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를 걷다

묵은 고통을 보내며

by 박쥐마담

2017년 1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두렵지도 떨리지도 않았다. 할 말이 너무 많았다. 머리와 가슴에서 문장이 쏟아졌다. 독하고 격하고 무거운 줄 모르고 쓰고 또 썼다. 마음이 바빴다. 어떻게든 작가가 되고 싶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고 싶었다.


만 4년이 지났다. 지금은 키보드 앞에 앉으면 먼저 심호흡을 한다. 글을 쓸 준비가 되어 있는지, 내가 전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짚어본다. 정리가 안 된 것 같으면 노트북 전원을 끈다. 매일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에서도 조금 자유로워졌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거기서 거기인 문장과 얄팍한 어휘력 때문에 짜증이 나지만, '고치면 되지' 하고 어깨를 으쓱 한다.


오늘 출판사 대표님에게 연락을 받았다. 고통의 시기에 썼던 세 뭉치의 원고 중 마지막 뭉치, 묘지 이야기가 책이 되려 한다. 꼭 인연을 맺고 싶었던 출판사에서 책을 내게 되어 감격스러웠다. 대표님과 전화 통화를 하는 동안 호들갑을 떨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전화를 끊고 만날 곳 주소를 문자로 보내면서 결국, 한 마디를 적지 않을 수 없었다. "꺅!"


지난 주말, 꼭 가고 싶었던 묘지에 다녀왔다. 광주의 망월동 5.18 묘역을 방문했다. 흰 국화를 사서 헌화를 하고 묘역에 한 시간 가량 머물렀다. 그곳에서 나의 개인적인 고통의 시간을 뒤로 보내고, 기억되어야 하는 타인들의 고통을 생각했다.


옛 전남도청 앞에서 탄환 자국만 보았다면 마음이 무거웠을 텐데, 은목서를 발견해서 다행이었다. 화약 냄새 대신에 꽃향기를 상상했다. 이제 새로운 길을 걸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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