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두 번만 용감무쌍(1)

투고의 계절이 돌아왔다

by 박쥐마담

몸에 익은 일을 할 때는 큰 고민이나 결심이 필요하지 않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 아침에 포근한 이불을 박차고 나오려면 아쉽기는 해도 어금니를 앙다물 것까지는 없다. 집을 나서기 위해 옷을 꺼내 입으려고 옷장 문을 열 때 비장한 각오를 다질 일도 드물다. 그저 습관에 따라 움직이면 될 뿐이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일단 책상에 앉아서 노트북을 켜고 어제 마지막으로 찍었던 마침표 다음 칸에서 시작한다. 잘 썼나 못 썼나를 따지는 건 나중 문제다.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으니 그냥 쓰면 된다. 하지만 1년에 두 번은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용감해야 한다. 출판사에 투고 메일을 보낼 때다.


초고를 완성하고 퇴고도 마치면 남은 것은 투고뿐이다. 공들여 쓴 글을 남에게 보여주기 아쉬워 무덤까지 끌고 가겠다면 굳이 말릴 생각은 없다. 하지만 미지의 독자를 만나고 싶다는 가능성을 1퍼센트라도 간직하고 글을 썼다면 투고를 해야 한다. 평소에 발휘하지 않던 용기를 어떻게든 끌어모으려니 어색하고 민망해서 목구멍이 간질간질할 것이다. 그럴 때는 에헴, 헛기침을 하거나 침을 꼴딱 삼키고 심호흡을 한다. 사탕을 먹어도 좋다. 약간의 당분이 들어가면 순간적으로 세상이 반짝, 밝게 보인다. '보내기'를 누를 때는 사탕 한 알만큼의 용기만 있으면 된다.


내가 처음 남에게 원고를 보낸 날은 2017년 9월 11일이었다. 학교 근처 서점에 들렀다가 그 서점에 들른 어느 출판사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그 대표님께서 원고를 한번 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뭐지? 투고할 필요가 없네? 서점을 나와 원고의 공저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민정아, 우리 책 내게 되나 봐!" 공저자는 워낙 공감 능력이 좋은 사람이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 흥분에 굿거리장단을 쳐 주었다. 애써 두드리지도 않았는데 문이 자동문처럼 스르르 열렸다는 사실에 도취되었다니, 해양심층수보다 깊고 맑은 순진무구함에 온몸이 오그라든다.


그 출판사에서 거절을 당하고 계절이 몇 번 바뀐 뒤에 원고를 다시 꺼내 보았다. 세상에, 맥락이 국가대표급으로 널뛰기를 하는 것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과거로 돌아가 시간을 지우고 싶었다. 내가 투고했다는 사실을 어디에도 알리지 마라! 그 글이 나와 공저자, 두 사람이 아닌 제삼자가 읽을 만한 글이 되려면 멀고 멀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원고를 도로 서랍에 넣든가 아니면 아예 관에 넣든가 해야지, 도저히 고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잠시 그대로 두었다. 사라진 용기가 다시 차오를 때까지 기다렸다. 그 글이 지인의 1인 출판사에서 <<언니, 꼭 그래야 돼?(깃드는 숲)>>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온 건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조금씩 천천히 용기가 쌓인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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