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소 Sep 06. 2018

치앙마이 한달살이를 시작합니다.

여행에도 쉼이 필요하다.


어느덧 여행을 떠나온지 127일이 지났다.  


가슴 벅찰 풍경들을 눈에 담고, 배낭들고 적으면 5일에서 길면 11일을 두 발로 걸었다. 걷다 좋은 곳에 텐트치면 그 곳은 우리집 앞 마당이 되었고, 꼬르륵 거릴 때 가던 길 멈춰 물 끓여 건조식 먹으면 그 곳은 우리집 주방이 되었다.

걷고 먹고 자는 단순한 행위를 반복하며(체력적으론 힘들었지만)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아마 한국에서 1년동안 해야 할 사색의 양보다 더 많이 했을 것이다.

스웨덴에서 5박 6일의 쿵스레덴 트레킹을 할 때 였다.
문득 이토록 많은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길 위에 서있을까? 란 의문이 들었다.
동시에 나는 왜 매일 아침엔 물집방지제를 바르고 그날 저녁엔 근육이완제를 덕지덕지 바르면서까지 걷는 행위를 지속하고 있을까? 무엇을 위해서?
무려 3일동안 걷는 내내 생각했다. 그 해답은 앞으로도 아마 날 계속 걷게할테지.(그 해답은 따로 기록하기로 한다.)

한국을 떠날 때의 계획과는 다르게 당분간 트레킹은 그만 하기로 했다.


#1. 매일 눈 호강 시켜주는 풍경을 보고 지냈더니 감흥이 덜해졌다. 분명 매년 여름휴가 나오듯이 찾아왔다면 눈물나게 감동스러웠을 것이다. 가보지 못한 아름다운 곳은 아껴두기로 했다.

#2. 주5~6일 회사 다닐때보다 마음은 충만했지만 몸은 피곤했다. 우리는 여행을 하면서 또 다른 여행을 계속 준비해야 했다. 내일의 여행은 오늘, 모레의 여행은 내일. 이렇게 준비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자야할 시간을 쪼개알아보았고 물가가 비싼 나라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하루를 푹 쉬기엔 너무 부담스러웠다. 그렇게 피로는 쌓여갔다.
푹 쉬고 싶었다.
 
#3. 한국에만 있었다면 늘 보던 것만 봤을텐데 많은 나라를 다니며 매번 다른 풍경을 보았고 그 곳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문화를 몸소 느꼈다. 그 중 정말 감탄스러워 배우고 싶었던 것도 닮고 싶지 않은 것들도 많았다. 그럴때마다 펜을 꺼내 끄적이거나 울트레블 홈페이지에 일기를 썼다. 하지만 그 정도론 부족했다. 이 감정을 잊고싶지 않아 기록하고 싶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생생한 기억이 퇴색하기 전에 기록하고 싶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린 지금 치앙마이에 와있다. 이 곳의 한달살이로 밀린 기록도 지친 몸도 추스릴 수 있었음 좋겠다. 사실 그렇지 않더라도 그냥 지금 이 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이 곳에서 느리게 살아가보고 싶어졌다.

작가의 이전글 황홀경 아이슬란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