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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Dec 09. 2024

도서대출확인증

이용자명, 대출일,

도서명, 반납예정일

부르지 않은 내가 여기 있다


누구이고, 어느 책을, 언제까지

반납할지 명료하게 정해진 너


아직 해보지 못한 것들이

가보지 못한 길이 발길에 차이는데

이미 살아야 할 날이 정해진 것처럼

조급함이 책장을 넘긴다


벽돌 같은 책들이 낱장이 되고

없이 마음의 양식을 삼켜

채워지지 않는 허기가

그믐달이 되어 폐부를 찌르고

내가 누구인지 어디를 가고 있는지

책 속 어딘가에서  찾으려

오늘도 손끝 닳도록 넘기다

한 장 남은 달력에 침잠하며

끝내 찾지 못한 길에

비어져가는 곳간이 서늘하고

부딪치는 살갗 피멍 들어

한탄이 눈물이 되고 강이 되어도

멈추지 않는 세월은 또 흐른다


기다려주지 않는 시간들에

세상도 그리 정해졌으면

책 속의 그 길들은  어디로 가고

그 많은 양식들은 누가 먹을지

도서관문 닳도록 허튼 상념에 젖다가도


여전히 나는 누구이고

어디로 가야 할까


심연의 밤 고독을 머리에

끝없는 사유의 길 초승달이 동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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