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글쓰기> 저자 강원국 작가의 강연을 듣다
지난달 29일 구산동도서관마을에서 열린 <대통령의 글쓰기> 저자 강원국 작가 초청강연에 다녀왔다. 강연에 대해 말하자면,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러한 좋은 강연을 혼자 알고 있기보다는,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면 어떨까 싶어서 정리 차원에서 내용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날 강 작가는 ‘마음을 움직이는 말과 글’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사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란 쉽지 않다. 아무리 뛰어난 화술과 글쓰기 역량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공감하지 않으면 나를 위한 말과 글에 불과해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강 작가의 얘기를 들으면서, 무엇이 밑바탕이 되어야 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강 작가는 최근 근황에 대한 말을 꺼내면서, 강연을 시작했다. 신간 <강원국의 글쓰기>에 대한 내용부터 시작하여 글쓰기 달인 유시민 작가에 대한 이야기, 또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행정관, 연설비서관으로 지냈던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건네었다. 강 작가는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왜, 말하기와 쓰기를 잘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다. 그는 최근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한 강연을 하기 위해 미국과 뉴질랜드를 다녀왔다고 했다. 특히 현지에서 학교의 수업방법에 대해 얘길 들었는데, 수업을 앞둬 학생들이 스스로 알아서 공부를 하고 정작 수업에서는 수동적인 수업보다는, 학생들의 질문과 토론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이 정답을 맞히느냐가 아닌, 얼마나 많이 묻고, 말하고, 토론하느냐가 평가기준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간 읽기와 쓰기에만 익숙했던 우리나라 정규교육과는 전혀 다른 수업방법이 창의력과 통찰력을 키우는 근본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우리나라의 읽기, 글쓰기 위주의 교육이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쭉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버린 문제를 지적했다. 직장에서 상사가 말하는 것에 무조건 ‘예’라고만 답해야 하고, 질문을 하면 조직 부적응자 또는 이상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부분을 예로 들었다. 버락 오바마가 내한했을 당시, 기자회견에서 질문 기회가 주어지고도 우리나라 기자들이 질문을 못한 것은 이 같은 문제가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본질적으로 말하기와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것은 물론, 사람과 사물, 현상 등을 바라보고, 끊임없이 의문을 갖고, 이를 출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가 말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과 글’을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나열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그는 ‘미루지 말고 일단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생각이 나거나, 글감이 생기면 ‘나중에 써야지’란 생각보다는 그걸 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처럼 입력에서 그치는 게 아닌, 이를 내 것으로 받아들인 뒤 출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나 역시, 항상 글감이 없어 글을 쓰지 못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글감이 생겼을 때 곧바로 쓰지 못하는 경우가 참 많았다. 자꾸 미루게 되면, 써야 할 때 쓸 글을 결국 못 쓰게 되는 문제가 벌어진다. 그런 점에서 강 작가는 무언가 떠오를 때, 미루지 말고 메모 형식이든, 또는 블로그든 우선 쓰라고 조언했다.
그다음으로 ‘써야 할 때 쓰지 말고 평소에 써라’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과 연결되는 내용으로, 우선적으로 가장 무게를 둬야 하는 건 ‘평소에 쓰는 연습’이다. 평소 쓰는 버릇을 들이면, 언제든지 글을 쓰는 게 쉽다는 것이다. 그렇게 쓰다 보면, 글이 차곡차곡 쌓이고, 이것을 나중에 써먹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게 어려우면, 써야 할 때 쓰는 거지만, 우선적으로 평소에 쓰는 연습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그는 봤다.
