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망

청소년 에세이 원고를 작성하며

by 박쥐마담

묘지 원고를 계약한 뒤 새로운 출판사에 투고 원고를 보냈다. 이제 나를 설명할 말을 찾지 못해 쩔쩔 매지 않아도 되어 감사하고 감사한데, 그래도 출판사를 두드릴 때는 역시나 떨린다.


다행히 <아무튼, 목욕탕>을 즐거이 읽으신 대표님과 인연이 닿아 두 권의 책을 계약하게 되었다. 생애 최초의 선계약이다. 우와, 묻고 더블로 가는 건가. 살다보면 이런 날도 오는구나.


인사를 드리고 출판사를 나오면서 꺄오! 비명을 지르진 못했다. 성인이 아닌 청소년을 대상으로 글을 쓰기로 했고, 그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작업이기 때문에, 두렵고 떨렸다. 내일 모레면 오십이고 꼰대임을 부정하지 않는 처지라 과연 소녀, 소년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다.


다행히 섬세하고 다정한 편집팀장님을 만났다. 중간 중간 적절한 피드백을 주셔서 ‘감’을 조금 잡았다. 이제 쭉 쓰면 된다 싶었는데, 동네방네 꽃이 마구 피는 거다. 하... 지금은 꽃구경 다닐 때가 아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 아무리 되뇌어도 소용이 없었다. 아마 바이러스에게 빼앗겼던 작년 봄, 봄을 도둑맞았던 날들이 한스러워 두 배로 봄바람이 난 모양이다.


벚꽃은 일찍 피었다가 이미 졌다. 라일락이 한창이더니 꽃사과꽃에 이어 양지바른 곳에 심긴 모란까지 만개했다. 4월 초인데 철쭉도 제법 피었고 수국과 장미는 봉오리가 나왔다. 정신차려! 꽃들의 향연에 취했다간 망한다. 오늘처럼 비가 좍좍 내리면 원고는 한 쪽 두 쪽 불어난다. 꽃이냐, 원고냐 그것이 문제로다! 두보는 <춘망>에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했지만 나의 춘망은 봄 춘에 망할 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