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