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상하리만치 나는 편지를 안 쓰는 타입이에요. 소설을 쓰는 일 외엔 일기도 써 본 일이 없고 누구에게 편지 한 통 써 본 적이 없어요. 오죽했으면 딸들이 나를 비판하는 소리로 “엄마는 돈 받는 원고만 쓰는 거야?” 하고 핀잔을 준 적이 있을 정도니까요. 단지 여기저기서 받은 초대장, 카드, 편지들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나름대로 정리하곤 해요." - <<박완서의 말>>, 박완서, 2020, 마음산책
박완서 선생님이 이 말씀을 남기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말씀의 맥락은 편지나 일기를 안 쓴다는 말씀이지만, 그 말씀에 딸려 나온 따님들의 '돈 받는 원고만 쓰는' 사람이라는 증언은 두고두고 힘이 된다. 5년 전,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나 지금이나 글로 돈을 벌고 싶은 바람은 내 마음의 가장 순수한 영역에 모셔져 있다. 나를 모르는 타인이 기꺼이 돈을 내고 사서 읽을 만한 글을 완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 정도는 되어야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글을 써서 돈을 '많이' 버는 경지는 감히 꿈꾸지 않았다. 다행히 운이 좋아서 <<아무튼, 목욕탕>>을 계약할 수 있었다. <<아무튼, 목욕탕>> 덕분에 낯선 출판사에 투고를 보낼 때 '덜덜' 떨지 않고 '달달' 떤다.
사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도 어떻게든 내 글을 돈이 되는 글로 만들어 보려는 마음에서였다.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한 적도 있다. 응모에는 떨어졌지만 응모를 준비하면서 다듬은 원고들은 출판 계약이 성사되었다. 돈이 되는 글만 열심히 쓰다 보니 상대적으로 브런치에는 글을 잘 쓰지 않게 되었다. 올해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썼던 원고를 얼추 정리하고 다시 브런치에 들어와 보니 마지막으로 글을 올렸던 날짜가 9월 2일이었던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내 브런치를 구독하는 분들이 많지는 않지만, 그분들의 말없는 격려도 글을 쓸 때 적지 않은 힘이 되었다는 걸 한동안 잊고 있었다. 그래서 올해 말까지는 브런치 작가님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돈이 안 되는 글을 부지런히 써 볼 생각이다. 내년에 쓰기로 마음먹은 글도 슬슬 구상하면서.
내년에는 청소년 에세이 2탄으로 청소년의 글쓰기에 대한 글을 써야 한다. 내 글도 잘 못 쓰면서 남의 글쓰기, 특히 청소년의 글쓰기에 대해 글을 쓴다니... 생각만 해도 오글거리지만 어쩔 수가 없다. 계약을 했으니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쓰는 거지. 돈이 되는 글을 쓰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