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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소 Sep 06. 2018

황홀경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링로드 일주

아이슬란드에 가고 싶다

는 막연한 생각은 시시하게도 꽃청춘을 보고 나서였다.


그 막연한 생각은 떠나기만 하면 해결되는 아주 간단한 공식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천하기 어려웠다.
나의 휴가는 터무니없이 짧았다.
"아이슬란드"라는 곳이 (짧은) 휴가를 쪼개서 다녀올 만큼 가까운 나라도, 시시한 나라도 역시 아니었다.
아이슬란드 그 자체를 온전히 다 느끼고 싶었다.
가고 싶은 생각이 가야 한다로 변질되어갔고 구체적인 계획과 동시에 행동을 개시했다.

그렇게 난 드디어 아이슬란드에 다녀왔다.




8월의 아이슬란드

8월에 찾은 아이슬란드는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추웠다.
비가 왔고 바람이 불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5분마다 날씨는 수도없이 바뀌었다.
샤랄라한 원피스는 필요 없는 곳이었다.

예쁘진 않지만 방수가 되고 바람을 막아주며 따뜻한 기능성 의류만 있다면 It's OK!

굴포스(Gullfoss)
스코가포스(Skogafoss)
스코가포스(Skogafoss) 위로 올라 꼭 트레킹을 해보자!
데티포스(Dettifoss)
셀포스(Selfoss)
폭포의 합집합

"너 그동안 봐오던 걸 폭포로 생각하는 건 아니지?"

그동안 내가 감탄하면서 바라봤던 모든 폭포의 개념을 재정립해주었다.

자세히 보고 싶어 앞으로 다가갈수록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었다. 그 규모는 정말 남달랐다.

어떤 폭포는 웅장했고 무서웠으며 어느 폭포는 너무나 아름다워 눈물이 흘렀다.

요쿠살론(jokulsarlon)
요쿠살론(jokulsarlon)
얼음의 땅

초록이 뒤덮은 세상을 한없이 눈에 담다 지루할 즈음 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곳을 만났다.

빙하라니!

수천 년간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빙하가 내 눈앞에 있었다. 화산재에 뒤덮인 회색의 빙하와 영롱한 옥색 빛을 갖고 있는 빙하가 둥실둥실 떠있었다.

정말 내가 살고 있는 지구와 같은 행성에 있는 곳이 맞는 걸까? 이 질문은 여행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광활한 자연을 그동안 얼마나 당연시하며 지내왔는지, 내 것이 아닌데 소유물인 것 마냥 얼마나 마음껏 사용하고 정복해왔는지 반성해야 한다. 후회하면 이미 늦는다.

흐베리르(Hverir)
흐베리르(Hverir)
흐베리르(Hverir)
불의 땅

얼음의 땅을 지나 1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달려가면 연기가 한없이 피어오르는 곳을 만나게 된다. 화산지대 불의 땅이다.

이쯤이면 정말 이곳이 지구일까? 란 생각이 이상하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지독한 유황냄새가 나고, 엄청난 증기를 내뿜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소리가 들리는 이곳은 SF영화가 아니라 내 눈으로 실시간 생중계되고 있는 현실이다.

아직도 활발한 지열 활동으로 아이슬란드 전역에 온수를 보급하며 천연 온천도 있다.

이 나라 사람들은 편리함을 추구하려 제주도 비자림 삼나무를 대량 베어버리는 것처럼 자연을 파괴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그냥 자연에 맞춰, 자연에 얹혀 살아갈 뿐이다.

스코가포스(skogafoss) 캠핑장의 일몰
스코가포스(skogafoss) 캠핑장에서 만난 무지개
뮈바튼호수(Myvatn)
뮈바튼호수(Myvatn)
황홀경

*황홀경 : [명사] 한 가지 사물에 마음이나 시선이 혹하여 달뜬 경지나 지경.


이 나라는 일몰마저도 완벽히 내 취향이었다.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밤 핫팩을 끌어안지 않으면 "추워!"라는 말을 내뱉게 만들었지만 날 설레게 하는 순간은 너무나도 많았다.

비가 내려 속상할 땐 무지개를 내어주었고 이글이글한 주황색 하늘이 날 위로했다.

매일의 일몰은 늘 다른 모습이었고 그 일몰을 기다리는 게 하루의 일상 중 하나였다. 그 어느 때보다 하늘을 자주 보았고 늘 감동받았다.

돈 한 푼  들이지 않은 자연의 날 것, 그대로의 것들이 나를 매일 충만하게 만들었다. 우리의 삶을 채우는 건 명품 가방과 내 명의로 된 넓은 집이 아니었다.

지루할 틈 없는 링로드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인랜드를 하여 마음껏 오프로드를 즐길 수도 있고, 잘(?) 닦인 1번 국도를 따라 링로드 일주를 할 수도 있다. 이 말인즉슨, 아이슬란드는 한 번으로는 절대 만족할 수 없는 광활한 지구 그 자체란 말이다.

아이슬란드는 한 번도 여행하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여행하는 사람은 없다고 하더라. 직접 가보면 왜 그런지 알게 된다.

우린 11박 12일 동안 2300km를 달렸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운전대만 잡고 달린 적도 있다. 지루하냐고? 그럴 틈이 없다.

시시때때로 눈앞의 풍경이 수천번 바뀐다. 우와~라는 감탄사는 안녕 같은 일상을 지속하는 단어가 될 뿐이다.

"아이슬란드 미쳤어!"

 이 얘기를 하지 않는다면 자연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거나(아니 싫어하거나) 아이슬란드라는 나라를 증오하는 사람일 것이다. 정말이다.



꼭 방문해서 미. 친. 아이슬란드를 직접 느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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