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장르가 되어 가는 드레익스(Drake's)

그들이 선보이는 것들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

by 푸른끝

영국 남성 토털 브랜드 드레익스(Drake's)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늘 그래 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런 경향이 더 짙어진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패션 관련 커뮤니티 등에서 항상 언급되는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것 같아요. 특히 대단한 것이 특정 영역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적잖은 사랑을 받고 있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Drake's를 알게 되고, 처음 그들이 만든 제품을 구입한 것이 2011년이었어요. 벌써 10년가량 흘렀네요. 10년 전에 좋아하기 시작하던 브랜드를, 지금도 꾸준히 좋아하고 있는 셈이네요. 이 공간에도 포스팅을 했던 것 같은데, 울과 앙고라가 들어간 윈도우페인 체크 머플러를 구입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 이후 엄청 많이는 아니더라도 타이를 비롯하여 스카프, 니트 베스트, 부츠 등 꾸준히 Drake's 제품을 구입해 왔어요.


2011년 당시만 하더라도 Drake's는 넥타이를 중심으로 포켓스퀘어, 머플러, 니트웨어 정도를 선보이는 카테고리 브랜드였어요. 란스미어에서도 일부 제품을 바잉했던 것으로 알고 있고, 주로 직구를 통해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넥타이와 포켓스퀘어 정도만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머플러와 니트웨어는 당시에도 외주를 통하여 생산, 판매하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었습니다. 외주라는 개념이 최근에서야 피부에 와 닿는 부분이 있는데, 당시엔 그런 부분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고요. 그래서 단순히 영국의 타이 브랜드 정도로 불려지는 경우가 참 많았어요. 그러다 변혁을 맞이하게 됩니다. Mark Cho의 Drake's 인수에 이어 남성 토털 브랜드를 표방하며,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시작한 것이죠. 기존의 생산 영역을 훨씬 뛰어넘어 남성복의 정수라 할 수 있는 테일러링 자켓과 수트를 비롯하여 코트, 셔츠, 데님, 구두, 액세서리 등을 선보이게 되었고, 여기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잘 녹여낸 것이죠.

Savile_Row_store.jpg London Savile Row Store(사진=Drake's Official Site)

이 과정에서 Drake's는 많은 고민을 했던 것으로 보여요. 브랜드가 클래식이라는 카테고리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인지, 혹은 이를 벗어난 영역에 있는 것인지를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Michael Hill의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그는 'Drake's가 추구하는 건 클래식에 재미를 더하는 것'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어요. 여기에 남성들이 20년이 흘러도 지속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의 말은 지금도 유효한 것 같아요. 앞으로 그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의 Drake's는 20대부터 50대까지를 아우르는 브랜드로 인식이 되고 있는 것 같거든요. 드레스업과 드레스다운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는 것이죠.


특히 국내에서 이 브랜드의 인기에 날개를 달아준 건 아마도 도산점 개점과도 맞물려 있다고 여겨져요. 2017년에 팝업 스토어 형태로 오픈했던 것으로 아는데, 지금은 어느덧 Drake's에서 빠질 수 없는 해외 스토어로 자리 잡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요. 물론, 이는 브랜드가 갖고 있는 힘도 있지만, 도산점을 운영하고 있는 주체인 Unipair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들은 도산점이 생기기 전부터 꾸준히 Drake's를 소개해 왔는데요. 트렁크쇼를 열기도 했고요. 2017년 Drake's Dosan 스토어 오픈에 이어 다음 해인 2018년에는 브랜드 공식 에이전트가 됩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Drake's=Unipair'라는 공식이 확실히 성립된 것이죠.

AW17-D.jpg AUTUMN / WINTER 2017 LOOKBOOK(사진=Drake's Official Site)

저는 Unipair가 두 가지를 정말 잘한다고 생각해요. 이 두 가지 요소는 따라올 곳이 없다고 여겨요.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고 있거나, 좋아할 법한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들여온 브랜드를 국내 정서에 맞게 소개하고 스토리텔링을 가미하는 것. 즉 마케팅이죠. 우선 Unipair 하면 녹색이 떠오르잖아요. 제 개인적으로는 Edward Green의 녹색과도 같은 영역에 놓여 있는 것 같은데, 그도 그럴 것이 'Drake's=Unipair' 공식 성립 이전에 국내에서 'Edward Green=Unipair' 공식도 생기게 되었거든요. 금강제화에서 수입하여 판매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브랜드를 제대로 소개하고 전개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Unipair입니다. 그들이 Edward Green을 소개해 왔듯 자신들의 특유의 노하우와 마케팅을 바탕으로 Drake's를 국내에 전개하고 있는 것이죠.


특히 오버 셔츠가 출시되어 많은 인기를 얻기 시작하던 2018년 여름 이후부터 기존 고객들 뿐만 아니라 새로운 고객 유입이 폭증하게 되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여기에는 빠질 수 없는 존재가 있습니다. 많이들 아시는 Camel Cafe와의 협업이죠. Drake's는 알다시피 영국 내에서도 저널리스트를 비롯하여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데요. 그런 콜라보레이션은 국내에서도 진행됩니다. Camel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한 오버셔츠를 만들어 출시한 것은 물론, 브랜드 프레젠테이션을 열기도 했죠. 저는 이 시점이 국내 인기의 또 다른 변곡점으로 작용했다고도 생각해요. 정리하면 여러 가지 요소가 결합되어 지금의 선풍적인 인기를 만들어낸 것이죠. 이것이 마케팅의 힘입니다.


