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들께 - 근황 3

by 박쥐마담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고, 대학에서도 국어교육을 전공했지만 글을 써서 돈을 벌겠다, 글로 먹고 살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재능에 대한 확신도 없었지만, 엉덩이가 무겁지 않아 진득하게 글을 쓸 자신이 없었거든요.


맺히고 쌓인 것이 많았는데 수다를 떨자니 시끄럽더라구요. 말을 하고 나면 급속도로 배가 고파져서 밥할 기운도 없어져 버리니 밥 달라는 자식들에게 미안하구요. 대신, 글을 써서 풀게 되었습니다. 국어 선생이라 문장이 길어져도 주어 서술어는 맞는데, 문장과 문장이 맞질 않아서 처음에는 좀 애를 먹었습니다. 슬픔과 분노는 무서운 추진력을 가지고 있어서, 한 2년 지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한풀이 살풀이 좀 하고 났더니 마음이 편안해져서, 이제는 좀 다른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곰은 훈련시키면 재주를 넘지만, 제가 하루에 여덟 시간씩 글을 쓴다고 해도 고 황현산 선생님이나 영화평론가 김혜리 님이 쓰는 문장을 쓸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래도 제 수준 - B급 문장으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담아낼 수 있으니까,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의 글쓰기를 써 보려고 했는데, 지난 3년간 써 놓았던 <묘지 산책> 원고를 급히 털게 되어서, 그건 잠시 미루어 놓은 상태입니다. 대신 좋은 동료를 만난 덕분에 2년 정도 기한을 잡아 워크북 형태로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지금은 <묘지 산책> 마무리로 스페인 몬주익 묘지 방문기를 쓰고 있어요. 거의 끝이 보입니다.^^ 저의 페북페이지 <박쥐마담 견문록>에는 한편씩 게시하고 있어요. 묘지라니... 공포물 아닙니다. 묘지는 배경일 뿐, 역시 저의 이야기에요.


브런치 작가로 충분하다, 꼭 책을 내야 할 필요가 있나, 그동안 내가 버린 비닐과 플라스틱 만으로도 지구에서 사는 것이 죄스러운데 종이까지 대량 소모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하면서 “언니, 꼭 그래야 돼?” - 자매님들의 강박 이야기 출간 준비를 합니다. 히잉. 놀러 나가기 좋은 날씨네요. 제 몫까지 두 배로 노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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