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보내며
2020년은 낯선 불청객의 공습으로 시작했다. 청하지 않은 손님은 연말이 된 지금까지 좀처럼 떠날 줄 모르고 대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손님 마중의 무게는 경중이 다르다.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자영업자다. 막내가 다니는 태권도장 관장님, 그리고 내가 다니는 단골 카페 사장님이 걱정된다. 얼굴을 알지 못하는 이들, 원래 주목받지 못하고 소외되었던 이들에 대한 염려도 적지 않다. 물론, 당장 집 방바닥을 굴러다니고 있는 자식 셋을 볼 때 가장 심린하다. 내 집에는 고등학생, 중학생, 초등학생이 골고루 있는데 학업과 관계도 걱정되지만 신체 활동이 현저히 줄어드니 건강도 골칫거리다.
큰아들 학교 같은 반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같은 학년 300여 명이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큰아들은 확진 학생과 같은 반이어서 2주간 자가격리를 했는데, 덩달아 자가격리 ‘수발’을 드느라 나도 은근 심신이 쇠했다. 하지만 내가 겪은 어려움은 의료진들의 노고에 비하면 과자 부스러기만도 못하다. 연일 백신에 대한 소식이 보도되지만 내년 가을은 되어야 접종 차례가 돌아올 것인데, 그것도 지금 눈앞에 놓인 3차 대유행의 고비를 넘은 뒤에나 생각할 일이니, 이래저래 연말까지 우울감과 엮이게 생겼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난데없는 바이러스의 침공을 예상 못 한 것처럼, 올해 출판사에 투고 원고를 보내 출간 계약을 맺게 될 줄 몰랐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상대방에게 이메일, 전화, 문자로 연락을 하고, 원고를 읽어봐달라고 부탁을 하고, 반응을 기다리고, 거절을 당하고, 그 거절에 굴하지 않고, 가능성이 있다는 말에 깡총거리고, 알고 보니 가능성은 있으나 고칠 데가 무수히 많았던 원고를 붙들고 씨름한 날들은 다 지나갔다. 공저한 한 권의 책과 혼자 쓴 또 한 권의 책에 ISBN 번호가 붙었다.
두 권의 책이 독자를 만나기까지 무수한 사람들의 손을 거쳤다. 내가 지었지만 나만 짓지는 않은 책이다. 사람이 홀로 살 수 없듯이 책도 혼자 설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독자들의 후기를 듣고 읽으며 책은 독자들의 손에서 매 순간 다시 태어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뻔하고 상투적이지만 감사하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언니, 꼭 그래야 돼?(깃드는숲)>와 <아무튼, 목욕탕(위고)>을 펴낼 수 있도록 도움 주신 분들, 그리고 읽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삼시 세끼 밥을 짓느라 내용도 분량도 마음먹은 만큼에서 반만 지을 때가 많지만,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자리라는 걸 받아들인다.
하루에 한 줄을 쓰면서라도 이 겨울을 통과해, 새해 새로운 책으로 독자들을 만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