기존 클래식을 추구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Unipair와 Camel을 통하여 아메카지와 컨템퍼러리 등의 카테고리를 좋아하는 분들도 유기적인 흡수로 이어지는 요인이 되었거든요. 각 카테고리에 대표하는 커뮤니티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구입으로 이어지는 기점이 되었습니다. 특정 패션 카테고리를 위한 브랜드가 아닌, 불특정 다수를 위한 브랜드가 된 것이죠. 이러한 성향은 영국 본토보다 국내에서 더 강하고요. Polo Ralph Lauren과 Brooks Brothers로 대변되는 아메리칸 캐주얼을 선호하는 분들도 Drake's를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Drake's의 창시자인 Michael Drake는 평소 Brooks Brothers 버튼다운 셔츠에 자신이 만든 타이를 매치했다고 합니다. 또 거기서 영감을 얻어 버튼다운 셔츠를 만들었고요. 영국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캐주얼의 정수인 아메리칸 캐주얼에서 영감을 받아 재해석한 것이죠. 그들이 토털 브랜드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타이와 포켓스퀘어, 그리고 셔츠는 그들의 팩토리에서 제작을 하지만, 다른 제품들은 외주를 통해 생산을 하고 있어요.

AW18-20.jpg AUTUMN / WINTER 2018 LOOKBOOK(사진=Drake's Official Site)

테일러링 자켓과 수트의 경우 초창기엔 Belvest에서 제작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금은 Lardini에서 만들고 있어요. Drake's는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외주처를 밝히거나 그러진 않아요. 다만, Drake's 제품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택이나 제작 방식, 특징 등을 보고 어느 브랜드인지 유추를 하는 것이지요. 또한, 외주처에서 자신들이 Drake's 제품을 제작하는 곳이라고 홍보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고요. 어쨌든 치노 트라우저는 Rota, 니트는 Jamieson's, 부츠는 Astorflex 등에서 제작하죠. 치노 트라우저 같은 경우는 최근에 Rota가 아닌 다른 곳에서 만들고 있는 것 같아요. Drake's가 지속적으로 외주 생산처를 발굴하고 있는 만큼, 중간에 바뀔 수도 있고, 새로운 곳이 제작을 맡을 수도 있는 거겠죠. Drake's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어디서 제작을 했는지보다는 제품에 달려 나오는, Drake's가 찍힌 네이비 컬러의 사각 라벨이 더 와 닿으니까요. 사실 저도 그렇고요. 이런 것이 브랜드가 지닌 감성과 아이덴티티의 힘이기도 하고요. 즉, 특정 브랜드를 구입하는 이유이자 목적이 됩니다.


2018년 여름부터 2020년 가을까지 성장기였다면, 앞으로는 성숙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관측이 되어요. 그리고 그 성숙기는 정말 오래갈 것 같고요. Brooks Brothers가 파산보호 신청을 했고, Polo Ralph Lauren은 지속적인 품질 관련 이슈와 대중성으로 인하여 신규 유입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시점에 있는 것 같아요. 이에 반하여 이 두 브랜드를 즐겨 입던 사람들이 Drake's를 입기 시작하는 것이죠. 아메리칸 캐주얼과는 장르는 다르지만, '클래식'과 '캐주얼'을 넘나 들기에 Drake's만큼 좋은 브랜드가 없거든요. Drake's가 이 부분을 정말 잘 파고들었어요. 최근 출시되는 게임스 블레이져 Mark 시리즈는 이들이 추구하는 방향을 잘 설명해주는 예시가 될 거에요.


앞서 언급하기도 했지만, Drake's 카테고리를 클래식으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광의(廣義)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거든요. 하나의 브랜드를 뛰어넘어, 하나의 장르가 되어 간다는 말이 맞을 것 같아요. 여기에 Unipair뿐만 아니라 국내 다른 편집샵에서도 Drake's를 취급하기 시작하고 있어요. 제가 아는 곳만 4~5곳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도산점 만큼 많은 제품을 취급하고 있지는 않아요. 어쨌든 브랜드 접근성이 한층 넓어졌고, Unipair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풋티지 브라더스'를 통해서도 지속적으로 소개가 되고 있죠.


보다 솔직하게 표현하면, Drake's는 앞으로 국내에서 더 잘될 일만 남은 셈입니다. 저는 지금의 뜨거운 열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어요. 확신이 어렵습니다.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지속적으로 인상되는 가격 이슈가 하나가 될 테고요. Drake's의 지향성을 표방한 국내 도메스틱 브랜드의 등장이라든가, Berg&Berg 같은 브랜드의 활약도 변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물론 Berg&Berg도 가격 인상 이슈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것 같기는 해요. 어쨌든 지금의 인기가 조금은 사그라들 수는 있어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Michael Hill의 바람처럼 클래식과 아메카지 등으로 점철되는 국내 남성 패션 씬에서 지속적으로 유지되면서 사랑받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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