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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끝 Nov 21. 2018

새겨울

감정을 토해내던, 그를 생각하며

끝나고 나서도 추스르기 쉽지 않은 감정이다. 두어 시간가량 쉼 없이 감정을 토해내듯 부르던, 선율에 담긴 그의 노랫말이 여전히 머릿속에 한가득 자리 잡고 있어서다. 예전에 갔던 겨울 공연도 그랬다. 그리하여 사실은 조금 두렵기도 했다. 새 겨울을 맞이하던 시점에서 그의 노래를 듣고, 크게 소용돌이가 일며 그간 희미해졌던 파편이 덩이가 질 것 같았고, 끝내 그 감정을 매듭짓지 못할 것 같아서다. 물론, 이것이 그의 음악에 담긴 힘이자,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간 그가 음악을 통해 전해 왔던 감정들은, 눈에 투영된 것 이상의 그 무엇이 있다. 그렇지만 그의 음악에 어떠한 셈법을 갖다 대고 싶지는 않다. 단지 그가 갖고 있던, 또 선율과 노랫말을 통하여 전하려 했던 서사를 고스란히 이입하여 온전히 마음속에 담아내고 싶을 뿐이다. 오늘 그는 그간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은 채, 노래만 불러왔던 행동을 두고, 왜 그래야만 했는지를 또다시 얘기해주었다.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마치 고백과 같은 시간이었다. 지난가을, 그가 “노래하는 것이 행복하지 않다”라고 말하는 것을 본 뒤, 한 동안 가지런하지 아니하고 마구 헝클어진 마음이 가득 들어차 있었지만, 가까이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며 기우란 걸 알았다. 노래 부를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부분이 부르기 어려운지, 함께 음악 그리고 공연을 만드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는 그를 보며, 음악이 그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존재라는 걸 절감할 수 있어서다. 새 겨울에 그를 만나 두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이별을 하였지만, 서로는 알고 있다. 그다음 새 겨울이 다가오면, 또다시 재회하게 될 거라는 것을. 이번 겨울을 버틸 수 있는, 온기를 가득 담아 건네주어서 고맙습니다. 나는 음악을 통하여 온기를 건네는 당신이 항상 행복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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