세 번째로 그는 ‘한꺼번에 쓰지 말고 조금씩 쓰라’고 말했다. 어떤 사람이든 처음부터 단번에 완성하기는 쉽지 않다. 한 줄도 좋고, 두 줄도 좋고, 세 줄도 좋다. 조금씩 써 가면서 글을 완성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강 작가는 강조했다. 강 작가 역시 평소에 장문의 글이 아니더라도, 세 문장짜리의 글을 쓴다고 했다. 단지, 긴 글이 잘 쓴 글이 아니라는 건, 모든 사람이 안다. 주제가 잘 전달되고, 잘 읽히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면 단문이어도 크게 상관없다. 여기에 조금씩 쓰다 보면, 다른 일을 하는 과정에서 더 좋은 어휘나 문장이 떠오를 수 있는 데다, 그 상황에서 얼른 글을 이어 붙이고 싶은 욕구가 커진다고 그는 덧붙였다. 맞는 말이다. 조금씩 쓰는 것 역시 완성도 높은 글을 쓰기 위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네 번째로 ‘그냥 쓰지 말고 말해보고 써라’이다. 그는 연설문을 작성할 때 먼저 말하는 걸 우선으로 삼았다고 했다. 말하는 글을 곧바로 쓰기보다는, 말해본 뒤 쓰면 ‘말하기를 위한 글’에 더욱 부합한 데다 자연스러운 문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효과적인 말하기를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말하는 걸 텍스트로 정리하는 과정을 밟는 만큼 보다 효과적인 구술 방법을 모색하는 활동이 될 수 있어서다.
다섯 번째로 강 작가는 ‘혼자 쓰지 말고 독자와 함께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글이든 혼자 읽고 보는 것보다는, 독자 그리고 이웃 등 많은 사람들과 보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혼자 쓰다 보면, 글이 갖고 있는 문제를 제대로 알 수 없는 데다, 좋은 글이 자칫 묻힐 수 있어서다. 최근 강 작가는 글쓰기와 관련해 <오마이뉴스>에 기고를 한 적이 있다. 나 역시 그의 글을 챙겨봤는데, 미간이 찌푸려질 정도의 악플이 달린 적도 있었다. 그 역시 그런 악플을 봤다고 한다. 다만, 좋은 의견이든, 안 좋은 의견이든 그러한 피드백이 있어야만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그는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공간에 글을 쓰는 게 이러한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쓰지 말고 고쳐라’이다. 글을 쓰는 것 못지않게 고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뜻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김훈 등 내로라하는 작가들은 글을 쓰는 과정보다 글을 고치는 과정에 더 공을 들인다고 강 작가는 설명했다. 어떤 글이든, 처음부터 완벽한 글은 없다. 수십 번, 수백 번 다듬는 과정을 통해 옥석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글도 자꾸 고쳐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글을 잘 쓰는 그도 1년 전 글을 보면,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오죽하면 이번에 나온 신간 역시 지금 쓰면 더 잘 쓸 수 있단 말을 하겠는가. 사람은 성장욕구가 가득한 입력의 동물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속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필력과 통찰력은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뛰어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그는 다 쓴 글을 고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 작가는 이 같은 여섯 가지가 비롯되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쓰기의 원천이 된다고 전했다.
강연이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나는 그에게 ‘어떻게 하면 강 작가님처럼 문장을 간결하게 쓸 수 있는지’를 물었다. 그간 나는 글을 쓰면서 문장 하나에 200자 또는 300자가 넘기 일쑤여서 간결하지 못하고 호흡이 너무 길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기사작성 과정에서 리드를 쓸 때 항상 지적받던 문제이기도 했다. 강 작가의 글을 보면, 문장이 정말 간결하고 명료하다. 웬만해선 100자를 넘지 않는다. 짧은 문장이 쌓여, 장문이 되고 그게 하나의 글이 되는 정석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글쓴이의 의도가 잘 전해지고, 콘텍스트가 제대로 담겼다. 맥락이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난 그렇지 않다. 문장이 너무 길고, 접속사를 남발한다. 굳이 넣지 않아도 될 수식어도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문장 읽는 게 불편하다. 그간 고치려 노력해 봤지만, 잘 되지 않았다. 버릇이 들어서다. 알고 있다. 내 문제를. 잘 쓰는 척 보이기 위해 문장을 길게 쓰는 건 결코 좋은 습관이 아니다. 문장이 길어지면, 전달하려는 바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다. 또 글을 읽은 독자의 입장에서도 호흡이 길어져 피로감을 느껴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질문을 건넨 내게 그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운을 뗀 뒤 “영어 문장처럼, 필요한 표현만 넣는 연습이 중요하다. 또 아무리 긴 문장이더라도 분명 끊을 수 있다. 문장 끊는 연습을 의식적으로 하면 된다”라고 조언했다. 앞으로 내가 글을 쓸 때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강 작가의 강연을 들으면서, 글을 쓸 때 무엇을 유념하고, 또 염두에 둬야 할지를 알게 됐다. 어제보다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진=강원국 작가의 초청강연이 열린 구산동도서관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