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성실

매일 글을 쓴다는 것

by 박쥐마담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해 첫 책 계약을 하기까지 삼 년쯤 걸렸다. 삼 년 동안 매일 글을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거의 매일 글에 대해서 생각했고, 시간이 날 때마다 책상에 앉았다. 페이스북에 계정을 하나 더 만들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일정한 요일과 시간에 완성된 글을 올렸다. 거의 일 년 넘게 그 루틴을 지켰던 걸로 기억한다. 하루는 유난히 글이 너무 안 써졌다. 글을 올릴 시간이 점점 다가오는데 여전히 맥락은 잡히지 않고 널뛰기 전국체전에라도 나갈 듯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죄 없는 머리카락만 쥐어뜯다가 급기야 엉엉 울었다. 마감 5분 전에 글을 올리고 바로 뻗었다.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인지, 꼭 이렇게까지 글을 써야 하는지 한동안 멍했다.


처음에는 내가 써 놓은 글이 너무 기특하고 훌륭해서 당연히 출판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몇 번을 읽어 봐도 재미와 교훈을 둘 다 잡은, 시대의 명작이야! 이런 글을 출판하지 않으면 출판사도 아니지!' 남사스럽고 부끄러워 다시 떠올리기도 싫지만, 이런 자의식 과잉은 나에게만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는다. 그때는 내가 쓴 글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아직 열리지 않은 데다가 어떻게든 글을 쓰기 시작한 나 자신이 너무 기특하고 애처로웠다. 출판을 꼭 해서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싶었다. 내 글이 출판을 할 정도로 완성도가 있고 남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문제는 그럴수록 즐기는 마음보다 절박한 마음이 더 커진다는 사실이었다. 비장하고 심각해질수록 글이 무거워졌다. 다행히 완전히 바닥으로 가라앉기 전에 출간 계약이 성사되었다.


지금도 거의 매일 글을 쓴다. 학기 중에는 출강하지 않는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집중적으로 글을 쓴다. 출근하는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수업 시작 시간보다 1시간 먼저 도착해 학교 근처 카페에서 글을 쓴다. 주말에는 썼던 것을 다듬고, 글과 관련된 자료를 찾아 읽는다. 방학이 되면 오히려 글을 쓸 시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방학을 맞은 자식들의 삼시 세끼에 간식까지 챙기다 보면 하루가 후딱 지나가버린다. 그래서 쓸 내용을 머릿속으로 요리조리 굴려 본다. 빨래를 널 때도, 청소기를 돌릴 때도, 멸치를 다듬을 때도 '딴생각'한다. 좋은 생각이 나면 부리나케 메모를 하고, 다시 빨랫감과 먼지 봉투와 멸치 내장으로 돌아온다. 글은 결국 생각한 만큼 쓸 수 있을 뿐이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을 때 글을 쓰면 다음 날 절반 이상 지우게 된다. 이런 과정을 몇 번 겪은 뒤로는 처리해야 할 사소한 일거리에 밀려 종일 노트북을 켜지 못하더라도 속상해하지 않는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정말 많다. 내가 굳이 글을 쓰지 않아도 될 만큼 많다. 좋은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굳이 글을 쓴다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재미든 교훈이든 뭐라도 글에 제대로 담으려면 매일 쓸 수밖에 없다. 머릿속에서 굴리든 글자로 적든, 쓰는 일은 오늘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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