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학교에서 안 배웠어

적어 두면 힘이 된다 - 둔필승총

by 박쥐마담

군대 다녀온 사람이라면 “닦고 조이고 기름 치자”는 말의 의미를 모를 수가 없다. 남자친구 입대할 때와 남동생 면회할 때 군대 근처에 가 본 것이 전부인 나도 아는, 군인의 총기 관리 수칙이다. 김 훈 작가는 작업실 칠판에 이 문구를 적어놓았다고 한다. 총의 나사를 ‘조이듯’ 문장도 조여야 한다나. 김 훈 작가는 시대의 문장가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문장을 조이는 데 일가견이 있는 분이다. 그런 분이니 문장 조이는 비법도 따로 있을 것이다. 이에 비해 물건에 붙은 나사 조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자주 사용해 헐거워진 나사, 그 나사 머리에 맞는 드라이버를 수직으로 대고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된다.


딸 방문 손잡이가 빠진 지 며칠 되었다. 저녁을 먹고 고양이와 함께 소파에 늘어져 있다가 구시렁거리는 딸의 목소리를 들었다. 내가 고쳐주마 하고 손잡이를 빼 자세히 살펴보니 옆면에 3밀리미터쯤 되는 나사 한 개가 붙어 있었다. “별것도 아니야. 이걸 좀 들여다봐. 손잡이를 자주 여닫으니 나사가 느슨해진 거야. 원리는 간단해. 다시 나사를 조이면 되는 거라고. 나사 조일 줄 몰라? 실과 시간에 안 배웠어?” 나사 조이기 정도는 이불 개기나 방 정리 수준이라는 뜻을 깔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딸은 맑고 영롱한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응. 학교에서 안 배웠어.” 설마. 6학년이 나사도 못 조인다니, 말이 돼? 그럼 못도 박을 줄 몰라? 꼬리를 무는 질문은 마음속으로만 했다. 내 떨떠름한 표정을 읽었는지 딸은 한마디를 덧붙였다. “뜨개질 배웠지, 실과 시간에.”


그렇다. 딸은 학교에서 실과 시간에 뜨개질을 배웠다. 뜨개질로 설거지용 수세미를 뜨는 것이 지난번 수행평가 과제였다. 뜨개질은 무엇인가? 애인에게 크리마스 선물로 손수 뜬 목도리를 선물할 때 필요한 고급 기술이다. 내친김에 모자, 가방, 양말, 조끼, 스웨터까지 뜨겠다면 말릴 생각은 없다. 그러나 현관문 도어락 건전지 교체 시기가 되어 경고음이 울리는데도 도어락 뚜껑의 나사를 풀고 조일 줄 모른다면, 너는 애인에게 전달하지 못한 목도리를 네 목에 칭칭 감고 홀로 집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야겠지.


학교에서 나사 조이기를 안 배웠다는 딸의 말에 반신반의하며 2015 개정 실과(기술. 가정) 초등 교과서를 뒤적였다. 비상교육 초등 6학년 실과 교과서에는 5. 생활과 혁신 - 3단원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어 볼까요”의 예시 활동으로 전선 정리 제품 만들기가 소개되어 있었다. 만들기 과정을 설명하면서 드라이버로 볼트와 너트를 연결하는 사진을 실어 놓았다. 드라이버로 볼트를 돌리는 것이나 나사를 조이는 것이나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면, 학교에서 나사 조이기를 가르쳤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과서에 실려있는 모든 예시 활동을 실제 수업에서 똑같이 실행하지는 않는다. 뜨개질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고, 나사 조이기는 이불 개기나 방 정리처럼 부모에게 배워야 하는 것이었다. 6학년 실과 5-5단원 “여러 센서를 장착한 로봇을 만들어 볼까요”에서 적외선 센서를 장착한 청소 로봇을 조립하는 수준의 학생이 나사를 조일 줄 모른대서야 앞뒤가 맞지 않으니까.


사진 : 방문 손잡이 잘 조였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