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도전해 보길 참 잘했다

연재 마친 후유증

by 희야

마지막 연재글을 마치고 나니 모든 것들이 벌써 허우룩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무한 방치 중인 저장글들이 빨리 세상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아우성이지만, 올려야 할 적절한 타이밍을 놓쳐버렸다며 새로운 글로 그 길을 막아서고 있긴 합니다만. 이런 것이 연재를 마친 후유증인가요. 뭐라도 다시 써야 숨이 쉬어질 것처럼 또다시 글을 쓰게 하니 아무래도 심각한 증상인 것 같지요.


일주일에 한 번, 쓰던 대로라면 연재는 그리 부담스러운 도 아니었건만 그 과정이 많다 보니 때로는 힘에 부치기도 했습니다. 어떤 이야기로 시작하고 맺을 것인지, 그에 어울리거나 그 계절에 맞는 반찬들을 떠올려야 했지요. 물론 그 반대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반찬을 만들다 보니 그 이야기들이 생각나 쓸 때면 그래도 조금은 수월한 때도 있었지요. 벌써 여기까지만 해도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지만 반찬 3가지를 결정하고, 재료를 준비하고, 만들고, 사진을 찍고, 또 만든 레시피를 글로 옮겨야 했습니다.


누가 그 짓을 하랬나요. 특히 한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해낼 수 있었을 텐데 전혀 의도하지 않았건만 3가지로 굳혀지며 끝까지 밀고 나가야 했고요. 그것이 오히려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하게 비치진 않았을까. 별스런 걱정을 다 했답니다. 한 가지만을 가지고 정성스럽게 이야기를 담고 추억과 생각들을 모아 꾸몄더라면 더 좋은 글이 되었을까요. 그것도 확신이 가진 않지만 이렇게 끝난 연재를 붙잡고 하소연(?) 하는 것을 보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글쓰기란 것에 대한 물음표들은 늘 산만하게 내 주위를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개성과 역량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나에게만큼은 깔끔하게 정리되지 못한 정의들. 아무리 글쓰기에 대한 책들을 섭렵한다 해도 채워지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타인들의 이론을 떠나 오직 써보는 것으로 단련이 되어야 비로소 갖추어져 가는 것일지도요. 아직 그런 것까지 나열하며 부족함을 탓하기보다 한 줄이라도 더 써보며 느리더라도 조금씩 채워가고 성장하길 내 손끝에 기도라도 해야 할까요.


연재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가 봅니다. 그동안은 써야 한다는 명제에만 매몰되어 그곳에 집중하느라 전체를 바라보며 살필 겨를이 없었지요. 마치고 나니 에뜨랑제처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끝을 냈으니 다시는 그 힘들었던 시간들을 되돌아보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써온 그 시간들을 사랑하고 그런 나를 대견해하기로 했습니다. 하여 30화 모두를 펼쳐 놓고 다시 한번 검열에 들어가 보기로 했어요. 한 권의 책처럼 엮어진 연재브런치북을 좀 더 다듬고 어루만지는 시간을 가지며 특별함을 선물해 주고 싶어서입니다.


겨울, 봄, 여름 세 계절을 거치며 내 손에서 하나하나 피어난 소중한 활자들입니다. 정해진 제목에 의지하며 줄을 타는 광대처럼 벗어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했고, 때로는 홀로 글 속에 풍덩 빠져 눈물짓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완성된 반찬을 먹으며 감사하고 사랑할 수 있었지요. 어쩌다 운명처럼 만나 1년이 넘는 오랜 시간들을 채우고 있는 글쓰기. 글을 쓰면서 사는 것이 새롭고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을 그 속에서 얻고 있다고 할까요.




내가 경험한 것들에 더하여 다른 이들이 겪어낸 세월들을 접하며, 세상에는 그 어느 것도 쉬운 길이 없다는 것을 더 많이 알 수도 있었지요. 그에 비해 조금은 수월했을 내 인생길을 위로하며 안도하고, 타인의 삶에서 많은 것들을 배워가고 있는 중입니다. 인생은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리며 시련과 희망과 희열을 선물해 주기도 합니다. 연재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30여 편의 글을 써 내려가며 많은 감정들이 널을 뛰기도 했지요. 그래도 그 과정들을 모두 겪어내고 무사히 정거장에 안착한 그 기분은 써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쓰다 보니 책 한 권을 낸 것도 아닌데 장황하여 멋적스럽지만 그래도 연재는 한 번쯤 도전해 보길 권해보고 싶습니다. 앞으로 또다시 쓴다고 말할 순 없지만 분명 의미 있는 일이었고 특별한 경험이었기에 이 글을 씁니다. 어쩌다 책이라도 한 권 쓴다면 더 난리가 날지도 모르겠지만, 브런치에 탑재된 기능을 활용해 보는 것도 괜찮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연재를 마친 후유증인지 모르겠지만 나만 그런 경험을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다 같이 한 우물에 빠져봐야 한다고 외치는 바입니다. 연재, 도전하세요! 해내고 나면 분명 참 잘했다고 스스로를 대견해하실 것입니다.


요즘같이 MZ스럽게를 외치는 판국에 《정짓간에서 피워내는 글꽃》 연재을 마치고 보니 제목부터 올드하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지지고 볶는 일도 나의 세대로 끝이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밀키트를 어떻게 하면 좀 더 건강하게 먹을 수 있을까를 연구해야 할 판입니다. 요즘처럼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때에 불 앞에서 일일이 재료를 다듬고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거늘 어찌 집밥타령을 할 수 있을까요. 웬만하면 외식이나 간편식으로 대신하기도 하니 정짓간은 외로워져만 가겠지요. 그래서 더 소중한 연재브런치북 《정짓간에서 피워내는 글꽃》입니다. 어쩌다 시간이 되시면 한 번 들여다봐 주세요. 사랑스러운 하트가 기다리고 있거든요.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hee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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