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글로 풀어놓으며...

by 희야

매 순간 조여드는 어둠의 그림자.

새하얗게 새벽을 달리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본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언제나 똑같은 그 자리에서

애처롭게 서로를 바라볼 뿐.


언제부터였을까.

전생에 무슨 인연이었기에

이리도 모질게, 아픈 마음 숨기며

애써 외면해 보는 나날들.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말한들

그 마음 덜해질 리 없건만.


실낱같은 희망을 얹으며

"어디 가니?"

그 물음에 순간 심장이 멎는다.

나도 시어머니도 안다.

6년째 비어있는 방이, 주인을

몹시도 그리워한다는 것을.


퉁퉁 부어 오른 눈가

만지지 말라 귓가에 소리쳐도

단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또 비빈다.

어린아이 같아 참지 못할 거라며

치료도 못하고 약만 들고 왔다.

얼마큼 이런 날들이 이어질까.


그런 것들은 아랑곳없이

그저 자식얼굴 본 것만으로

온 얼굴에 웃음꽃 물들이다,

약봉지 가슴에 안으시고

요양원 속으로 사라지는 휠체어.

죄책감만 또 한 겹 남겨둔 채로.


한없이 가냘퍼진 어깨

앙상하게 말라가는 팔과 다리

세월의 무게 앞에 스러져간다.

당신의 삶의 끝이 멀지 않았음을

애써 가슴 한편에 묻고 돌아와

그 울음 삼켜내며 글로 풀어낸다.


2023. 6. 15.


photo by paxi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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