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어느 오후, 손자에게 줄 반찬 몇 가지를 싸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낯익은 어르신께서 이미 타고 계셨다. 가볍게 목례를 하고 부담스러우시지 않도록 한쪽에 서 있었다. 한참을 그런 나를 바라보시더니 조용히 말씀하셨다.
"참 곱고 예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다
"고맙습니다."
"고우신걸요."
"에구 곱기는..."
육십 중반의 나이에 '곱고 예쁘다'는 말씀에 순간 당황했다. 어찌 칭해야 실례가 되지 않을까 고민하다 끝내 적절한 말도 찾지 못한 채 '고우신걸요'로만 답하고 말았다. 보행보조기에 기대어 서 계신 어르신께서는 온화하고 곱기만 하셨다. 가끔 뵐 때마다 단정하시고 말을 아끼시던 분이셨는데 한참을 뵐 수가 없더니 그사이 몸이 예전 같지 않으신 듯했다. 세월의 무게 앞에서 외양의 모습은 어쩔 수 없다 하여도, 그 사람에게서 풍기는 고운빛은 변하지 않는가 보다. 고우신 어르신께서 오래도록 그 빛으로 머무시길 기도해 본다. 누구에겐가 나도 그런 빛으로 기억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