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맥'이 담긴, 작품을 마주하다
박서보 회고전. 그의 회고전은 최근작을 시작으로 하여 역순으로 직행되는데, 후기 묘법 시기에 그려진 작품이 퍽 인상적이었다. 강렬한 색채와 굴곡의 조화는 작가가 추구하는 비워냄의 미학과 맞닿아 있다.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고랑처럼 파인 면은 평면인 종이의 한계를 넘어선다. 그 굴곡에 색이 오른다. 색마저 오롯이 품에 안은 한지는 시간에 따라 ‘결’과 ‘맥’을 만들어낸다. 시간을 머금은 결과 맥은 더 큰 존재감을 발휘한다. 여기에 보는 각도에 따라 작품에서 전해지는 느낌도 색다르다. 시간과 빛의 어울림이 그대로 담겼다. 결국엔 지속되는 시간의 흔적을 쌓아올림이, 그림을 마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여금 흡입력을 발생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